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영리 의료법인’, '의료 영리화', '의료 상업화' 에 대하여
소위 말하는 영리 의료법인, 의료 영리화 혹은 의료 상업화라는 용어의 실체적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
1. 의료시스템의 구조
의료 시스템은 의료 공급자(provider)와 의료 소비자(consumer), 지불자(payer)로 구성된다.
지불자는 의료 소비자인 경우도 있지만, 보험자(insurer. 민간보험자 혹은 공공보험자)이거나 국가일 수도 있다.
의료 이용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지불하는 경우를 국영 의료(National Healthcare) 혹은 공공의료(Public Healthcare)라 하고, 소비자가 직접 지불하거나 보험자 (민간보험자를 말한다.)가 지불하는 경우를 민간 의료(Private Healthcare)라고 한다.
국영 의료의 경우 국민들이 따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세금으로 의료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비영리 기관을 통해 세금과 별도로 보험료를 내고 이 기관을 통해 의료비를 지불받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 비영리 기관도 보험자로 부른다.
프랑스의 경우, 보험료를 따로 내며, 진료를 받을 때 의료비를 소비자가 지불하고, 나중에 다시 돌려 받는다. 진찰료 경우 보통 23~49 유로를 내며, 이 중 70%를 돌려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보험자를 가지고 있고, 이 보험의 형태를 사회보험이라고 부르는데, 건강보험은 공공보험이지만, 제도의 문제로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의료 서비스는 공공재와 사유재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은 배제성과 경합성에 있다. 공공의료의 경우 대부분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경합하지 않도록 규칙을 두고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에는 경합성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민간 의료의 경우 민간보험 가입자에게만 보험 혜택을 주므로 배제성과 경합성이 매우 강한 사유재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시스템은 보험자 측면에서 볼 때는 공공 보험과 민간 보험으로 나눌 수 있고, 공급자 측면에서 볼 때는 공공 병원과 민간 병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불자(Payer)를 기준으로 하여 공공 영역(Public sector)과 민간 영역(Private sector)로 구분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더 중요한 분류이다.
즉, 지불자가 공공보험이거나 국가인 경우를 Public sector라고 하고, 민간보험이거나 소비자인 경우를 Private sector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시스템의 구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용어의 정리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나 시민단체가 의료영리화, 의료상업화 따위의 근거없는 용어를 만들어 내서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런 작위적 용어는 의사 소통의 혼란을 가져오고 논란을 부축기게 할 수 있다.
2. 공공 의료가 민간 의료를 규제 하지는 않는다.
이런 기준에서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예를 들어보면, 영국은 국가가 payer 역할을 하므로, 국영 의료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고, 의료 시스템의 ‘많은 부분’을 Public sector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공급의 경우, 모든 병원이 국가가 설립한 병원은 아니다. 즉 공공 병원(국가 혹은 공공기관 개설한 병원)과 민간 병원(민간 기구, 단체 등이 개설한 병원)이 섞여 있으며, 이들은 payer 역할을 하는 국가로부터 비용을 받는다.
이렇게 보면, 영국에는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공공의료만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영국에서도 Private sector가 존재한다.
영국 국민 중 1천2백만명 이상이 민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은 민간 병원을 이용한다.
영국에 대표적인 민간 병원(Private Hospital)으로는 Aspen Healthcare, BMI Healthcare, HCA International, Nuffield Health, Ramsay Health Care UK, Spire Healthcare, Imperial Private Healthcare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다수 있다.
또 이들 민간 병원 뿐 아니라, 국영 의료 서비스(NHS)를 제공하는 병원도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데, NHS는 이들을 위한 즉, Private sector를 위한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계속 늘리는 추세이다.
공짜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데, 왜 보험료를 내며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민간 병원을 이용할까?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 공공 의료의 특성인 낮은 경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이용을 규제하는 강제성이 있는데,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빠른 진료, 공공 의료가 제공하지 않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영국 뿐 아니라 공공 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모든 나라의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는 반듯이 Private sector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아라비아, UAE 등 국가가 꽤 양질의 의료 환경을 만들어 주고 모든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나라들 역시, Private sector가 존재하며, 이 영역에 있는 민간 병원은 상당히 활발히 성업 중이다.
게다가 공공의료를 시행하는 그 어떤 나라도 Private sector 즉, 민간 보험이나 민간 병원을 규제하거나 불허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Private sector 가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다.
3. 미국의 의료 시스템
미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흔히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고, 영리 병원이 대부분이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진료받기 곤란할 지경에 빠질 것으로 착각한다. 미국 의료의 실제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미국에 있는 병원의 79%는 비영리 병원이다. 이중 21%는 정부가 소유한 병원이고, 실제 영리 병원은 전체 중 21%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 전체가 보험료를 내고 국영 형태의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도 25%가 영리 병원인 것을 비교해 보라.
