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독트린과 선제적 공격








9/11 사태는 진주만 공습 이후 외세에 의해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두번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은 공격 국가가 명확한 것에 반해, 9/11 사건은 공격자를 국가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첫째, 테러 집단인 알 카에다는 다국적자들의 집단이며,
둘째, 테러리스트의 대부분이 사우디 출신이었는데, 그렇다고 사우디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알 카에다를 만들고, 이 테러를 직접 기획하고 진두 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의 유명한 집안의 자식이고, 확인된 가담자 명단을 보면 두 명의 아랍에미레이트 출신, 각 한명의 이집트와 레바논 출신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다.

그러나 사우디나 UAE, 레바논, 이집트는 모두 대표적인 친미 아랍 국가이므로 테러를 빌미로 이 아랍국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미국의 정책은 테러와의 전쟁이며, 그 배경에 “부시 독트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독트린은 테러리스트는 물론, 이들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국가를 모두 같은 선상에 놓고 적대시 할 것 즉, 선제 공격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전세계를 향해 우리 편이냐 아니냐 입장을 내놓으라고 공표한 것이다. 만일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여러 차례 연설을 통해 반복 되었고, 후에 ‘부시 독트린’으로 불리게 된다.

최초의 연설은 9/11 테러가 발생한 당일 밤 백악관 연설이며, “세계무역센터의 테러를 감행한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국가들 사이를 구분짓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그 다음해인 2002년에는 “테러집단과 그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국가들을 동일시할 것”임을 재선언하였으며, 2004년 백악관 연설에서도 “문명과 테러의 싸움에 중립지대는 없다(There is no neutral ground in the fight between civilization and terror.)”고 선언했다.

이렇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 세계에 공표한 이유는, 세계 다른 국가들이 부시의 선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아프칸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명분을 찾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테러집단을 보호하고 있다며, 아프칸을 침공했다. 명백한 침략 전쟁이었다.

아프칸은 알 카에다가 만들어지고 활동했던 주 무대이다.

구 소련이 아프칸을 침공하면서 아프칸에 거주하고 있던 무슬림을 지원하는 일종의 지하드 형태로 오사마 빈 라덴이 알카에다를 만들었다. 알카에다는 The basis, The Foundation 이라는 의미이다.

음모론자들은 미국이 오사마에게 아프칸을 지원할 단체를 만들고, 미국이 지원하는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책임을 맡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은 소련을 견제할 목적으로 사우디를 통해 아프칸을 지원했으며 전쟁물자 지원과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오사마의 아버지는 사우디의 거부로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유통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또, 오사마 빈 라덴이 반미로 돌아선 이유가 아프칸 전쟁이 끝난 후 사우디에서 추방당했으며,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서방국가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했고, 결국 9/11 테러를 야기했는데, 이는 결국 미국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은 애매했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와의 연결 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대인들의 음모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내 유대인 집단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는 이라크를 치기 위해 부시 행정부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에 의해 쫓겨난 이라크 출신들이 후세인을 내몰기 위해 WMD(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거짓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였고, 이를 믿은 미국이 이라크를 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부차적 목표가 없었다고도 할 수 없다. 즉, 이라크의 석유로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오판했고, 이라크를 통해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부시 독트린”은 선제적(Preemptive) 공격이라는 방법으로 타국을 침공하기 위한 명분이었던 셈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국제법상 합법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야기되면서, 선제적 타격(Preemptive strike)과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의 정의와 그 차이점에 대한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Preemptive와 Preventive는 일상적인 단어이지만, 군사 전문가들이 이 용어를 쓸 때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된다. 학자들 간에도 Preemptive와 Preventive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고, 결국 미국방부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예방적 전쟁 : 긴박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군사적 충돌이 필연적이고, 지연되었을 경우 더 큰 위험이 생길 것이라는 확인이 있는 가운데 시작되는 전쟁.
(Preventive war : a war initiated in the belief that military conflict, while not imminent, is inevitable, and that to delay would involve greater risks.)

선제적 공격 : 적의 공격이 긴박하다는 명백한 증거 하에 시작되는 공격
(Preemptive attack : a attack initiated on the basis of incontrovertible evidence that an enemy attack is imminent.)

통상, Preemptive는 공격이라는 의미의 Strike을 쓰고, Preventive는 war와 함께 전쟁이라는 개념을 쓴다.

이 둘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선제적 타격은 국제법상 침략 행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침략전쟁을 벌이면 국제적으로 전범이 되는 것이며, 전범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제타격의 개념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만으로도 이미 17세기 선제타격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의 개념을 사용했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핵발전소와 농축 시설을 선제타격하려는 계획을 가졌고,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이 계획은 작전계획 5026(OPLAN 5026)으로 계속 진화되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SCM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북핵의 위협이 증가될 경우, 작계 5026을 발동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거나 논의 중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부시 독트린이 유효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로버트 케이츠 미 국방장관은 한 TV에 출연하여, 이라크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뭐냐는 질문에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찾는데 실패한 경험을 통해 미래의 대통령(오바마를 지칭)은 전쟁을 시작하거나 정보에 의존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앞으로 대통령이 선제공격을 하려면 수많은 의문에 대답해야 하며 6, 7년 전에 비해 훨씬 높아진 기준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그 기준은 ‘미국 본토가 즉각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로 국한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언론은 ‘부시 독트린’을 폐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외견상 평화주의자였고, 또 실제 그랬다.

이라크 미군 철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고, 실제 철수시켰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실수였고, 앞서 언급했다시피, 9/11과 관련이 없으면서 이라크 출신들의 거짓 정보에 속아 시작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러시아가 같은 전쟁을 시작했다면 러시아는 이미 파산에 몰려 국가가 붕괴되었을 만큼 미국은 엄청난 전쟁 비용을 치뤘다.

이라크 전쟁 1년 만에 1,500억불을 전비로 썼고, 매월 주둔 비용으로 40억불을 지출했으며, 일각에서는 이라크 전비와 미국 국방예산을 합치면, 전세계 국방비를 다 합친 것을 훌쩍 넘어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 중 하나는 부시의 큰 오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는 미국이 아랍 국가들에게 민주화를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이 태평양 전쟁 후 일본을 민주화하였고, 동유럽이 민주화되었듯 아랍국가들을 민주화시키면 테러 집단은 자연히 소멸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그 시작도 괴기스럽지만, 전쟁 과정도 엉망이었고, 무엇보다도 후세인 정권을 무너트린 이후 미국의 대처에 커다란 잘못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힐러리가 장악한 미 국무부는 관리를 파견해 이라크를 통치하도록 했지만, 현실을 모르는 책상머리 관리가 이라크의 통치는 커녕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이라크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갔고, 주둔 미군마져 사기가 저하되었고, 이라크 파병을 꺼리게 되면서 전쟁이 길어지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질 떨어지는 병사들이 이라크로 파병오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게다가 오바마가 갑작스럽게 철수를 결정하면서 무정부, 권력 진공 상태가 생겼고, 그 틈을 IS가 채워넣었다고 할 수 있다.

즉, IS의 발현과 성장에 미국이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미국이 부시 독트린 정책을 폐기했다면, 미국이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여지는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8년간 오바마의 잘못된 외교 정책이 북핵을 방관하고 위협을 키운 측면이 있는 것은 맞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 미국의 정책 기조는 다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바마를 잘못 보좌한 미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가 대선에서 떨어진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트럼프가 신고립주의 외교정책을 편다고 했으니, 물건너 간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의 고립주의 주장은 곧 사라질 것이고, 오히려 신 네오콘의 등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


2016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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