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철회, 사건의 재구성과 의혹






지난 17일 오전,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발표가 있은 후, 그 날 오후부터 의정협의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 즉, 파업을 강행할 것이냐, 철회할 것이냐를 놓고 총회원 투표가 개시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18일.
노 회장은 이날 오전 BBS 불교방송 '김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처음에는 협상안 수용 쪽이 더 많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분위기는 굉장히 비등한 상황"이라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파업 철회 투표는 지난 투표와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지난 번 1 주일간 진행된 10일 파업 찬반을 물은 투표 때는 의협은 매일 투표율을 공개하였고, 수시로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내면서 투표 참여를 종용했다.

또, 전회원 투표임에도 6만명이라는 이상한 유권자 수를 발표하였는데 (과반수 투표를 위해 모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 이번에는 과반수 개념도 없이 투표가 진행되었다.

전과 달리 노회장은 투표율 공개를 거부를 선언했고, 이런 일련의 모습은 왠지 투표를 실시하기는 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듯 보였다.

결국, 의정협의에 대해 회원들이 반발하며 ‘도대체 얻은 것은 무엇이냐?’, ‘지난 번 노회장이 뒤집은 1차 협의 결과와 다른게 도대체 뭐냐?’며 비난이 들끓었는데,

특히 건정심 구조 개선에 대한 사항에 대해 의정협의문 내용을 놓고 정부와 해석을 달리하면서 반발이 거셌고, 이에 대한 노회장의 해명이 먹혀 들어가지 않자 그 날 밤 부랴부랴 55분짜리 해명 동영상을 만들어, 페북 등을 통해 공개하는 노력도 보였다.

심지어 노회장은 자신의 페북에 ‘상임이사회 의결을 통해 투표를 중단하고 재투표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까지 썼는데,

이는 예상외로,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심했고, 그로 인해, 이틀간의 투표 결과가 파업 반대보다 찬성표가 의외로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페북을 본 일부 의사들은, ‘진짜 투쟁하게 될까봐 쫄아서 이젠 투표를 뒤집겠다는 소리냐!’고 비난하는 글을 올려 인터넷으로 돌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상임이사회에서는 "낙장불입인데 정부에게 부인하거나 되돌릴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며,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어 분명한 답장을 받거나, 재투표를 한다."라는 의견이 18:1로 부결되었다고 노회장은 자신의 페북에 썼다.

이 부결의 이유도 사실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렵다.

3월 19일 노회장은 페북에, “신념을 지키자”며, 자신의 신념은 “파업 유보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회장이 파업을 종료시키고 싶어했다는 것은 그 밖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경향신문은 건정심 공익위원 동수 추천은1차 파업 전인 2월에 이미 결정되었으나, 이를 감추고 파업을 강행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폭로성 기사를 내 노회장을 곤경에 빠트렸으며, 노회장은 구두로 오간 말일뿐 이면합의는 없었다며 허위기사를 쓴 경향신문에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드디어 3월 20일.

투표 결과를 공개하기로 한 정오경.

주요 언론, 전문지 기자들이 의협 기자회견장에 모여 들었다.
12 시 정각에 회견장에 들어선 노회장은 기자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 상대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
바로 의정협의의 복지부 대표이다.

노회장이 스스로 쓴 페북에 의하면,

"건정심에 대한 정부측 입장확인을 요청했었는데, 답변이 늦어진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저는 건정심 논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보여주지 않으면, 개표를 하지 않고 재투표를 하겠다고 정부측에 고지하였습니다."

라고 했다. 또,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있던 모든 방송사들이 다 기다려야 했고”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건정심 논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보여주지 않으면, 개표를 하지 않고 재투표를 하겠다고 정부측에 고지”했다는 것이다.

10분쯤 후, 노회장은 권덕철 정책관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면서, 이를 읽어 내려갔다.

노회장은 페북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있던 모든 방송사들이 다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생방송을 통해 정부가 야기한 혼란이 모두 전달되었습니다.

12시 10분,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공익 8명 중 4명을 제외하고 4명에 대한 추천권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완곡한 사과의 표현과 협의결과를 존중하고 성실과 신의로 이행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결국 정부(보건복지부)는 생방송되는 공중파 방송에서 제게 보내온 공문을 읽는 저의 입을 통해 건정심 등 여러 협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공언하게 되었습니다.”

