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투자하면 좋을까?
세대론
"X-세대"라는 용어를 기억하실 것이다.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X 세대란 베이비 붐 다음 세대를 말한다.
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과거 세대들을 잠깐 짚어 보고 가자. 이 세대 명칭은 주로 서구 즉,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1. 잃어버린 세대 : Lost generation 혹은, Generation of 1914라고 불리기도 한다. 1883~1900년 사이 출생자 들이며 1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이 사망했던 세대들이라 이렇게 부른다.
2. 위대한 세대 : Greatest Generation. 2차 세계 대전에 승리를 이끈 참전 세대로, 1901~1924 사이 출생자 들로 대공황 시절의 출생자이기도 하다.
3. 침묵의 세대 : Silent Generation. 1925~1942년 사이 출생자 들로, 나이가 어려 운 좋게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세대들이다. 참전하지 못해 침묵해야(?)할 세대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4. 베이비 부머 : Baby boomers. 이른바 전후 세대라고 불리는 1943년 이후부터 1960대까지의 출생자 들을 말한다.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의 세대이고, 히피 같은 문화 소용돌이의 시대이다. 베이비 부머 들의 부모를 the pig in the python이라고 하는데, python은 비단뱀을 말하며, 비단뱀이 의미하는 것은 인구가 급팽창한 베이버 부머 들이며, 돼지는 그 부모를 말하는데, “돼지를 머금은 비단뱀”이란 많은 자식에 치여 살아야 하는, 즉 자식에 의해 잡혀 먹혀야 하는 그들 부모의 처량한 신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5. 그 다음이 X-세대이고 다음이 밀리니움 세대이다. Generation Y라고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N (네트워크 혹은 next를 의미) 세대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출생아들이다.
그 외에 중국에는 80년대 이후 세대를 지칭하는 팔령후세대 (八零后世代)(Post-80s)라는 것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386세대, 호주에는 Stolen Generation이라는 것도 있다.
이렇게 문화와 국가에 따라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세대가 겪어야 하는 독특한 역사적, 시대적 상황이 엄존하여, 그것이 그들 세대에 독특한 가치관과 사고를 심어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X-세대가 그런 성향이 아주 강한데, 이들은 1960년 중반 이후부터 198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이들을 13th generation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William Strauss와 Neil Howe라는 미국 통계학자들이 미국 인구를 코호트 스터디 하여 밝혀낸 것으로, 미국은 독립 이후 거의 19~20년 주기로 인구가 줄거나 늘어났으며, 이중 13번째 인구 변화가 된 세대가 바로 X-세대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X 세대가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이 용어가 다른 세대의 명칭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X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독특한 문화관,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X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헝가리 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이다.
그는 세계 대전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찍은 포토 에세이를 발간하면서 그 책의 제목을 Generation X라고 붙였다. (즉, 그가 주목한 X 세대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X 세대가 아니라 사실은 베이비 붐 세대이다.)
그러나 실제 X 세대란 용어가 널리 사용된 것은 1991년 발간된 소설 “Generation 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 때문이었다. 이 책은 캐나다 작가 Douglas Coupland가 1980년 후반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서술한 것이었다.
세대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 건, 사실은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 이 글의 제목을 <무엇에 투자하면 좋을까?>라고 붙인 건 사실 이 글을 읽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어느 개인에게 투자하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혹시라도 새로운 투자 정보를 알 수 있을까 기대했던 분들이 재미도 없는 글 꾸역꾸역 읽었다며 실망하면서, unlike를 누를 테니,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아… 페북에 unlike는 없던가?)
늘어난 튜브 효과
베이비붐 세대는 1945년~1964년 사이 출생자이며 (학자에 따라 년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세대라고 했다.
한국 나이로 보자면, 현재 51세부터 70세의 나이를 갖는 세대이다.
이들의 절반은 이미 사회에서 은퇴하였거나 곧 은퇴할 예정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후기 산업시대 즉, 중공업 시대를 이끌고 개발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나라 성장에 이바지한 아버지 세대의 막내들이거나, 그 아버지들의 장남인 세대들이다.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일 했다면, 어느 정도 삶의 기틀을 잡고 증권이나 부동산 등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제법 부를 가지고 있을 세대들이다.
이들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이 세대들이 국민학교, 중 고등학교나 대학을 갈 때는 과밀 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로 학교가 모자랐고, 머리가 터져라 경쟁을 해야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사실 모자랐던 건, 비단 학교 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체증을 처음 겪은 세대들이기도 하고 특히 심한 주택난을 겪은 세대들이다. 이들 세대에게는 무엇이든지 모자랐고, 늘 사람이 많았고, 그만큼 경쟁도 심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서 초기에는 직장을 얻는 건 지금에 비해 쉬었지만,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경쟁이 심했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도1997년 IMF사태, 2008년 미국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면서 조기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일찍이 직장을 잃고 나서, 오히려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반대로 쪽박을 차기도 한 세대들이다.
또,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 잦은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한 질병과, 결핵과 같은 후진국 병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천형과 같은 간염보균으로 40대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세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스쳐 지나 간 자리는 텅 비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를 위해 급격히 늘어난 고등학교와 대학은 이제 학생이 없다. 특히 지방 곳곳에 마구 세운 대학은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신문, TV에 학생을 모집하는 광고를 내야 하고, 외국 유학생에게 유치하며 겨우 버티어 내는 곳도 많다.
