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힘내시라






영어 단어 sorry는 중세 영어 sory에서 유래했으며, 이것의 어원은 지금의 sore와 같은 sār 이다.
다시 말해, sorry는 sore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Sore는 괴로움을 뜻하므로, I'm sorry 는 '내가 괴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m sorry의 한국식 표현은 “미안하다”인데, 미안(未安)의 미(未)는 ‘아니다’라는 부정을 뜻하고, 안(安)은 ‘편안함’을 의미하므로, 미안하다는 ‘내가 편치 않다’는 의미이며, I’m sorry와 동일한 뜻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즉, ‘미안하다’와 ‘I’m sorry’는 모두 내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며, 내가 불편한 이유가 바로 당신이 불편한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상태를 뜻한다고 봐야 한다.
‘사과(謝過)'를 뜻하는 'apology'는 'away from' 혹은 'detached'를 뜻하는 접두어 'apo-'에 'logos'가 결합된, 그리스 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Logos는 지혜, 이성(理性), 절대자의 말을 의미하므로, apo-logos 는 지혜, 이성, 절대자의 말을 어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므로, apology는 늘 잘못 (falut)과 동반한다고 할 수 있다.

사과(謝過)의 사(謝)는 의미 요소인 말씀 언(言)과 발음 요소인 쏠 사(射)가 합쳐진 한자로, 원래는 “떠나다’의 뜻이었으며, “용서를 구하다”는 뜻은 파생되었다고 봐야 한다. 또 과(過)는 ‘가다’는 의미요소인 辵(착)과 발음 요소인 와(咼)가 합쳐진 한자로, 사과(謝過)는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죄(謝罪)는 “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뜻이며, 통상 사과보다 강한 뜻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사과나 사죄는 미안과 달리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의사가 호흡이 멎은 환자를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회복되지 않고 사망했을 때, 의사가 그 가족에게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면, 보호자는 의사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뭔가 잘못했다는 것이며, 그걸 고백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의 ‘미안’은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 아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동감하며, 유감을 뜻하는 것이다.

사과나 사죄는 다르다. 여기에서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책임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 지난 10월 25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11월 4일 대국민담화 발표 당시



개인적으론, 이 사과에 대해 대단히 불만이 많았다.

대통령의 사과는 큰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며, 도덕적, 법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월 25일만 해도 최순실 사태에 대해 의혹만 있을 뿐, 실체는 없었다. 최순실은 외국에 있었고, 제대로 된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모든 의혹은 그 순간 사실로 되어버렸고, 대통령을 지키려던 국민들 역시 옹호의 변을 잃고 크게 실망하며 돌아서게 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사과의 내용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눈여겨 볼 사람은 없다. 오로지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사실만 중요하고, 대통령의 사과는 무언가 잘못(즉, 범죄 사실)이 있다는 것임을 전제한다고 믿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사과는 중요한 통치행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명백한 과오가 아닐 때는 사과란 용어 대신 유감이란 단어를 쓰기 마련이다.

유감(遺憾)은 영어로는 regret, shame, indifferent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며, 사과를 뜻하는 말이 아니며, 외교적 수사로 쓰인다.

11월 4일 대국민담화에서도 ‘사과’와 ‘사죄’가 각 한 번씩 사용되었으며, 이 때 사과의 내용도 “국민들에게 실망과 염려를 끼친 것”이었고, ‘사죄’는 담화의 말미에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쓰인 것으로,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그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눈여겨 볼 것은 이 담화에서 ‘잘못’을 4번, ‘책임’을 6번 언급하였다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되었으며, 그 점을 책임지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중략)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최순실 사태에 관련하여, 특히 최순실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대통령 본인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잘못’이 최순실과 공모하여 기업을 등쳐먹거나 나랏돈을 빼돌리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잘못은 그녀와의 개인적 인연을 믿고 그녀를 방치한 것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언급했듯 ‘경계의 담장’을 낮췄고, 그 결과 최순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였는데, 이것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의 인생을 돌아보면, 평범한 사람처럼 크던 작던 죄를 짓고 산 인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교통 위반을 했을 리도,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처벌받았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큰 범죄에 연루되었을 리도 없다.

그런 대통령에게는, 비록 본인이 스스로 저지른 범죄 행위가 아닐지어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국정 혼란이 올만큼의 파문을 일으킨 것에 대한 스스로의 책망이 태산처럼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시위를 하고 촛불집회를 하던 않던, 야당과 언론이 연일 포화를 쏟아내든 말든, 그것과 관계없이 본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책망하고 괴로워하였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하고, 또 다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잘못을 반복해 인정하고 책임지겠노라고 거듭 말한 것으로 보여진다.
대통령뿐 아니라 분명, 국민들의 실망과 상처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자책에 빠져 괴로워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흔들림없이 굳건히 버티고 일어서는 대통령을 원한다. 국가 안보와 국정을 살펴 주고, 민심이 그에게 기댈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남은 국민들의 염원마쳐 팽겨치지 말기를 바라고, 대통령의 자책과 고통에 국민으로써 미안(未安)함을 가지며, 동시에 힘 내시라 응원한다.


2016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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