"보건복지위원회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번 국감을 보면,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국감 지적 사항이나 문제제기만 보아서는 누가 '여'이고 누가 '야'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특히 보건 분야에 이런 현상이 더 심한데, 이른바 '당론'이라는 것도 없어진지 오래 된 듯 하다.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님들에게 '귀하가 속한 정당의 보건정책에 대한 정강정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의료산업화를 이루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옳으냐?' 라는 질문에 대한 각 당의 정강은 과연 있을까?

이번 심평원 국감때, "비급여를 표준화하고 전면 제도권으로 편입하라"는 주문과 질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고 한다.

이 분들은 과연 '비급여'가 무엇인지는 아시는 걸까?

여당의원 한 분은 비급여 정보를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비급여 가격 결정 요소에 병원 땅값, 인력, 시설, 장비는 물론 병원 시공비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그 가격이 적당한지 알 수 있다고 하셨단다.

누군신가 보았더니, 건교부에서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셨고, 차관까지 지내셨던 분이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시다. 땅값과 시공비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니...

건교부 쪽에서 거의 반평생을 보내신 분이 어쩌다 보건복지위를 오셨는지 모르지만, 잘 모르고 이런 말을 하셨을 수 있겠다 싶다.

여야의원만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무소속 의원도 한 분 계신다.
이 분은 의사 출신인데, 진료를 해 본 적이 없어 그런지, 비급여 항목 표준화를 주문하셨다.

비급여 항목 표준화라...

비급여는 포지티스 리스트라 비급여 항목은 정부가 정한다. 다만, 각 항목에 대한 가격이 의료기관에 따라 다를 뿐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비급여인 것이고, 이는 병원과 환자간의 사적 계약 관계이다. 가격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맞다.

짜장면 먹으러 오는 분들에게 중국집 월세, 인테리어비용, 식자자 대금, 배달 알바 시급 등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이 좋으면 또 오는 것이고, 아니면 다른 데 가면 된다.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갖는 나라에서도 비급여를 이런 식으로 통제하지는 않는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심평원장도 난색을 표했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이야기이니, 뭘 잘 모르시는 분들의 만담으로 웃고 넘어 갈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이야기가 나올 때, 여든 야든 누군가가 나서서 '이건 이런 것이고, 저건 저런 것이니, 무식한 소리하지 마시라!'라고 하는 의원이 한 분도 없었다는 것이 기가 막히다.

이유는, 바로 정강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그냥, '그 때 그 때 달라요'이다.

허긴, 장관이 왕따당하고, 그래서 열받는다고 사표쓰고 나간 나라에서 무얼 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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