현재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수요로 마구 지은 아파트로 공급이 넘어났지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수요 감소로, 과거처럼 아파트 투자로 돈 버는 시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실 지금 젊은이들의 취업난의 원인도 수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똬리를 튼 체 비켜나 주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 세대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를 수용하기 위한 각종 시설, 인프라에 대한 급격한 투자를 하고 나서, 그 세대가 지나간 후, 마치 고무 튜브 사이로 코끼리가 지나간 듯, 늘어난 팬티 고무줄처럼 널널해지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을 나는 내 맘대로 ‘늘어난 튜브 효과(Dilated tube effects)’라고 부른다.
고령화 시대
아무튼 과거는 그렇다 치고, 이 세대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자.
이들이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는 건 이미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는데 초기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미 노인이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이다.
이 같은 급격한 고령화는 수명 연장, 출산율 저하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 시작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뿐 아니라 지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 고령화의 진짜 문제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노인 비율이 증가하느냐이다.
왜냐면, 서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사회는 그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미처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각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게 된다.
통상 전체 인구 중 노인의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라고 하고,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프랑스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7%에서 14%에 이를 때까지, 즉 고령사회로 넘어갈 때까지 115년이 걸렸다.
고령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일본도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속한다.)
또, 인구 대비 노인의 비율이 14%에서 20%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프랑스가 40년, 일본이 12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빠른 속도로 한국은 늙어가고 있고, 거기에는 한국의 베이비 부머 들의 공(?)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사회 인구가 늙어가면 생기는 몇 가지 대표적인 문제와 현상이 있다.
첫째, 노동인구(일하면서 세금을 낼 수 있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게 되므로, 노동 인구 즉, 젊은 세대들이 노인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의료비, 연금은 물론, 노인들 몫까지 세금도 더 내야 한다.
연금, 특히 국민연금은 젊었을 때 낸 연금을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지금 노인이 젊었을 때 낸 연금은 그 때 노인들에게 다 지불이 되었고, 지금 노인이 받는 연금은 지금 젊은이들이 낸 연금을 거두어 주는 것이다.
흔히, 내가 낸 연금을 모아두었다가 늙은 후에 돌려받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지금 아무리 연금을 많이 내더라도, 내가 늙은 후에 젊은이들의 수가 적어 그들이 내는 연금액이 적으면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뭐라고?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연금은 애초 그렇게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 베이비 붐 세대들이 한참 일할 때는 노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일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많아서, 노인이 쓰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베이비 붐 세대 다음 세대 즉 X 세대나 그 다음 세대는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과거 세대의 명칭 중에 ‘침묵의 세대’, ‘잃어버린 세대’가 있는 것처럼, 다음 세대들 중에 ‘고난의 세대’란 이름이 붙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들의 고난을 덜어 주려면, 지금 세대들이 다음 세대들에게 부채를 넘겨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은 허리를 졸라매고, 우리가 고생해서 자식들에게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자’며 고생했던 세대들이다.
그런데, 국가 부채를 마구 늘리는 정부나 지자체,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무상 보육’과 같은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들은 후대가 어떻게 되든 복지를 늘려서 우리는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다음 세대로 떠넘기자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 책동으로 다음 세대를 말라 죽게 하자는 것이다.
그들을 철저히 경계하고 배척해야 한다.
의료비의 급증
사회가 늙어가며 생기는 둘째 문제는 의료비의 급증이다.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노인이 먹고 살기 위한 비용도 지금에 비해 대폭 늘어나겠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의료비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수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나이가 늘어날수록 만성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단지 나이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고혈압이나 당뇨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고령화의 영향으로 만성질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심평원 연구에 의하면, 과거 2003년~2007년 5년간 일반 질환자가 7% 늘어난 것에 비해 만성질환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는 무려 49%가 늘어났다.
세대변화처럼 질병도 흐름의 변화가 있는데, 과거 19세기에는 감염병이 주요 이슈였다면, 20세기 초중반에는 급성기 질환이 대세였고, 20세기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암질환이 핫 이슈이고, 이제 만성질환이 크게 자리매김할 차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암 질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수명 연장이나 환경의 변화, 식생활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암정책이 암환자의 수를 대폭 늘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게 무슨 궤변 이냐구?
2000년대 초반 소위 암정책을 시행하여, 암환자의 본인 부담율이 5%로 대폭 하향되면서 암 질환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일종의 신수종 사업이 되어 버렸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대학병원은 물론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 대형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암 병동을 짓기 시작했고, 외과의는 외상 수술 치료보다는 암을 전문적으로 수술하기 시작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동반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처 병상을 채우지 못한 암 병동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인근은 물론, 전국적으로 환자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들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대형 병원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고, 반대로 이를 따라가지 못한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암 치료는 고가의 항암제와 각종 의료 자원과 큰 의료비를 집중 투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제한된 건보 재정을 암 치료에 대거 투입될수록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을 보고 있는 소규모 병의원은 더욱 허리를 졸라 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환자 본인 부담을 5%로 대폭 감해 주는 암 정책은 암이 발생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암환자나 가정에는 축복일 수 있지만, 보건의료 보험제도를 거시적 시각으로 볼 때 충분히 보완책을 고려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암병동에서 지난한 세월을 보내며 희생을 치르는 의료인을 폄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참고로 암정책은 DJ시절 보건의료노조, 민노총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큰 업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만성 질환에 대비하라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데 그래서 무엇에 투자하란 말이냐?
