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러시아 상원 의회가 1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청이 있은 지 2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내 크림반도에 대한 파병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과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여부를 이해하려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마치 터키가 동서양의 다리이듯, 러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못생긴 감자 같은 모양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루마니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국가 들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흑해가 위치하는데, 흑해 쪽으로 튀어 나온 반도가 바로 크림 반도이다.
원래 이 크림 반도는 우크라이나의 땅이 아니다. 과거 제정 러시아 몰락 이후 소련연방을 구성할 때, 우크라이나가 창업 멤버로 들어간 보상(?)으로 러시아로부터 건네 받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크림반도에는 인구 250명 중 70% 이상이 러시아 계열이며, 우크라이나 계열은 20% 가량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에는 수도 키예프를 관통하여 국토의 남북으로 흐르는 드네프르 강이 있는데, 이 강을 중심으로 동부는 공업지대가 발달되었고, 친 러시아 성향을 가지며, 서부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못 살며 친 서방 성향을 갖는다. (크림 반도는 이 강의 동쪽에 위치.)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서부는 EU와의 무역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하면서, 공업이 발달된 동부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며, 러시아 인들을 차별하는 등의 정책을 폈고, 이에 반발한 동부는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 계열들과 힘을 합쳐 친 러시아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가 바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와의 무역 협정을 중단시키고, 친러 정책을 펴자 이에 반발한 서부 우크라이나 쪽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민주화를 요구하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게 된 것이다.
그가 의회에 의해 축출된 것은 바로 지난 22일이며, 이후 그는 도피하여 러시아로 숨어들어가 자신의 정권을 되찾겠노라고 주장했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의 실체는 물론, 독재 부패 정권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였지만, 우크라이나 동, 서부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그 원인인 것이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축출 이후 서부 지역이 요구하는 대로 친서방 계열의 임시 대통령이 취임하여 일견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어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러시아의 개입 선언으로 국제적 사태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 의회가 파병 승인을 한 명목상의 이유는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러시아 인들의 보호이다.
크림 반도는 오래 전부터 우크라이나에서의 독립을 주장하며, 현재도 자치구 형태로 있는데, 반 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테러, 학살, 심지어는 인종 청소까지 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이유는 크림 반도에 위치한 러시아 해군 기지의 보호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국토는 큰 반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항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동쪽으로는 블라디보스톡, 서북쪽으로는 발트해로 나갈 수 있는 세인트피터스버그, 그리고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크림반도가 전략적 군사 요충지인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EU와 미국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과연 푸틴은 군사 행동을 할까?
이 경우 미국을 포함한 NATO 연합군은 맞대응을 할까?
만일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부와 국민들이 미국과 NATO를 등에 얹고 무력행위를 하게 된다면, 전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NATO와 러시아가 정치외교적 타결을 보아 크림 자치주를 독립시키거나, 적어도 크림 반도 내 러시아 해군기지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쪽으로 합의가 된다면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나 미국 모두 치킨 게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 타협을 볼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사실 소련의 붕괴라는 대사건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있어왔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여진과도 같은 것이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도 그냥 덮을 수 만은 없었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국제 정세는 어찌 보면 먼 나라,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국제화 사회에 살고 있는 지금 그저 남의 일이라고 넘길 일도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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