진료비는 그렇게나 비싼데, 비영리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비영리이고 영리이고, 민간 병원이고 공공 병원이고 진료비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은 그렇고, 대부분 나라도 자선병원이 아니라면 마찬가지이다.
또, 미국은 GDP의 무려 17.2%를 의료비로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6~7% 수준이며 스위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OECD 국가 대부분이 10~11%), 이 중 64.3%를 미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민간보험사가 지불하며, 실제 소비자 즉 국민이 직접 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케어 이전에도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정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연방 정부 공무원과 그 가족은 모두 정부가 의료비를 지불한다.
또, 수는 작으나 원주민들 역시 정부가 부담한다.
미국 의료 시스템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재향군인회인데, 재향 군인과 그 가족도 미국 정부가 부담(VHA. Veterans Health Administration)하며, 그외에도 medicare, medicaid, 어린이 보험(CHIP. State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 노인 보험(PACE. 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등으로 커버해 주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 국민 중 37.1%는 이처럼 미국 정부에 의해 (무상) 의료 혜택을 받고 있으며, 67.2%는 민간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90.9%는 큰 의료비 걱정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민간 보험에 가입된 67.2% 중 55.7%는 고용주가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낸다. 즉, 순수하게 직접 보험료를 내는 비중은 전체 국민의 16.3%에 불과하다. 이렇게 90.9%는 어떤 식으로든 커버되어 있으므로, 오바마 케어는 어떤 형태로도 커버되지 않는 9.1%의 국민을 위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미국 국민의 37.1%는 미국 정부가 payer 역할을 하는 Public sector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Private sector 속하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측면에서 볼 때) Private sector의 비중이 클 뿐 Public sector와 Private sector가 공존한다. 의료비 지출 측면에서는 공공의료 지출 비중이 더 커서, 인구의 37.1%을 커버하면서 이들이 전체 의료비의 64.3%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게 미국 의료제도의 실질적 문제이다.
4.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현황을 보면, 지불자는 국가(의료 급여의 경우)이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료보험의 경우)이며, 민간이 개설한 병의원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모든 의료기관은 강제적으로 보험 시스템 안에 들어와야 하고 (즉, 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해야 하고), 대부분의 국민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구조이다.
그럼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일까?
다음은 공공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이다.
- 보험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담율이 30~40%에 육박한다.
- 게다가 가벼운 질환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고, 중병에 걸릴 경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다는 부조화가 있다. (보험의 기능을 상실했다)
-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을 의료 급여라고 하는데, 의료 급여의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아 무임 승차가 극심하다. (사실, 의료급여는 보건의료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복지의 영역에서 다루지만,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면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 공공보험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합성을 최대로 낮추기 위한 기전이 필요한데, 이런 기전이 전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딱 한 줄이 있다. 즉, “2단계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1단계 급여를 이용해야 한다.”는 구절인데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 건강보험의 과다 이용을 억제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
- 수가를 설계할 때, 행위에 대한 원가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비급여를 미리 산정하여 이를 감안해 원가를 맞추도록 하고 있어, 공급자가 비급여에 매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곧 보장성을 떨구는 역할을 한다.
- 실손형 민간보험을 허용하여, 의료 자원의 낭비와 건강보험의 재정 낭비를 부축인다.
- 보험 재정의 지출 측면에서 볼 때 비효율적, 비합리적이다. (약제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수술 등 행위료 비중은 낮은 한편, 경질환 지출 비중은 높다.)
이외에도 상당히 문제가 많지만, 보험 정책에 문외한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말해, 건강보험은 표면적으로는 공공보험의 형태를 띄지만, 공공성을 상실한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Public sector만 존재할 뿐, Private sectors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NHS를 운영하는 모든 나라와 아프리카 후진국에서부터 미국과 같이 거대한 의료비를 쓰는 나라,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모든 국가에는 Public sector와 Private sectors가 공존하고 있다.
Private sector는 Public sector가 할 수 없는 의료서비스와 공공성의 문제로 낮출 수 밖에 없는 경합성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Private sector의 허용은 친 시장적 정책이며,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는데, 이를 막아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규제하거나 금지시키는 나라는 들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을 제외하고 말이다.
5. 영리 의료법인, 의료 영리화, 의료 상업화
영리 의료법인과 의료 영리화는 진보 세력이 쓰는 용어이다.
영리 의료법인은 현재 국내의 모든 의료 법인이 비영리 의료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의 반대 의미로 쓰인다. 정확하게는 상법상 법인의 형태의 의료법인을 의미하며, 정부에는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이라는 명칭을 쓴다.