투자자 측면에서 보면, 가장 좋은 투자처는 큰 시장(Blue ocean)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보다는 강남 사거리나 코엑스 지하 매장, 분당 서현역 부근에 매장을 내는 것이 월등히 유리하다. (이 세 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즉 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 성공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의대생이라면, 만성질환의 시대를 앞두고 만성질환이나 노인 의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 2만7천여 개원가 역시 만성질환, 노인질환으로 체질 변경을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만성질환 관리는 엄청난 시설 투자를 요하지도 않는다.
만성질환은 비단 대한민국 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정부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이 바로 고령화이며, 특히 고령 인구가 갖는 만성질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리라고?
그렇다. 만성질환은 치료한다(Cure)고 하지 않고 관리한다(Manage)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치료해서 낫는 병이 아니며, 일단 발병하면 죽을 때까지 약을 먹거나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의료비 중 약제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이유도 만성질환자가 급격히 늘어 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걸 의약품 리베이트 탓이라며 규제하고 처벌하면 약제비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베이트가 과연 부당한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이를 수수한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이 급격한 약제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아무튼, 일본은 이미 2008년 법을 개정하여 대사증후군 관리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고, 그 외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그러나 여전히 집단 다수에 대한 만성질환 관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미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가 ‘큰 시장(blue ocean)’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외국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HealthVault를, 구글은 구글 헬스(서비스 중단)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했었고, IBM, GE 등의 회사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가 의료비를 지불하는 NHS를 채택한 나라들은 노인과 만성질환 관리가 늘어날수록 지출해야 할 의료비가 급증하고, 특히 만성질환의 합병증이 병발하면 더욱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고 의료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합병증 발병을 지연시키고 질병 관리를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를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NHS를 시행하는 캐나다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나라의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우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다.
당뇨의 예를 들면, 당뇨로 확진이 되면, 주치의나 당뇨 전문의는 물론, 당뇨 전문 간호사가 수 차례에 걸쳐 일대일 상담과 교육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주기적인 교육 외에도 수시로 상담을 하고, 환자가 자택에서 주기적으로 당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당뇨 관리 센터로 오도록 하여 또 다시 상담하기를 반복한다. 물론 이 같은 교육 상담은 모두 무료이다.
혈당 검사를 위한 소모품은 환자가 구매한 후 정부에 청구하면 대부분 보상해 주므로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인 경우엔 의약품이나 인슐린 등도 모두 무료이다.
주치의 뿐 아니라 내분비 전문의와의 미팅, 안과 의사와의 미팅을 주선하고 필요하면 신장 내과 등 관련 과의 의사들과의 진료도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판을 깔아줘도 합병증이 진행될 수 있다. 아무리 판을 펼쳐 놓아도 무관심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그 땐 방법이 없다. 결국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약칭해서 Watching & Coaching Service 라고 한다.
그런데 만일 이런 관심과 관리에도 불구하고 합병증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캐나다 어느 대학병원 신장 내과 환자 대기실에는 캐나다 보건부가 만든 각종 팜플렛이 있는데, 그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팜플렛이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한 신부전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투석이나 신장 이식인데, 그 팜플렛은 투석을 포기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는 것이다.
만성 신부전에게 투석을 포기하라고 하다니?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만성신부전 확진을 받아 낙담한 환자에게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 제 3의 방법 즉, 투석 포기라는 방법이 있음을 설명하는 우리나라 신장내과 의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솔직하게 말한다.
“투석을 포기하면 고통이 동반되고,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투석을 하게 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매 주 수 차례 오랜 시간 투석을 하는 삶의 질은 형편없을 수 밖에 없다.
직장 생활이나 여행이나 일상 생활의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위기가 오며, 고통이 수반된다.
그 걸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런 삶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 팜플렛의 선한 면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실은 만성신부전 환자가 한 명 늘 때 마다 정부가 써야 하는 막대한 진료비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혹시 의료비 절감 문제로 투석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어떻게 아름답게 설명하든, 소생 가능 없는 환자의 치료를 중지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환자의 선택권이니 존엄성이니 하는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결국은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치료를 중지하자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그렇게 하여 그것에 투입되는 의료 자원, 의료비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많은 생각 중에는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payer 즉 건보 공단과 같은 공공 보험자나 민간 보험자, 많은 의료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병원, 환자의 가족이나 정부가 갖는 서로 각각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의사에 시각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캠페인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돈이나 다른 제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건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이를 논의하겠다면, 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또 논의 결과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논의를 의사들이 주도하거나 이끌어 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의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보건경제적 시각이나 의료제도를 보는 거시적 시각이나, 건보 재정 걱정 따위가 아니다. 단지 나의 환자에 대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고의 진료를 다 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결코 의사는 환자 인생의 종점을 결정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결론
자, 이제 결론을 내리자.
