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장 규제의 나쁜 예
지난 18대 국회때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입법 추진했던 이른바 "전공의 진료실 출입전 사전동의 의무화 추진".
내용인즉 양승조 의원이 ‘임산부나 환자를 교육용 마루타로 취급하는 의료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공의들의 진료실 참관 전에 환자로부터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 밝힌 것이다.
당연히 의사들은 반발했고, 그의 홈페이지에 비난 댓글이 줄을 잇자, 양승조의원실은 발끈하며, “헌법상 교육권보다 인권이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권리”라고 반박했다.
의료 관련 규제에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양승조 의원 처럼,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규와 고시 등으로 의사의 의료행위를 모두 규정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전문가이다.
전문가의 행위를 비전문가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다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환자에게 사전동의가 필요하면 이를 판단해서 동의를 구하건, 양해를 구하건, 상황에 맞추어 의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이걸 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이 바로 법 만능주의이고 규제 일변도라는 것이다.
물론, 이 법은 입법되지 못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안이 공론화되는 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를 입법 공장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개념없이 입법 생산성과 실적에만 연연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건, 소위 시민단체라는 것들이 국회의원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의 행위를 산술화 계량화하여 점수를 매기고, 그것으로 우수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선정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던, 그냥 지켜 보고 있던,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안으로 민심을 흉흉하게 하느니, 그냥 지역구 관리 열심히 하고, 해외 공관 시찰이나 다니는 게 낫다.
다시 말해, 시민단체들이 국회의 수염을 틀어 쥐고 자신들이 국회의원들의 입법 행위를 마음껏 규제,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의료 행위도 단순히 계량화하거나 법으로 마음껏 통제,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사는 로봇이 아니고, 법은 의사를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이 아니다.
의료행위는 의사들에게 맡기고, 이렇게 오판하고 있는 모든 법규를 제거해야 한다.
한편, 이 사태에 반응하는 의사들의 모습 또한 안타깝기만 하다.
왜냐면, 그들이 이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반박하는 자세가 너무나 오랫동안 노예 생활을 한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아예 태생이 노예처럼 보여서이다.
어떤 의사는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쉽게 설문조사를 통한 일방적인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료 현실을 파악하지 않고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 했다.
변모 의사는 “수련병원에서 주치의가 교수가 아니라 레지던트라는 것을 모르신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미국이나 외국 병원 사례 한번이라도 참고하셨다면 이런 기막힌 생각 어떻게 하셨는지"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학회 이사장은 "만일 실제로 입법이 될 경우 앞으로 전공의들의 수련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등등...
마치 노예 주인이 노예 감독의 말만 듣고, 목화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던 노예를 채찍으로 떄리려 하자, 억울하다면서 보이는 반응 같다.
'내가 얼마나 중요한 노예인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이래서 더 훌륭한 노예가 될 수 있으려나?' 처럼 말이다.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서는 안된다.
"왜 니가 내가 하는 행위를 간섭하려 드느냐!"고 해야 한다.
"왜 니가 환자의 의사의 관계에 개입하느냐? 니가 뭔데!"
이렇게 화를 내고 맞받아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A는 어떻고, B는 어떻고 하면서 구구절절 변명하려고 하니까, 의사를 만만하게 보고 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의권은, 엄연히 법이 의사에게 위임한 진료권이며, 진단을 내리는 일체의 행위, 치료를 하는 일체의 행위가 의사에게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만일, 전공의가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환자가 느끼면, 그건 법이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 간에 풀어할 문제이지, 법으로 규제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의료 규제의 사례의 첫 번째로 이것을 예로 드는 이유는, 어리석은 국회의원을 나무라기보다는 어느덧 의사들 스스로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된 노예 의식을 일깨우고 이를 지워버리자는 생각에서이다.
노예로 자인하는 이상, 그 어떤 것도 바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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