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대통령 잘못이다.








국풍81 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81년은 전두환이 군사 쿠테타를 일으킨 그 다음 해이다. 81년 5월 닷새에 걸쳐 여의도에 장마당을 펼쳐 놓은 것인데, 총 참가 인원이 언론 추산 7백만명, 주최측 추산 1천만명에 달했다.

하루 백만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와서 먹고 마시고 취하고 그랬다는 것이다.

원래 이 행사는 전국대학생 민속축제였는데, 어쩐 일로 군사정권이 이를 지원한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이 행사를 지원한 이유는, 국민들 마음 속의 에너지를 발산하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체제 불만, 계층 갈등 등 마음 속에 누적된 정신 역동에너지를 풀데가 없으면 결국 그 에너지가 시위로 이어지니 그냥 합법적으로 여기와서 풀고 가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 술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에는 피란민 정서가 있다고 했다. 피란민 정서는 남들 보따리 싸면 나도 싸야 하는 정서이다. 남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데, 그냥 있으면 불안해지는 정서이다. 왜 보따리 싸야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싸고 보는 정서이다.

또, 불편을 당연히 여기고 감수할 줄 알며 길바닥에 앉아서 음식 먹는 걸 자연스레 여기는 정서이다. 나만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처자식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정서이다.

이 피란민 정서는 무엇에 대한 불안, 갈등 등을 이성적, 합리적으로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정신역동(Psychodynamics)이다.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각종 이상한 형태로 분출된다.







이성적, 합리적 집단 해소 방식이 바로 스포츠이다. 스타디움에 모여 야구나 축구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해소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오늘 시청, 광화문 집회에 모인 인원들은 나름 애국심에 나갔을 것이다. 아니면 애국심으로 포장해 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지 정색하고 물었을 때 합리적으로 대답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짐작컨대, “사과 했잖아요”가 그들의 대답일 가능성이 크다.

사과는 잘못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뭔지 몰라도 잘못했으니 하야하라는 것일 것이다.

스포츠 중계하듯 시위 현장을 중계하는 공중파의 다른 방송에서는 검찰의 곤혹스러움을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체포 기간이 끝나가 최순실을 서둘러 기소해야 하는데, 기소할 혐의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염두에 두고 있는 범죄혐의는 기밀누설과 직권남용인데, 민간인인 최순실에게는 적용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병우는 기소 혐의가 없어 가족회사 횡령 건으로 기소하고 더 조사할 참이라고 한다.

검찰이 재판에 넘길 이유도 찾지 못하는 사건. 이 사건으로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몰려나왔다.

다, 대통령 잘못이다.

전두환 대통령처럼 국풍 같은 행사를 진작 마련해서 더 추워지기 전에 국민들의 피란민 에너지를 해소시키지 못한 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굴 탓하랴.


2016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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