사실 결론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의 답은 큰 시장에 투자하라는 것이며, 이 글이 말하는 그 투자의 주체는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공급자, 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만성질환과 노인 질환은 크게 증가할 것이기에 만성질환과 노인 질환 관리에 대해 투자하고, 의료 공급의 형태를 바꾸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보건 정책 중 가장 핫 이슈는 이미 만성질환 관리와 노인 질환 대책이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고 시범 사업도 수 차례 해 왔다.
이 글에 적힌 내용들은 사실 수많은 연구와 보고서를 통해 공론화되었던 것들의 나열일 뿐이다.
다만 여전히 뚜렷한 대책이 마련하지 못했고, 그 준비에 무척이나 둔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가 재앙으로 다가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의료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의료계와 이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 공조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놓고 의사들만 비난할 수는 없다.
지금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40, 50 대 의사들은 정부에 강한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의약분업 사태를 겪었고, 이후 만들어진 건보 재정건전화 법이 무슨 짓을 했는지 직접 보고 겪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시행 전, 의사들은 의약분업과 건보 제도를 잘못 설계할 경우 막대한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임을 수 없이 경고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시하고 의약분업으로 소요될 재정 규모를 잘못 추계했으며, 결국 정부는 뒤늦게 건보 재정건전화법을 만들어 올려 준 수가를 모두 회수하고, 강력하게 재정 지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만성질환 관리, 노인 질환 관리의 핵심은 일차의료를 맡고 있는 개원의들인데, 정부는 지난 98년 이래 사실상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병원 위주의 정책을 통해 병원은 육성하고, 개원의들은 홀대하였다.
지난 10여년간 나온 보건의료 정책의 대부분은 병원 육성책일 뿐 개원가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리고는 뒤늦게 만성질환 관리, 노인 질환 관리를 개원가에게 맡기겠다고 하면, 그 누구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향후 의료공급 체계를 병원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솔직히 말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정책 착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의료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건보를 개혁해야 한다.
지금의 건강보험 제도는 적당히 손봐 가며 쓸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뒤섞여 있어 하나를 손보면 다른 문제가 터지고 그것을 보완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난맥상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저소득층, 노인 등에 대한 국가 예산을 대폭 늘려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단일 보험체계를 없애 다보험 시장을 열어야 한다.
또, 만성질환 노인 질환을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일차 의료 인력을 양성하도록 교육시스템 수련 시스템을 개편하고, 그들이 이것에 종사할 때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더 열정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의사들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 불만과 기성세대들의 현실 안주에서 벗어나 전향적 사고로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보아야 한다.
악의적 선전 선동에 세뇌되어 불필요한 논쟁에 몰두하거나, 논의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 내 과별, 의료기관별, 직역, 지역간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이기주의를 버리고,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이 올바른 의료제도, 보험제도인지 치열하게 토의하고 논쟁하여 의료계의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와 협상도 가능하다. 지금 의료계는 불만만 있을 뿐, 책상 위에 올려놓고 협상을 전개할 대안 마련에는 소홀하며, 의견의 일치를 본 적도 없다.
광범위한 토의와 논쟁으로 대안이 마련되고 다수가 그것을 선택하면, 당장은 나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기 희생 없이 의료계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며, 합의점 없이 각자 알아서 살자고 하면, 결국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대형 병원과 다른 일부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는 여러 번의 선거를 치르며 복지 논쟁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복지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알아 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시민단체, 국민들은 우리나라도 이젠 살만해 졌으니 복지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인, 정당은 무상 시리즈로 선동하며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 준다.
앞서 이야기한 듯, 복지를 주장하며,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급식을 주장하는 건, 빚을 내서라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그 빚은 후대에 넘겨버리겠다는 말이다.
이른바 복지국가라는 불리는 나라들은 둘 중의 하나이다.
엄청나게 세금을 거두어 가거나, 철강석, 가스, 원유와 같은 지하 자원 혹은 다른 방법으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따로 걷지 않아도 국가 재정을 꾸릴 수 있는 나라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는 나라가 아니다. 세금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수준으로 거두어 국가 재정이 여유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방비 지출이 크며, 지하자원은 전무 하다시피 하다.
우리는 불과 60년전에 잿더미에서 시작한 나라이다. 그 잿더미 속에서 벽돌을 쌓아 올린 자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지금 ‘복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그 수 많은 법 어디에도 “복지(welfare)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린 법은 없다.
복지는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착각하게 만드는 단어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복지가 아니라 “사회보장(Social security)”이다.
사회보장이란 저소득층,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이고, 그들의 권리이다. 사회보장은 사회보장 기본법을 통해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이 법은 사회보장책에 대해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회보장은 “받을 권리가 있는 자들”에게 국가가 반듯이 해줘야 할 의무이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면 된다. 이것은 무차별적인 복지와는 다르다.
복지는 없다.
더 이상 복지란 용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를 부르짖으며, 무상을 거론하는 자는 나라를 망하게 하자는 것이고, 후대에게 빚더미를 넘길지라도 잘 먹고 잘 살아 보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가도 복지란 용어를 지워버리고, 대신 사회보장을 알려 주고, 이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도 보건사회부로 명칭을 환원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보건정책도, 복지정책도 보건복지부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 엉망이 되었다.