영리, 비영리 의료법인의 차이는 투자자가 있느냐 즉, 이익이 생겼을 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비영리 의료법인이든 영리 의료법인이든 경영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 다만, 비영리 의료법인은 투자자가 없으므로 그 수익은 법인의 자산이 되며, 병원에 재투자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것은 당위성을 갖는 것이며, 부끄러운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의료 영리화는 수익을 위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며, 오로지 수익만을 쫓아 의료기관을 운영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의료 상업화는 의료계 내에서 나온 용어이다. 의료 영리화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진보 세력이 주장한 의료 영리화를 그대로 주장할 수 없어 대용하여 쓰기 시작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진보 세력은 비영리 의료법인을 반대할 뿐 아니라, 의료민영화 반대와 무상 의료와 주치의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데, 그들과 같은 주장을 할 수 없어 의료 상업화를 내세운 것으로 보여진다.
의료민영화, 의료 영리화 등은 혼란을 꾀하는 용어 교란전술의 하나로 봐야 한다. 여기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의사들은 말이다. 그런데 한 술 더떠서 의료 상업화 반대라니… 할 말이 없다.
아무튼 의료계 일각과 진보 세력은 공히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 즉,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을 반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대의 이유는, 1) 영리 의료법인 도입이 의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2) 일반인 누구나 의료업에 뛰어 들수 있고, 3) 의사가 자본가의 노예가 되며, 4) 자영업 의사 즉, 의원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또,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수가가 올라가고,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것이라고 본다.
과연 그럴까?
6.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의 이유는?
영리 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이 본격적으로 검토된 것은 노무현 정권 때였다.
당시 기재부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KDI에 의뢰하였다. 기재부가 연구 용역을 준 이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GDP를 가질 경우, 제조업으로는 국부 창출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3차 산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KDI는 2007년 “서비스 부문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과제”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냈는데, 이에는 전시산업, 광고산업, 변호사, 금융서비스, 물류서비스 및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방안을 담고 있었다.
특히 보건의료 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3 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연지정제 폐지
둘째, 민간의료보험 도입
셋째, 영리 의료법인 허용
한 마디로 말해, 건강보험의 단일 보험체계를 없애고, Public sector만 존재했던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 Private sector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야 한다. KDI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보건의료 서비스 발전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시민단체의 반대와 진보주의자들의 보건의료기조 (즉, 의료민영화 반대, 무상의료, 주치의제도 도입 등)의 저항으로 이를 덮었고, MB 정권에서는 이를 정책과제로 삼아 당시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이 세가지 사항을 입에 달고 다니며 주장했지만, 당시 진보적 시각을 가졌던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센 반대와 광우병 파동으로 정책 추진력을 상실하여 무산되었다.
물론 의료계의 반대 역시 이에 한몫 거들었다고 할 수 있다.
7. 반론들
이 세가지 사항 즉, 비정상의 정상화, Private sector의 도입은 현재로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치 유령처럼 여기 저기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우선 영리 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도입은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만일 단지 영리 의료법인 만을 허용할 경우 의료시스템 자체의 변화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영리 의료법인 병원 역시 당연지정제 하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봐야 하고, 심평원의 심사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니 현재 국내 의료체계에서 의료업이 수익성이 좋다고 보고 이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무슨 소리냐, 지금도 사무장 병원이 판 치고 있는데, 사무장 영리 병원이 생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말하고 있는 건, 법인이다. 법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병원은 지금도 오너가 의사가 아니라도 설립할 수 있다. 사무장 병원은 의사의 명의를 빌려 설립되는 병의원을 말한다.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핵심은 의료 공급의 형태가 아니라, payer의 형태이다. 지불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의료 공급 즉, 병원이 민간이 개설한 것이냐, 국가나 공공기관이 개설한 것이냐, 영리 병원이나 비영리 병원이냐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이걸 이해 못하면 보건의료 정책, 보건경제학을 논할 자격이 없다.
따라서,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수가가 올라가고,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며 상상일 뿐이다.
우선, 영리 의료보험이 도입되면, 자본가들이 정부를 압박해서 수가를 올릴 것이라는 상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 상상 속에는 의사들은 약해서 정부를 충분히 압박하지 못해 수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관념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불쌍한 생각이다.
또,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된다고, 그것의 영향으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간보험이 생길 가능성도 없다.
우선, 민간보험 도입은 건강보험의 의무 가입이 해제되어야 의미가 있으며, 이는 곧 다보험체계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같이 사회보험 제도를 도입해 쓰고 있는 독일의 경우가 그러하다. 독일은 공무원이거나 년간 5만 유로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즉, 영리 법인 도입,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도입은 모두 한 몸으로 움직일 때 영향력이 있을 뿐, 영리 의료법인 도입 만으로는 특별한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8. 결론
첫째, 다른 영역도 마찬 가지겠지만 보건의료를 논하려면 공통적으로 쓰이는 관용어를 쓰는 게 좋겠다. 불필요한 오해와 착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로는 영리 법인 도입은 물론,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도입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셋째, 영리 법인 도입,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도입은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Private sector를 도입하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기형화된 건강보험 제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넷째, 이 제도들의 호불호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2016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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