노회장의 페북 글 대로라면, 노회장은 전국에 생방송되는 가운데, 중앙부처 공무원을 협박했고, 그는 그 협박을 못 이겨, 항복한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전국 생중계라는 상황을 기막히게 이용한 베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파업은 "유보"되었고, 대내외적으로 노회장이 뭐라고 표명하고 설명하든, 원격의료,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설립은 의협이 받아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으며,

창조 경제를 추진하는 청와대, 오랜 숙원을 해결해 낼 수 있었던 복지부, 민주당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이는 것을 지켜 본 새누리당, 그리고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보수 세력, 보수 언론에게 노환규는 강한 인상을 심어 준 이름이 되었다.

칭송받게 된 것이다.

자, 여기까지는 그간 있었던 사실들을 재구성한 것이고, 지금부터는 의혹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추정해 보자. 순전히 의혹일 뿐, 판단은 각자가 하시라.

1) 노회장은 투표 결과를 몰랐을까?

노회장은 개표 전에 투표 결과를 모르고 있었을까?
사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투표는 전적으로 노회장이 관리했고, 온라인 투표는 마음만 먹으면 투표율은 물론, 그 결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 투표 결과가 조작되지는 않았을까?

이건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건, 그의 <신념>이라는 건 <파업유보>였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투표한 첫 이틀간의 결과는 파업찬성이거나 박빙의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파업 반대표가 25%의 큰 차이를 보이며 많았다는 것은 사실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3) 권덕철 정책관과 사전 협의가 있었을까?

투표 결과 발표전의 10분 동안의 쇼는 사실 어색한 점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첫째, 왜 상임이사회의 의결 즉, ‘정부에게 부인할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 답을 구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으면서 이를 어기고, 생중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답을 내놓으라고 했을까?

둘째, 신념(파업유보)을 지키자고 스스로 다짐했으면서, 권덕철 정책관이 답을 주지 않거나 종래의 복지부 입장 즉, 의협과 다른 해석을 계속 반복했다면 어떻게 하려고 한 걸까?

이미 투표 결과 (파업 유보)를 알고 있었다면, 그래도 개표 포기, 재투표를 선언했을까?

셋째, 권덕철 정책관은 왜 이제 와서 복지부 다른 인사 즉, 보건의료정책과장, 보험정책과장 등과 다른 입장을 순순히 내놓았을까?

이런 의문들로 혹시 정부와 사전에 모의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노회장 말대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기자들을 기다리게 하면서 위험한 쇼를 할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즉, 페북에 쓴대로, "건정심에 대한 정부측 입장확인을 요청했었고", 이 대답을 기자들 앞에서 보는 연출을 했을 것이다. (사전에 받아 그 때 보는 척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문에, 12시 정각에 기사회견장에 그 같은 문건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즉, 12시 이전에 정부와 사전에 문건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그렇다면 왜 권 정책관은 노회장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을까?

노회장의 페북에 따르면,

"저는 건정심 논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보여주지 않으면, 개표를 하지 않고 재투표를 하겠다고 정부측에 고지하였습니다."

라고 한다.

여기서 결정적 의문이 생긴다.

사전 모의(?)를 했고, 즉, 사전에 복지부에 압박(?)을 가하며 정부 입장을 요구했다면, 또, 그 때, 투표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이 세가지 가정이 모두 맞는다면 (지금으로 봐서는 모두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이는데), 납득되지 않는 것은,

투표 결과가 그가 원하던 파업 유보인데, 왜 재 투표하겠다고 압박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또, 파업 유보라는 걸, 권 정책관이 알았다면, 굳이 그 같은 항복 문서를 써 주었겠느냐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하루 만에 마음을 바꾸고.

이럴 수 있다.

사실은 파업 유보가 더 많다는 걸 알면서도, "투표 결과가 파업 강행이다. 지금 복지부가 이런 저런 내용의 답을 주지 않으면 파업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공갈을 치는 것이다.

이건 복지부를 속인 것이다.

혹은 이럴 수도 있다.

사실은 투표 결과가 파업 강행 의견이 더 많았고, 이 결과에 놀라 복지부에 연락해, "지금 파업 강행 결정으로 결과가 나왔다. 뭔가 조치를 해 주지 않으면 파업 강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추정이지만.

그렇다면, 이건 회원을 속인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단순히 재투표 하겠다는 말로 그 같은 항복 문서를 써 주고, 받아낸다? 자기는 이미 투표 결과를 알고 있는데? 이게 상식적인가?

물론, 그럴 수 있고 그게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이 아니니, 의혹이라고 하는 거다.

또, 의혹만으로 더 이상 추정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니,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물론, 그간의 사건들을 재구성해보면, 의문의 답을 찾는 건 의외로 쉽다.
답은 스스로 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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