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활성화의 이해와 우려, 그 현실적 개선방법

일차의료 활성화의 이해와 우려,  그 현실적 개선방법




지난 주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 링크 : "복지부, 침체된 일차의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기사 타이틀은 "침체된 일차의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인데, 요약하자면, 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일차의료기관 경영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되,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추상적이고 막연한 과제를 지양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잠깐 짚고 가자면, 일차의료활성화를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은 이미 지난 2010년 만들어졌고, 당시 일차의료활성화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 포함되고, 국정과제로도 채택되어 이를 전담할 부서가 의료정책국 내에 만들어질 정도로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이 논의는 채 2년을 넘기지 못한 체 유야무야 되었다. 
지금 정부는 이 걸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얹어 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차의료란 무엇인가?


사실 정부가 사용하는 '일차의료'라는 용어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없다. 법적 용어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일차의료"라는 말을 쓸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의원이나 병원은 법에 따라 지칭하는 용어가 서로 다르다. 

의료법은 이들을 "의료기관"이라 부르며, 의원은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 병원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법은, 이들 종별 의료기관의 표준업무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정한 것이 "종별 의료기관 표준업무에 대한 고시"이다. 이 역시 지난 2011년 경 고시된 바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은 이들을 "요양기관"이라고 부르고, 전국에 산재한 43개 상급 종합병원을 '2단계 요양기관', 이를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을 '1단계 요양기관'이라고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라, 환자들은 '2단계 요양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단계 요양기관'을 우선 방문하여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1단계 요양기관'에는 2만8천여 의원뿐 아니라, 수천개에 이르는 100병상 내외의 소규모 병원은 물론 400 병상 혹은 500 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병의원이 모두 한 링위에 올라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다.

한편, 의료급여법은 병의원을 "의료급여기관"이라고 칭하며, 1차, 2차, 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분류한다. 이 때 '1차 의료급여기관'은 의원을 의미하며, '3차 의료급여기관'은  43개 상급종합병원 이며, 이 둘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2차 의료급여기관'에 속한다.

법에 따라 필요에 의해 제각각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위 발언 (이 발언은 의료정책국장에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의 다음 귀절에 주목해 보자.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여기서 말하는 일차의료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의료법의 의원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건보법의 1단계 요양기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의료급여법'의 1차 의료급여기관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환자가 최초로 방문하는 의료기관 즉 gate keeper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추측컨대 심정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을 지칭하고자 함이 분명한데, 왜 굳이 일차의료라는 말을 쓴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는 다분히 병원계 특히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을 의식한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의료법상 병원에는 분명하지만, 30 병상을 넘겼다는 것 외에는 사실상 의원과 다름 아닌 곳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건보법상 1단계 요양기관에 속한다. 

이 1단계니 2단계니 하는 것은 바로 의료전달체계를 의미한다.
전국에 산재한 수만 개의 의료기관 중 달랑 43 개 초대형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1 단계에 속하니, 이를 두고 '의료전달체계'라고 할 수 없다.

즉,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는 의료전달체계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수천개 소규모 병원 중에는 의원만큼이나 혹은 더욱 더 열악한 지경에 있는 곳이 많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각종 법규에 따라, 병원으로 분류되고 병원 정책을 따르도록 해야 하지만, 그들을 500 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사실 실정을 들여다보면 이들 대부분의 병원은 서너명의 의사들이 각자 대출을 받아 동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많으며, 의료기관 규모상 상당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아, 어찌보면 시한폭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의원급 의료기관 활성화" 혹은 "동네의원 살리기" 등등의 용어가 보건복지부로써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애둘러 "일차의료"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는데, 이런 애매하고도 포괄적인 명칭은 논의 진전을 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도랑치고 가재잡고 싶겠지만, 일차의료활성화에 병원이 끼어드는 순간, 논의의 핵심은 멀리 증발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는 이미 중소병원은 별도로 협의체를 구성해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니, 잘 하면 비켜갈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일차의료"라는 명칭은 주치의 제도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왜냐면, "일차의료"로 번역된 원어는 "Primary care"이며, Primary health care provider를 가진 나라들 (주로, 영국 캐나다 및 일부 유럽 국가들) 에게 일차의료란 곧 주치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치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제도가 의료계에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미 언급한 바, 현 제도 체계에서 주치의 제도 도입은 불가능하다.






