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가가 병원 수가보다 높다구?




아래 기사는 기자가 기사를 이상하게 쓰는 바람에, 잠깐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당황했는데,

내용을 정리해보니, 단일 수가협상에서 유형별 수가협상으로 전환된 이래, 지난 6년 동안의 의원과 병원의 평균 수가 인상율을 따져보면, 의원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
건보 수가는 원래, 하나의 행위에 대한 가격은 하나 뿐이다.

즉,

"모든 의사는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일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은 동일하다"


라는 것이 건보제도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대를 갓 나온 의사와 경력 30년의 의사의 행위가 같은 가격으로 결정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다만, 의료기관 종별가산제도 (즉, 의사가 아니라 의료기관에 따른)와 선택진료비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라는 것으로 예외를 두고 있는데, 선택진료비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해당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의사에 따라서"라기 보다는 "의료기관에 따라서"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종별 가산은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별로, 건보의 경우 15, 20, 25, 30%를 가산하는데 건보뿐 아니라, 산재, 의료급여, 자보 등도 이처럼 가산해 준다. 자보의 경우 의원은 15% 가산, 상급종합병원은 45%나 가산한다.

즉, 동일 행위(동일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의료기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산해 주는 명목상 이유는 "상급종병으로 갈수록 시설 장비 투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토록, 종병가산에 따라 병원이 의원보다 진료비가 더 비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원 수가 인상율이 더 높아져서 의원 진료비가 약간 더 높은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지적이 맞을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실 유형별 수가제도 이후 병원의 수가 인상율이 의원의 수가 인상율보다 낮은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수가 인상율이 건보재정 증가율과 같지 않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행위량이 같다면, 건보재정 증가는 수가 인상율과 유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가는 2% 대에서 인상되지만, 건보재정 증가는 거의 10% 대에서 증가하였다.
(물론, 최근 수년간 건보재정증가율은 3%대로 대폭 완화된 바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둘째, 이렇게 늘어나는 재정증가분을 분석해보면, 상당 부분이 의원이 아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출되었으며, 그 비중이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정지출증가요인이 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가인상요인을 분석하여 이를 반영할 경우, 당연히 의원이 병원에 비해 좀 더 높은 수가를 주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는 의원에서 발생하는 행위의 상당부분이 진찰료 (진찰 행위)인 반면, 병원의 경우 수술, 검사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 놓고 "평균수가인상율 + 종별가산=> 의원 > 병원"이라는 등식을 공론화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무식의 소치이다.

오히려, 의원 수가 특히 진찰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건보재정 전망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데, 의외로 적지않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심지어는 의료계마저도 건보재정 적자를 망국의 길로 보거나 큰 난리가 난 것처럼 침소붕대하는 경향이 있다.

건보는 매달 보험료를 거두고, 매달 지출하는 단기보험이다. 흑자를 내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흑자가 난다고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지도 않다.

국민들이 내고 국민들이 의료비로 쓸 돈인데, 시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자가 날 수도 있는 것이며 적자난다고 건보재정이 부도나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PS : 기자가 기사를 잘 못 썼다는 이야기는, 기사 중에,
"...의원급에 병원급보다 가산금을 더 많이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는
"...의원급에 병원급보다 진료비을 더 많이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로 바꿔야 한다는 말. 가산금은 의원이 아니라, 병원급이 훨씬 더 많이 받고 있음.



 
201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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