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판결 -의협 중앙윤리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상한 판결

의협 중앙윤리위는 어디로 가고 있나?




아래 기사를 종합해보면,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뇌물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의심되어 구속된 세브란스 병원 박모 교수에 대해, 의협은 “회원 권리 정지 3년” 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에 이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도 의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들이 있다.

첫째, 박모 교수는 아직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비록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되고, 기소된 상태이긴 하지만, 선고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은 무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협은 서둘러 복지부에 행정처분 즉 면허자격정지 혹은 면허 취소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의사들이 비난하는 사항 즉, 현재 복지부가 기소만으로 의사면허 행정처분을 하는 것과 같은 행태이다.

기소가 되었다고 다 유죄가 아닌데, 기소만으로 행정처분하도록 한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부르짖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의협이 나서서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을 놓고 소속 회원을 행정처분하라고 복지부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 박모 교수란 사람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둘째,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사항으로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법적 권리가 없다.

현행 의료법은 의협의 자율징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징계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의협 회장은 중앙윤리위의 의결에 따라, 해당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한정한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제1호)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는 대통령령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 광고행위 등이 이 것에 해당된다.

한편, 진단서 허위 작성은 같은 법 제66조제1제3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격정지 사항일 뿐, 이를 의협이 행정처분을 하라, 하지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의협이 옆에서 거들지 않아도, 법에 따라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사항이다. 그러니 굳이 행정처분하라도 헛소리할 필요 없단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오바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바하는 걸까?

박교수의 허위진단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건이었고, 그래서, 굳이 나서서 강력하게(!) 꼬리를 잘라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박모 교수는 협회장이 나온 대학의 교수이다.

셋째, 회원 권리정지 3년이 최고의 징계라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중앙윤리위가 회원 권리정지 3년을 의결하였으므로 그 박모 교수는 앞으로 3년간 협회의 임원 등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두드러지게 그가 받을 수 있는 피해는 별로 없다. 의협신문이나 협회지가 오지 않는 정도?

오히려 회원 권리정지 3년을 받음으로 박모 교수는 공식적으로 회비를 3년간 내지 않아도 된다.

회원 권리정지라는 건, 협회장에 출마하거나 대의원회 의장이 되려는 사람에게나 예민한 사항이다.

예를 들어, 지금 협회장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회원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그랬음에도 회장이 되었고, 한참이 지난 다음, 지금 이 윤리위가 재심하여 벌금 1천만원으로 바꾸었다.

즉, 회원 자격을 살려주어 회장직을 수행하도록 봐 준 것인데, 그간 논란이 된, 윤리위의 판결 수령 회피, 정보 유출, 재심 기한 어김 등등과 같은 이미 캐캐묵은 것들은 그만 두고라도, 형법상 벌금 1천만원은 징역 3년형에 상응하는 중범죄 행위이다.

지금은 다수의 의사들이 그냥 묻어 버리고 가자는 분위기여서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뿐, 지금 회장은 태생적 결함을 많이 안고 태어난 것이다.

한편, 얼마 전에는 현 윤리위원장이 집행부가 윤리위 업무를 방해하고 장악하려 한다는 뉘앙스의 공문을 회람시키고 사퇴를 선언해 버린 바 있다.

그 공문을 받은 대의원회 의장 등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이다.

상식적으로 중앙윤리위가 의료법을 모른 체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릴 리가 없다.
또, 윤리위 의결 사항은 상임이사회의 의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복지부에 행정처분 요구 또한 윤리위가 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장이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분히 추측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기가 막히고, 한 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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