자, 다시 기사에 주목하자.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활성화"란 무엇인가?

활성화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일차의료기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이 '제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일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일차의료기관 (...역시 그것이 무엇이든...) '경영 개선을 하도록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정부와 의협은 지금 의정협의체를 구성해서 같이 협의하자는 것인데, 제각각 다른 생각을 품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계는 경영개선을 먼저 요구할 것이며,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면 경영 개선이 되도록 해 주겠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활성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으면 논의는 결국 평행선을 가고 말 것이다.

의료정책국장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과제를 지양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할 것"이라고 했다.

대단히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기사에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로 다음과 같은 언급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과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부터 수가 개선, 의료서비스 개선 등 필요시 별도 논의기구를 구성해 가시적인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개선과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의료계와 신뢰강화 등에 입각한 논의 주제를 선정할 것"이라고...

요약하면 1) 제도개선, 규제개선, 수가개선 2)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한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이다.

2)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한 일차의료 기능 강화는 제 역할을 잘 하라는 이야기이다.

1) 제도개선, 규제개선, 수가개선은 이를 위해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차의료 기능 강화는 카운터 파트너 즉, 병원계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왜냐면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정부도 병원계의 동의없이 어렵다.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필요성은 70년대 의료보험이 도입될 그 시기부터 주요 언론, 시민 단체 등이 주장하였고, 정부 역시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번번히 병협의 반대에 부딛혀 무산된 바 있다. 심지어 제도 마련을 마치고 실행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한 적도 있다.

현행 의료법대로, '병원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한다'는 것은 현재로는 이상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큰 산은 하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사실 제도나 규제의 개선은 상당 부분, 정부의 의지에 의해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수가 개선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법대로 하자면" 수가에 정부가 입김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수가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하여 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가 조정은 "건보법"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즉 건정심에서 정할 일이다.

즉, 이건 정부가 아니라, 다른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수가 개선을 하려고 해도, 건정심,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등이 버텨 버리면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설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정부도 "명분"이 있어야 하며, 바로 그 명분을 의료계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 명분은 바로, 주치의 제도 도입 혹은 총액계약제 등 결코 받기 쉽지 않은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보건의료정책국장의 말씀대로, 위의 두 가지 사항은 모두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사실, 그리 쉬웠다면 이리 오래 끌 일도 아니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왜 자꾸 이리 초를 치냐?

고, 열불터져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진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일차의료 기관이 제 몫을 다하고, 경영 구조 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좀 더 쉽고 솔직한 방법부터 강구하며 서로의 진정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오늘자 (10월 7일) 모 전문지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의원의 경우 543개 의료기관이 총 2천565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를 제 때 갚지 못해 압류를 당했다고 한다.

또 병원의 경우, 166개의 병원이 총 1천166억원의 채무로 요양급여비가 압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의 경우, 의원당 약 4억7천만의 금융 부채가 있다는 이야기이며, 병원은 대략 7억의 부채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만 놓고 보아도, 전국에 개설된 의원은 약 2만8천여 개소로 통상 의원 개설시 3~5 억 가량 비용이 필요한데, 의원당 2억 씩 부채가 있고, 이 중 30%는 부채가 없다고 가정할 때, 의원들이 지는 부채 총액은 대략 3조 9천억원 가량 된다.

물론, 이는 가정인데, 위의 자료를 보면, 총 부채 규모가 크면 컸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3조 9천억의 년 이자율 7%로 계산하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이 금융비용으로 내는 이자만 년 2천7백억이 넘는다.

참고로, 2011년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총진료비 규모는 약 10조이며, 이 중 공단 부담액이 7조 5천억 정도이다. (정확하게는 9,982,805,040천원 / 7,482,045,696천원)

또, 2011년에 수가협상을 통해 의원 수가를 2.4% 인상했는데 이는 2012년에 약 1천8백억을 공단에서 더 지급하겠다는 의미이었다.

즉 해마다 수가인상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금융이자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의미는 만약 의료정책의 실패로, 의료가 붕괴되면서 병의원들이 줄도산을 하게 되면, 의원만 약 4조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침체된 일차의료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지난 2009년 경, 위협받는 골목 상권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즉 이른바 SSM이 골목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형할인마트와 함께 동네 수퍼마켓과 골목 구멍가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 연이어 보도되고 심지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른바 "골목 수퍼 추경"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경제 회생과 활성화를 위해 30조원을 추경하겠다고 한 바 있다.

