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규제하고, 펜은 방임해도 좋은가?
기본적으로 언론은 국가 기관이 아니며,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상법상 법인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영리 기관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와 함께 제 4부로 불리며, 특권을 부여받고 있다.
언론이 갖는 특권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주는 취재권, 보도권이라는 창과 ‘언론 탄압’이라는 방패이다.
취재권, 보도권을 휘두르면 권력의 심장도 찌를 수 있고, 언론 탄압을 치켜 세우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이렇게 언론 기관에게 특권을 주는 이유는 언론의 기능 즉, 감시와 비판으로 헌법 기관이 어긋나지 않게, 사회적 이기(利器)의 역할을 다하라는 것 때문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언론이 지녀야할 가치 즉, 저널리즘 정신을 좀 먹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라는 것이다. 즉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내용을 편집하고 순서를 바꾸고, 특정 내용과 장면만 반복하는 것이다.
또, 이번 미국 대선 레이스 중 트럼프가 언론에 대해 가장 비난했던 부분이 유세장을 보도하는 행태였다. 미국의 언론들은 교묘한 편집과 방송으로 트럼프를 힐난하고, 힐러리의 유세장에 많은 군중이 모인 듯 방송했다.
국내에서는 j 모라는 방송이 그 짓을 잘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도 있다. 즉, 본질과 관계없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하여 원하는 쪽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마약 주사를 맞았다, 성형 수술을 하느라 마취가 되어 7시간 동안 잠적했다, 굿을 했고, 주술에 빠졌다 하는 기사나 최순실의 갑질 행태를 보도하면서 수없이 사용 되었다. 요즘, 한 모 신문사, 조 모 신문사가 아예 대놓고 황색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터져 나오면 언론사는 환호한다. 그 이슈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다. 왜냐면,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회적 이슈는 보도의 가치성을 높이고, 따라서 판매 부수를 늘릴 수 있고, 시청률이 올라가며, 이는 곧 광고 유치에 유리하고, 회사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이슈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이슈를 끄집어 내길 원하는 기본적 욕구가 언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자들이 특종을 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회사의 이익 때문에, 설익은 취재로 특종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도를 조건으로, 혹은 보도 무마를 조건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특히 지방의 환경 신문들이 지방 제조업체들을 협박하고 뒷돈을 챙기는 사례는 흔히 있었다.
김영란 법으로 기자들이 아연질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사에서 받는 급여보다 다른 수익원이 더 중요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탓이다. 기자들 중 이미 이직했거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언론계의 경쟁도 극심하다.
언론사 중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 등은 신고제이므로 등록만 하면 누구나 언론사를 차릴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1인 신문사를 비롯해 신문사가 범람하게 되어 이를 규제할 목적으로 상시고용 인력이 5인 미만인 언론사를 사실상 ‘등록 취소’토록 한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했으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 여전히 1인 신문사는 넘쳐나고 있다.
방송의 경우도 사실상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한 방송이 가능하므로 제한이 없다고 할 수 있다.
1 인 1 미디어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언론, 혹은 유사 언론이 넘쳐나다보니, 경쟁이 극심해지고, 통제 역시 불능 상태이다.
오히려, 이제는 제도권 언론이 유사 언론의 보도 형태나 방송 형태를 따라가기도 한다.
종편 시사 방송 진행자 목소리 톤은 쇼핑몰 진행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쇼핑몰에서 상품 팔듯 뉴스를 파는 것이다.
결국, 누가 더 자극적이고, 누가 더 감성적인 뉴스를 생산하느냐가 관건일 뿐, 사회적 공기(公器)로써의 저널리즘은 오간 곳이 없다.
이런 형편에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까?
TV에서 나오는 보도, 활자로 만들어진 신문은 비판없이 그냥 수용하고 믿어버리는 국민도 문제지만, 특권을 누리면서 여론을 호도하며 나라를 망치는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펜은 총보다 무섭다. 총기는 규제하면서, 펜은 방임해도 좋은 건가?
2106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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