2014년 3월 15일
"X-세대"라는 용어를 기억하실 것이다.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X 세대란 베이비 붐 다음 세대를 말한다.
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과거 세대들을 잠깐 짚어 보고 가자. 이 세대 명칭은 주로 서구 즉,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1. 잃어버린 세대 : Lost generation 혹은, Generation of 1914라고 불리기도 한다. 1883~1900년 사이 출생자 들이며 1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이 사망했던 세대들이라 이렇게 부른다.
2. 위대한 세대 : Greatest Generation. 2차 세계 대전에 승리를 이끈 참전 세대로, 1901~1924 사이 출생자 들로 대공황 시절의 출생자이기도 하다.
3. 침묵의 세대 : Silent Generation. 1925~1942년 사이 출생자 들로, 나이가 어려 운 좋게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세대들이다. 참전하지 못해 침묵해야(?)할 세대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4. 베이비 부머 : Baby boomers. 이른바 전후 세대라고 불리는 1943년 이후부터 1960대까지의 출생자 들을 말한다.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의 세대이고, 히피 같은 문화 소용돌이의 시대이다. 베이비 부머 들의 부모를 the pig in the python이라고 하는데, python은 비단뱀을 말하며, 비단뱀이 의미하는 것은 인구가 급팽창한 베이버 부머 들이며, 돼지는 그 부모를 말하는데, “돼지를 머금은 비단뱀”이란 많은 자식에 치여 살아야 하는, 즉 자식에 의해 잡혀 먹혀야 하는 그들 부모의 처량한 신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5. 그 다음이 X-세대이고 다음이 밀리니움 세대이다. Generation Y라고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N (네트워크 혹은 next를 의미) 세대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출생아들이다.
그 외에 중국에는 80년대 이후 세대를 지칭하는 팔령후세대 (八零后世代)(Post-80s)라는 것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386세대, 호주에는 Stolen Generation이라는 것도 있다.
이렇게 문화와 국가에 따라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세대가 겪어야 하는 독특한 역사적, 시대적 상황이 엄존하여, 그것이 그들 세대에 독특한 가치관과 사고를 심어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X-세대가 그런 성향이 아주 강한데, 이들은 1960년 중반 이후부터 198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이들을 13th generation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William Strauss와 Neil Howe라는 미국 통계학자들이 미국 인구를 코호트 스터디 하여 밝혀낸 것으로, 미국은 독립 이후 거의 19~20년 주기로 인구가 줄거나 늘어났으며, 이중 13번째 인구 변화가 된 세대가 바로 X-세대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X 세대가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이 용어가 다른 세대의 명칭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X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독특한 문화관,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X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헝가리 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이다.
그는 세계 대전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찍은 포토 에세이를 발간하면서 그 책의 제목을 Generation X라고 붙였다. (즉, 그가 주목한 X 세대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X 세대가 아니라 사실은 베이비 붐 세대이다.)
그러나 실제 X 세대란 용어가 널리 사용된 것은 1991년 발간된 소설 “Generation 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 때문이었다. 이 책은 캐나다 작가 Douglas Coupland가 1980년 후반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서술한 것이었다.
세대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 건, 사실은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 이 글의 제목을 <무엇에 투자하면 좋을까?>라고 붙인 건 사실 이 글을 읽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어느 개인에게 투자하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혹시라도 새로운 투자 정보를 알 수 있을까 기대했던 분들이 재미도 없는 글 꾸역꾸역 읽었다며 실망하면서, unlike를 누를 테니,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아… 페북에 unlike는 없던가?)
늘어난 튜브 효과
베이비붐 세대는 1945년~1964년 사이 출생자이며 (학자에 따라 년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세대라고 했다.
한국 나이로 보자면, 현재 51세부터 70세의 나이를 갖는 세대이다.
이들의 절반은 이미 사회에서 은퇴하였거나 곧 은퇴할 예정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후기 산업시대 즉, 중공업 시대를 이끌고 개발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나라 성장에 이바지한 아버지 세대의 막내들이거나, 그 아버지들의 장남인 세대들이다.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일 했다면, 어느 정도 삶의 기틀을 잡고 증권이나 부동산 등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제법 부를 가지고 있을 세대들이다.
이들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이 세대들이 국민학교, 중 고등학교나 대학을 갈 때는 과밀 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로 학교가 모자랐고, 머리가 터져라 경쟁을 해야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사실 모자랐던 건, 비단 학교 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체증을 처음 겪은 세대들이기도 하고 특히 심한 주택난을 겪은 세대들이다. 이들 세대에게는 무엇이든지 모자랐고, 늘 사람이 많았고, 그만큼 경쟁도 심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서 초기에는 직장을 얻는 건 지금에 비해 쉬었지만,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경쟁이 심했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도1997년 IMF사태, 2008년 미국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면서 조기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일찍이 직장을 잃고 나서, 오히려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반대로 쪽박을 차기도 한 세대들이다.
또,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 잦은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한 질병과, 결핵과 같은 후진국 병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천형과 같은 간염보균으로 40대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세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스쳐 지나 간 자리는 텅 비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를 위해 급격히 늘어난 고등학교와 대학은 이제 학생이 없다. 특히 지방 곳곳에 마구 세운 대학은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신문, TV에 학생을 모집하는 광고를 내야 하고, 외국 유학생에게 유치하며 겨우 버티어 내는 곳도 많다.
