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이 의협 회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9일 노회장은 기자회견 중 "회원들을 처벌하기 이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협회장인 나부터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있었던 다른 기자회견에서 복지부 권덕철 정책관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면서 "하루이틀 사이에 (해임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오마이 뉴스 기자는 쓰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협 회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무척 궁금한 구석이 아닐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회장의 주장은 정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참고로, 오마이 뉴스는 대표적 진보 신문이고, 보건의료노조나 노환규 회장의 주장, 즉 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 강화, 원격진료 반대,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요 논조로 하는 신문이다.

따라서, 약간 노회장 측에 기울어진 기사를 썼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건 권 정책관이 기사에서처럼 답했을 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설립해야만 하는) 사단법인이다. 통상 사단법인은 사원으로 구성되는데, 의협의 사원은 의사들이다. 대한민국 의사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부터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의 사원 즉, 회원이 된다.

그래서, 의협을 의료인 중앙회라고 부르는데,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 설립해야하는 단체이다.

또한 협회의 정관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통해 발효된다. 정관을 변경하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의협을 비롯한 각 의료인 중앙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조 요청에 협조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정부가 위임한 각종 사업을 하여야 한다.

그 중에는 의료광고심의, 의사 보수교육, 의료인 면허신고 등이 포함된다.

노 회장이 언급한 '해임' 건은 사실과 다른데, 해임이란 임명권자에 의해 직위를 그만 두게 하는 것을 말하며, 의협 회장은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관에 따라 선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도 의협 회장 직을 해임할 수 없으며, 회원에 의해 불신임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다만, 법은 협회가 정관 외의 사업을 하거나, 국민보건 향상에 방해 행위를 하거나, 협조에 불응하는 경우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관 개정 혹은 임원을 새로 선출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회장도 임원이므로, 회장을 새로 선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해임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왜냐면, 언급했듯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장의 임명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복지부의 이 재선출 명령을 수행할 방법에 대한 협회의 정관 및 제규정의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의협 100년 역사상 정부가 의협 임원에 대한 재선출을 명령할만한 일도 없었고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명무실한 법에 불과했던 것이다.

만의 하나 노회장이 언급한 해임(실은 임원의 재선출)을 명령하면, 법적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가정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회장 (혹은 임원) 불신임안을 상정하여 처리하는 방법 뿐이다.

물론 이 또한 여러 이유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불신임 안이 상정된 후 투표에 의해 부결될 경우에는 다음 대처 방안이 마땅히 없다.

다시 말해 만의 하나 복지부가 이런 명령을 내릴 경우 협회는 엄청난 혼란과 갈등, 내분이 초래될 것이다.

이렇게 협회가 복지부에 대해 종속적 관계를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법에 규정되었듯 중앙부처의 허가를 받아 법에 따라 만들어진 단체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의사협회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전문가 집단인 변호사 협회와 비교할 경우 변호사 협회가 정부에 갖는 종속성과 법과 규정에 따른 굴욕적(?)인 조항은 사실 의협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법에 규정되어 만들어진 다른 전문가 단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들로 구성된 제약협회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강력한 규제와 제재를 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민간 단체가 얼마나 정부 기관에 종속되어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측면이기도 하며,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당부분 불필요하고 유명무실한 법을 삭제하고 규제를 풀어야 할 측면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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