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의 약 바꿔치기 사건"에 대하여



전국의 약국 수는 대략 2만개소 안팎이다.
그런데, 이들 약국들이 제약사나 도매상을 통해 구입한 의약품과 실제 약국에서 소모한 의약품 내역을 대조하니 서로 다른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 이상이었다.

심평원이 이 약국들을 샘플 조사하여 보니, “약 바꿔치기 의심 약국”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아닌 싼 약을 환자에게 불법대체 조제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법 대체 조제한 약국이 샘플 조사한 약국의 99%에 달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거의 모든 약국에서 불법 대체 조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환자에게 싼 약을 준 것뿐 아니라, 건보공단에 청구할 때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그대로 청구하여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시점은 지난 5월 경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새로이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거의 모든 약국이 약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
  2. 저가 약을 환자에게 주었을 뿐 아니라, 공단에는 원래 처방된 약을 청구함으로 약사법 23조, 27조, 국민건강보험법 57조 등을 어겼다. 이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부당이익금의 환수, 업무정지, 약사 면허의 자격 정지 등이다.
  3. 심평원은 이미 이 같은 약바꿔치기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축소 조사를 하였고, 감사원이 이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미루거나 여전히 축소 조사에 그쳤다.
  4. 덕분에 약바꿔치기를 한 약국 중 4천개에 가까운 약국이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폐업을 하여 버렸고, 부당 이익금 환수는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
  5. 때문에 심평원이 약국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약 바꿔치기”는

첫째, 의약분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둘째, 의사의 처방권을 전격적으로 침해한 사건이다.
세째,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를 기망한 것이며, 단순히 부당 이익이라는 경제범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범죄이다.
넷째, 거의 모든 약국에서 이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은, 약사라는 직역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대국민 사기이다.

때문에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앞장 서서 이들 약국의 행태를 은폐하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로 그쳐서는 안되며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명백하게 그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일견, 이는 궁여지책이었을 수 있다. 즉, 대한민국 거의 모든 약국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되었고, 이를 제대로 처벌하자고 덤비면, 거의 모든 약국이 영업정지, 거의 모든 개원 약사들의 자격정지, 거의 모든 약국들의 부당이익금 환수로 인하여 약국 업무가 일순간에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별적으로 처벌하고, 재빨리 폐업하여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처벌을 면하도록 눈감아 주었을 수도 있다.

또 이 같은 사실이 국민들에게 드러날 경우, 의료계 주도로 의약분업 철폐 운동 같은 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사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즉, 역설적으로 보자면, 약사회는 전방위적 불법행위를 통해 정부가 감히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그렇고, 심평원의 눈 감아주기도 그렇지만, 의협과 약사회가 보인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로 보면, 약사회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약사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약사회가 이 사건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가만히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심평원과 맹렬히 밀당을 했음이 분명하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면서 물밑으로는 열심히 발을 놀렸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한 건, 의협의 태도이다.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민주의사회 등 의사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당시 건정심에서 논의 중이던 토요가산은 필요 없으니 조제내역서를 입법하라고 주장하고, 의협 앞에서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라고 일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협 노 회장이 특별히 제스처를 취하거나 의협이 공식적으로 태도를 보인 것이 없다.

희안한 구석,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취임 후 말만 무성할 뿐 특별한 성과가 없었던 노회장이 토요가산에 올인하였고, 토요가산을 건정심에서 통과시키려면, 약사회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에, 약사회 눈치를 봤다고 생각한다.

실제, 약사회장 취임 직후 노회장은 느닷없이 약사회를 방문해서 팔짱을 끼며, 친한 척했던 바 있다.

물론, 그 밀월 관계는 오래가지 않아 곧 약사회장은 노회장은 ‘이상한 사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였다.

토요 가산 때문에, ‘약바꿔치기 사건’을 모른 척 했다면, 정말 멍청한 짓이다.

그래서 또 일각에서는 노회장은 약바꿔치기 따위에는 정신을 쏟을만한 시점이 아니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당시 노회장은 건정심에서 토요가산을 통과시켰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고안한 만성질환관리제를 정부에 어필했어야 했고, 게다가 중국 인력 수출을 위한 사업 전개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루머와 진위와 관계없이, 현직 회장이 이런 의혹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사실이다.

더 불행한 건, 이런 중차대한 사건이 한 두 사람의 헛발질 혹은 딴 생각으로 조용히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뒤늦게 노회장 페북에 올라온 글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처방전대로 조제하지 않고 싼약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행위가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행위가 만연한 것보다도 더 큰 문제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 땐 뭘 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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