현재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수요로 마구 지은 아파트로 공급이 넘어났지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수요 감소로, 과거처럼 아파트 투자로 돈 버는 시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실 지금 젊은이들의 취업난의 원인도 수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똬리를 튼 체 비켜나 주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 세대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를 수용하기 위한 각종 시설, 인프라에 대한 급격한 투자를 하고 나서, 그 세대가 지나간 후, 마치 고무 튜브 사이로 코끼리가 지나간 듯, 늘어난 팬티 고무줄처럼 널널해지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현상을 나는 내 맘대로 ‘늘어난 튜브 효과(Dilated tube effects)’라고 부른다.
고령화 시대
아무튼 과거는 그렇다 치고, 이 세대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자.
이들이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는 건 이미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는데 초기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미 노인이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이다.
이 같은 급격한 고령화는 수명 연장, 출산율 저하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 시작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뿐 아니라 지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 고령화의 진짜 문제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노인 비율이 증가하느냐이다.
왜냐면, 서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사회는 그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미처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각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게 된다.
통상 전체 인구 중 노인의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라고 하고,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프랑스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7%에서 14%에 이를 때까지, 즉 고령사회로 넘어갈 때까지 115년이 걸렸다.
고령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일본도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속한다.)
또, 인구 대비 노인의 비율이 14%에서 20%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프랑스가 40년, 일본이 12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빠른 속도로 한국은 늙어가고 있고, 거기에는 한국의 베이비 부머 들의 공(?)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사회 인구가 늙어가면 생기는 몇 가지 대표적인 문제와 현상이 있다.
첫째, 노동인구(일하면서 세금을 낼 수 있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게 되므로, 노동 인구 즉, 젊은 세대들이 노인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의료비, 연금은 물론, 노인들 몫까지 세금도 더 내야 한다.
연금, 특히 국민연금은 젊었을 때 낸 연금을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지금 노인이 젊었을 때 낸 연금은 그 때 노인들에게 다 지불이 되었고, 지금 노인이 받는 연금은 지금 젊은이들이 낸 연금을 거두어 주는 것이다.
흔히, 내가 낸 연금을 모아두었다가 늙은 후에 돌려받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지금 아무리 연금을 많이 내더라도, 내가 늙은 후에 젊은이들의 수가 적어 그들이 내는 연금액이 적으면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뭐라고?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연금은 애초 그렇게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 베이비 붐 세대들이 한참 일할 때는 노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일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많아서, 노인이 쓰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베이비 붐 세대 다음 세대 즉 X 세대나 그 다음 세대는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과거 세대의 명칭 중에 ‘침묵의 세대’, ‘잃어버린 세대’가 있는 것처럼, 다음 세대들 중에 ‘고난의 세대’란 이름이 붙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들의 고난을 덜어 주려면, 지금 세대들이 다음 세대들에게 부채를 넘겨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은 허리를 졸라매고, 우리가 고생해서 자식들에게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자’며 고생했던 세대들이다.
그런데, 국가 부채를 마구 늘리는 정부나 지자체,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무상 보육’과 같은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들은 후대가 어떻게 되든 복지를 늘려서 우리는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다음 세대로 떠넘기자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 책동으로 다음 세대를 말라 죽게 하자는 것이다.
그들을 철저히 경계하고 배척해야 한다.
의료비의 급증
사회가 늙어가며 생기는 둘째 문제는 의료비의 급증이다.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노인이 먹고 살기 위한 비용도 지금에 비해 대폭 늘어나겠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의료비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수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나이가 늘어날수록 만성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단지 나이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고혈압이나 당뇨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고령화의 영향으로 만성질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심평원 연구에 의하면, 과거 2003년~2007년 5년간 일반 질환자가 7% 늘어난 것에 비해 만성질환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는 무려 49%가 늘어났다.
세대변화처럼 질병도 흐름의 변화가 있는데, 과거 19세기에는 감염병이 주요 이슈였다면, 20세기 초중반에는 급성기 질환이 대세였고, 20세기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암질환이 핫 이슈이고, 이제 만성질환이 크게 자리매김할 차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암 질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수명 연장이나 환경의 변화, 식생활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암정책이 암환자의 수를 대폭 늘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게 무슨 궤변 이냐구?
2000년대 초반 소위 암정책을 시행하여, 암환자의 본인 부담율이 5%로 대폭 하향되면서 암 질환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일종의 신수종 사업이 되어 버렸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대학병원은 물론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 대형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암 병동을 짓기 시작했고, 외과의는 외상 수술 치료보다는 암을 전문적으로 수술하기 시작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동반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처 병상을 채우지 못한 암 병동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인근은 물론, 전국적으로 환자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들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대형 병원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고, 반대로 이를 따라가지 못한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암 치료는 고가의 항암제와 각종 의료 자원과 큰 의료비를 집중 투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제한된 건보 재정을 암 치료에 대거 투입될수록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을 보고 있는 소규모 병의원은 더욱 허리를 졸라 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환자 본인 부담을 5%로 대폭 감해 주는 암 정책은 암이 발생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암환자나 가정에는 축복일 수 있지만, 보건의료 보험제도를 거시적 시각으로 볼 때 충분히 보완책을 고려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암병동에서 지난한 세월을 보내며 희생을 치르는 의료인을 폄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참고로 암정책은 DJ시절 보건의료노조, 민노총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큰 업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만성 질환에 대비하라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데 그래서 무엇에 투자하란 말이냐?