또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 보였으며, 실제 30조 가까운 돈이 추경되었고, 이 중 상당 금액이 대출, 신용보증 지원책 등 중소 상인 및 영세민 지원으로 풀려나갔다. 그래서 얼마나 골목 상인들 삶이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찬가지이다.

실제,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를 하려면,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에 나서야 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현재 금융기관, 개인간의 부채 등으로 허덕이는 의원들의 빚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소위 "일차의료 활성화 기금"을 조성하여 이 기금을 토대로 정부기관, 금융기관, 의료관련기업 들이 증자하여 펀드를 조성하여 저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해 주거나,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방법 "투자"는 현재로는 매우 어려운 방법이다.

왜냐면, 현 의료법 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의료법인은 만들 수 없으며, 특히 의원이 법인 형태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그것이 법인이든, 아니든,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바꾸어말하면, 모든 의료기관은 자신이 출자하거나 아니면 차입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의 경우, 출자하는 그 즉시 그 재산은 원칙적으로 출자자의 것이 아니다.

대형병원에서부터 의원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어려움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병의원을 하는 그 순간부터 채무자가 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혹은 의료기관"이라는 것은 차입이 아닌 투자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경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건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사견이지만, 설령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허용된다고 하여도, 투자를 받아 병원을 건립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이다.

왜냐면, 이미 국내에는 충분한 수의 병원이 있으며, 병상도 넘치는데, 투자를 허용하여 또 병원을 짓도록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의원에 대한 투자"는 차선책으로 검토해봄직한 방법이다. 문제는 누가 과연 의원에 투자하겠느냐이다. 의원의 수익 구조가 투자할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의 논의가 아니므로, 이 문제는 다시 언급키로 한다.

정리하자면,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펀드를 구성하여 의원의 채무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의 중요성은 대부분 금융기관의 경우, 의원을 경영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주는데, 현존하는 의원의 적어도 20% 정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지만, 폐업과 동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상황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늘어나는 부채에도 불구하고 개원을 지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만8천개의 20%면 대략 5~6,000 개 의원인데, 이중 10%인 543개 의원이 한계 상황에 부딛혀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를 압류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들이 의원을 정리하고 취업 등 새 활로를 찾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한편, 왜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원 의사의 대부분은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일방적으로 정하는 수가와 당연지정제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과 자산을 투입해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와 심사를 통해 규제받으며 진료를 하는 이들이다.

상식적으로, 나라가 정한 규율 속에서 이를 지키고 행위를 하면 최소한의 안정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그 규율 속에서 성실하게 진료를 한다고 그 최소한의 안정이 유지 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 점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는 의료는 국방, 교육과 더불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의료 공급이 붕괴된다는 것은 어느 대기업 하나 도산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난적 사태이며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의료 시스템이 건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보살피고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세번째, 언급했듯이 만일 의료가 붕괴되어 다수의 병의원의 부도 사태가 날 경우, 이 부담은 모두 금융기관이 지게되며 금융기관 역시 악성 부채로 건전성이 나빠져 부실화되고, 이는 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여전히 설마 그럴 일이 생기겠는가 의문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도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일거에 무너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97년 IMF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역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의료 공급의 붕괴 조짐은 이미 각 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단지, 외면하고 싶고, 생각하기 싫을 뿐이다.

지난 2010년 소위 쌍벌제 법안을 심의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리베이트 규모가 년 2조에 달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법안 발효와 함께 강력한 단속으로 수천명의 의료인이 조사를 받고, 공포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리베이트는 거의 완벽하게, 정부의지대로 단속되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저수가 속에 허덕이면서 리베이트로 병의원 경영 보조를 하던 2조란 돈이 증발했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장관의 말대로 병의원이 2조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개인 치부를 하고 희희낙락 써버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돈 대부분은 경영 적자를 메꾸는 것에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의료계는 각종 규제와 단속으로 꼼짝않고 숨쉬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자, 어찌할 것인가?

지금 유유낙락하며 의정 협상 테이블에서 언어의 유희만 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과감한 결단을 할 것인가?


2013년 10월 7일



Dr. Song's Blog : http://mvkceo.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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