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

트럼프와 그의 자녀들




트럼프는 세계가 깜짝 놀라고 긴장할만한 다양한 대내외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내외 언론과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내놓은 공약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이 공약들로 인해 당장에라도 무역, 경제, 국제 관계에 커다란 파문이 일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과연 그럴까?


1. 선거 공약과 국정 과제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유권자는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한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수위원회를 꾸려 자신이 공약한 사항을 가다듬는 작업을 한 후, 취임하면 그 공약을 중점 과제로 삼아 임기 내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중점 과제를 국정 과제라고 부른다.

즉 국정 과제란, 공약이 인수위에서 수정되어 만들어진 약속이다. 인수위에서 이를 수정하기 위해 중앙 부처의 공무원들이 인수위에 참여하여 공약 수행을 위한 예산 검토,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따지게 된다. 즉,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도,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지거나 예산 등의 문제로 실현 불가능한 경우에는 공약을 수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정 과제의 의미는 대통령이 수행을 국민에게 약속했다는 것 외에, 이 과제를 수행하는 것에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동의받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공약, 인수위 역할, 국정 과제에 대한 개념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검토하여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별로 없다. 대부분, 연고지, 출신, 소속 당에 대한 호불호, 후보에 대한 호감도 등 공약보다는 인물이 투표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약과 국정 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유세 중 내놓은 공약을 수행하는 것에 반대하기도 한다. 흔히 있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하고, 그 결정은 소수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소수의 의견도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이상적인 민주주의일 것이다.

그러나 소수는 끝까지 반대하고, 다수는 결코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 준들 귀부인이 될 수 없다.

임기 말이 되면, 대통령이 무슨 공약을 했는지 기억하는 국민도 없고, 그것이 얼마나 진행되는지 묻는 사람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2. 인수위원회


아무튼, 미국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인수위를 꾸린다. 인수위를 transition team이라고 한다.

우리와 다른 건, 미국은 당선 후에 인수위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 경선이 끝나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전당대회 후 즉시 인수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통령 선거 (엄밀히 말하면 선거인 투표 종료 후) 가 끝난 후 대통령 임기 시작까지 채 3개월도 남지 않기 때문에, 정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정권 인수에 관한 법 (Presidential Transition Act. PTA)’에 따라 미 연방조달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GSA)이 예산, 사무실, 인력을 지원하여 주며, 대통령 후보로 인수위를 구성해도 마찬가지인데 이 점도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인수위가 구성되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인선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4,000 명을 임명하게 되며, 이 중 1,000 명은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내각 뿐 아니라, 주요 인선 작업을 인수위에 마무리해야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또 다른 일은 바로 정책 과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가 유세 중 내놓은 각종 선거 공약을 국정 과제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 뿐 아니라 차기 정부에 참여할 인물들, 공화당의 주요 의원들과 각 자문위원들이 참여하여 공약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 때, 당선인 신분으로 FBI, CIA 등 정보국으로부터 국가 1급 비밀의 보고를 받으며, 당선자는 드디어 제도권 안으로 한 발을 내딛게 된다.
인수위는 1월 20일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 업무가 종료된다.

트럼프의 경우, 지난 5월 이미 인수위를 구성한 바 있다. 당시 인수위 위원장은 뉴저지 주지사인 Chris Christie 였다. 그러나 당선 후 크리스티는 공동부위원장으로 좌천되고, 런닝 메이트인 부통령 당선자 Mike Pence 인디아나 주지사를 인수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Chris Christie




3. 악연


크리스티 주지사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으며, 거침없고 직설적이어서 무례하기까지 보이는 말투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쟁자에게 독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이고, 기자에게 멍청이(Jerk)라고 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또 그런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성격과 말투로 전국적 정치인으로 떴고, 한때, 여론 조사에 힐러리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트럼프의 경쟁자였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서, 트럼프의 오른팔이 되었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낙마하고,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위원장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트럼프의 런닝 메이트로도 거론된 바도 있었다. 그런데, 권력에서 밀려난 이유가 트럼프의 사위와 갈등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다.

트럼프는 인수위를 꾸리면서, 장녀와 사위, 장남과 차남 등 가족을 전진 배치했는데, 사위가 크리스티를 낙마시켰다는 것이다.

사위 재러드 큐슈너(Jared Kushner)는 81년 생으로, 개발 사업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가이며, 뉴욕 옵져버라는 신문사도 운영한다. 그의 아버지는 역시 개발사업자인 Charles Kushner인데, 지난 2005년 조세 회피, 불법선거자금 제공, 증인 조작 등의 혐의로 1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는데, 당시 그를 기소한 검사가 바로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였던 것이다.


Jared Kushner & His Wife



그래서 재러드 큐슈너가 크리스티 주지사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은 워싱턴에서는 파다한 소문인데, 이 악연으로 한때 장인이 부통령을 생각했던 크리스티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브리지 게이트(Bridge gate)에 연루되어 트럼프가 부담스러워 한다는 소문도 있다.

브리지 게이트란, 맨하튼에서 허드슨 강을 가로 질러 뉴저지 주 포트리(Fort Lee) 시로 연결되는 조지 워싱턴 다리 때문에 생긴 스캔들이다. 이 다리는 미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9월 9일부터 닷새동안 3 차선 중 2 차선이 닫혀, 엄청난 교통체증이 생긴 것은 물론 응급 차량도 지나갈 수가 없어 사망자까지 생겼다. 민주당 출신인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은 자신이 크리스티 주지사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아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크리스티 주지사는 강력히 부인했지만, 나중에 크리스티의 보좌관이, 다리를 관장하는 항만청 (Port Authority)의 간부와 주고 받은 메일에서 다리 폐쇄가 정치적 보복이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결국, 보좌관과 항만청 간부는 기소되었고, 크리스티 주지사는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재 재판 중에 있다.

게다가 이 사건 이후 허리케인 샌디로 피해를 본 뉴저지 주의 한 소도시 시장에게 록펠러 재단의 부동산 개발 계획을 빨리 승인하지 않으면 구호비를 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또 한번 곤혹을 치룬 바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 역시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인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2016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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