투자자 측면에서 보면, 가장 좋은 투자처는 큰 시장(Blue ocean)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보다는 강남 사거리나 코엑스 지하 매장, 분당 서현역 부근에 매장을 내는 것이 월등히 유리하다. (이 세 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즉 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 성공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의대생이라면, 만성질환의 시대를 앞두고 만성질환이나 노인 의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 2만7천여 개원가 역시 만성질환, 노인질환으로 체질 변경을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만성질환 관리는 엄청난 시설 투자를 요하지도 않는다.
만성질환은 비단 대한민국 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정부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이 바로 고령화이며, 특히 고령 인구가 갖는 만성질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리라고?
그렇다. 만성질환은 치료한다(Cure)고 하지 않고 관리한다(Manage)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치료해서 낫는 병이 아니며, 일단 발병하면 죽을 때까지 약을 먹거나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의료비 중 약제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이유도 만성질환자가 급격히 늘어 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걸 의약품 리베이트 탓이라며 규제하고 처벌하면 약제비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베이트가 과연 부당한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이를 수수한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이 급격한 약제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아무튼, 일본은 이미 2008년 법을 개정하여 대사증후군 관리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고, 그 외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그러나 여전히 집단 다수에 대한 만성질환 관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미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가 ‘큰 시장(blue ocean)’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외국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HealthVault를, 구글은 구글 헬스(서비스 중단)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했었고, IBM, GE 등의 회사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가 의료비를 지불하는 NHS를 채택한 나라들은 노인과 만성질환 관리가 늘어날수록 지출해야 할 의료비가 급증하고, 특히 만성질환의 합병증이 병발하면 더욱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고 의료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합병증 발병을 지연시키고 질병 관리를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를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NHS를 시행하는 캐나다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나라의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우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다.
당뇨의 예를 들면, 당뇨로 확진이 되면, 주치의나 당뇨 전문의는 물론, 당뇨 전문 간호사가 수 차례에 걸쳐 일대일 상담과 교육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주기적인 교육 외에도 수시로 상담을 하고, 환자가 자택에서 주기적으로 당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당뇨 관리 센터로 오도록 하여 또 다시 상담하기를 반복한다. 물론 이 같은 교육 상담은 모두 무료이다.
혈당 검사를 위한 소모품은 환자가 구매한 후 정부에 청구하면 대부분 보상해 주므로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인 경우엔 의약품이나 인슐린 등도 모두 무료이다.
주치의 뿐 아니라 내분비 전문의와의 미팅, 안과 의사와의 미팅을 주선하고 필요하면 신장 내과 등 관련 과의 의사들과의 진료도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판을 깔아줘도 합병증이 진행될 수 있다. 아무리 판을 펼쳐 놓아도 무관심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그 땐 방법이 없다. 결국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약칭해서 Watching & Coaching Service 라고 한다.
그런데 만일 이런 관심과 관리에도 불구하고 합병증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캐나다 어느 대학병원 신장 내과 환자 대기실에는 캐나다 보건부가 만든 각종 팜플렛이 있는데, 그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팜플렛이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한 신부전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투석이나 신장 이식인데, 그 팜플렛은 투석을 포기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는 것이다.
만성 신부전에게 투석을 포기하라고 하다니?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만성신부전 확진을 받아 낙담한 환자에게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 제 3의 방법 즉, 투석 포기라는 방법이 있음을 설명하는 우리나라 신장내과 의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솔직하게 말한다.
“투석을 포기하면 고통이 동반되고,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투석을 하게 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매 주 수 차례 오랜 시간 투석을 하는 삶의 질은 형편없을 수 밖에 없다.
직장 생활이나 여행이나 일상 생활의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위기가 오며, 고통이 수반된다.
그 걸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런 삶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 팜플렛의 선한 면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실은 만성신부전 환자가 한 명 늘 때 마다 정부가 써야 하는 막대한 진료비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혹시 의료비 절감 문제로 투석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어떻게 아름답게 설명하든, 소생 가능 없는 환자의 치료를 중지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환자의 선택권이니 존엄성이니 하는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결국은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치료를 중지하자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그렇게 하여 그것에 투입되는 의료 자원, 의료비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많은 생각 중에는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payer 즉 건보 공단과 같은 공공 보험자나 민간 보험자, 많은 의료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병원, 환자의 가족이나 정부가 갖는 서로 각각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의사에 시각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캠페인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돈이나 다른 제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건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이를 논의하겠다면, 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또 논의 결과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논의를 의사들이 주도하거나 이끌어 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의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보건경제적 시각이나 의료제도를 보는 거시적 시각이나, 건보 재정 걱정 따위가 아니다. 단지 나의 환자에 대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고의 진료를 다 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결코 의사는 환자 인생의 종점을 결정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결론
자, 이제 결론을 내리자.
사실 결론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의 답은 큰 시장에 투자하라는 것이며, 이 글이 말하는 그 투자의 주체는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공급자, 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만성질환과 노인 질환은 크게 증가할 것이기에 만성질환과 노인 질환 관리에 대해 투자하고, 의료 공급의 형태를 바꾸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보건 정책 중 가장 핫 이슈는 이미 만성질환 관리와 노인 질환 대책이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고 시범 사업도 수 차례 해 왔다.
이 글에 적힌 내용들은 사실 수많은 연구와 보고서를 통해 공론화되었던 것들의 나열일 뿐이다.
다만 여전히 뚜렷한 대책이 마련하지 못했고, 그 준비에 무척이나 둔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가 재앙으로 다가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의료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의료계와 이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 공조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놓고 의사들만 비난할 수는 없다.
지금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40, 50 대 의사들은 정부에 강한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의약분업 사태를 겪었고, 이후 만들어진 건보 재정건전화 법이 무슨 짓을 했는지 직접 보고 겪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시행 전, 의사들은 의약분업과 건보 제도를 잘못 설계할 경우 막대한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임을 수 없이 경고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시하고 의약분업으로 소요될 재정 규모를 잘못 추계했으며, 결국 정부는 뒤늦게 건보 재정건전화법을 만들어 올려 준 수가를 모두 회수하고, 강력하게 재정 지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만성질환 관리, 노인 질환 관리의 핵심은 일차의료를 맡고 있는 개원의들인데, 정부는 지난 98년 이래 사실상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병원 위주의 정책을 통해 병원은 육성하고, 개원의들은 홀대하였다.
지난 10여년간 나온 보건의료 정책의 대부분은 병원 육성책일 뿐 개원가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리고는 뒤늦게 만성질환 관리, 노인 질환 관리를 개원가에게 맡기겠다고 하면, 그 누구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향후 의료공급 체계를 병원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솔직히 말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정책 착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의료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건보를 개혁해야 한다.
지금의 건강보험 제도는 적당히 손봐 가며 쓸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뒤섞여 있어 하나를 손보면 다른 문제가 터지고 그것을 보완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난맥상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저소득층, 노인 등에 대한 국가 예산을 대폭 늘려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단일 보험체계를 없애 다보험 시장을 열어야 한다.
또, 만성질환 노인 질환을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일차 의료 인력을 양성하도록 교육시스템 수련 시스템을 개편하고, 그들이 이것에 종사할 때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더 열정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의사들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 불만과 기성세대들의 현실 안주에서 벗어나 전향적 사고로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보아야 한다.
악의적 선전 선동에 세뇌되어 불필요한 논쟁에 몰두하거나, 논의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 내 과별, 의료기관별, 직역, 지역간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이기주의를 버리고,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이 올바른 의료제도, 보험제도인지 치열하게 토의하고 논쟁하여 의료계의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와 협상도 가능하다. 지금 의료계는 불만만 있을 뿐, 책상 위에 올려놓고 협상을 전개할 대안 마련에는 소홀하며, 의견의 일치를 본 적도 없다.
광범위한 토의와 논쟁으로 대안이 마련되고 다수가 그것을 선택하면, 당장은 나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기 희생 없이 의료계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며, 합의점 없이 각자 알아서 살자고 하면, 결국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대형 병원과 다른 일부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는 여러 번의 선거를 치르며 복지 논쟁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복지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알아 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시민단체, 국민들은 우리나라도 이젠 살만해 졌으니 복지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인, 정당은 무상 시리즈로 선동하며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 준다.
앞서 이야기한 듯, 복지를 주장하며,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급식을 주장하는 건, 빚을 내서라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그 빚은 후대에 넘겨버리겠다는 말이다.
이른바 복지국가라는 불리는 나라들은 둘 중의 하나이다.
엄청나게 세금을 거두어 가거나, 철강석, 가스, 원유와 같은 지하 자원 혹은 다른 방법으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따로 걷지 않아도 국가 재정을 꾸릴 수 있는 나라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는 나라가 아니다. 세금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수준으로 거두어 국가 재정이 여유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방비 지출이 크며, 지하자원은 전무 하다시피 하다.
우리는 불과 60년전에 잿더미에서 시작한 나라이다. 그 잿더미 속에서 벽돌을 쌓아 올린 자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지금 ‘복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그 수 많은 법 어디에도 “복지(welfare)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린 법은 없다.
복지는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착각하게 만드는 단어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복지가 아니라 “사회보장(Social security)”이다.
사회보장이란 저소득층,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이고, 그들의 권리이다. 사회보장은 사회보장 기본법을 통해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이 법은 사회보장책에 대해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회보장은 “받을 권리가 있는 자들”에게 국가가 반듯이 해줘야 할 의무이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면 된다. 이것은 무차별적인 복지와는 다르다.
복지는 없다.
더 이상 복지란 용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를 부르짖으며, 무상을 거론하는 자는 나라를 망하게 하자는 것이고, 후대에게 빚더미를 넘길지라도 잘 먹고 잘 살아 보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가도 복지란 용어를 지워버리고, 대신 사회보장을 알려 주고, 이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도 보건사회부로 명칭을 환원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보건정책도, 복지정책도 보건복지부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 엉망이 되었다.
2014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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