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그것이 알고 싶다.





광역 밴쿠버(Great Vancouver)의 동쪽, Pitt river의 북쪽에 인구 약 13만 명의 코퀴틀람(Coquitlam)이라는 도시가 있다. 97년 홍콩 반환과 캐나다 이민 정책으로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로, 이를테면 분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광역 밴쿠버에는 21개의 지자체가 있는데, 이 중 6번째로 크고, 거주민 중 한국인이 2번째로 많은 곳이다. 바로 이웃하고 있는 도시인 Port Coquitlam에도 한국인이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

왜 여기에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시설 좋은 학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밴쿠버는 북쪽은 산악지대이고 남쪽은 평야지야인데, 코퀴틀람은 그 중간 지역으로 산과 평지가 섞여 있어 전경이 좋다. 어느 건설회사가 그곳의 산지를 매입해 택지로 조성한 후 산 중턱에 모델 하우스 몇 채와 초등학교를 먼저 건설한 후 입장료를 받고 모델 하우스를 공개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목조주택 최강국 답게 수려하고 기능적인 주택을 잘 지으며, 유행을 선도하므로 주택이 보기 좋은 건 물론이지만, 단연 초등학교가 백미였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남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평야가 한 눈에 보이는 멋진 학교인데, 특히 교육을 고민하며 한국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을 것이다.

또,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개발 초기에는 집 값도 저렴했고, 정책상 수백만불에 이르는 고급 주택과 duplex, 4-plex와 같은 다세대 주택, 콘도 등이 섞여 있어 집을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7일 이 지역 한 호텔 컨퍼런스 룸에서 입주자 회의가 있었다. 대부분 한국 이민자들이었다.

회의 중 투표를 놓고 논쟁과 싸움이 발생했는데, 누군가 신호하여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 경찰들은 RCMP(The Royal Canadian Mounted Police)라고 불리는 연방경찰이었다.




RCMP


캐나다에는 지역 경찰, 주 경찰과 연방 경찰이 있는데, 연방 경찰은 연방법 위반에 주로 동원되지만, 캐나다 온타리오와 퀘벡 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 경찰처럼 일반 법 위반 단속에도 동원된다.

캐나다 경찰은 미국 경찰에 비해 훨씬 친절하고 시민에 우호적이지만, 그중 RCMP는 좀 더 권위적이고 까다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소란은 끝났지만, 경찰은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해산을 명령했고, 대부분 흩어졌는데, 유독 한 노인 부부 만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해산을 거부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노인들이 집주인에게 피해를 봤다며 마침 나타난 경찰에게 해결해 달라고 했다고 하기도 한다. (노인 부부는 영어를 원활하게 할 수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요를 진압하러 온 경찰에게 형사 사건이 아닌 것을 떼 쓴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한 경찰은 소동을 피우는 노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해산 명령을 어긴 혐의로 조사하기 위해 연행하는 과정에서 노인 부부 중 남편이 바닥에 드러눕고 끌려가지 않으려고 계단 난간을 잡고 저항하자, 거칠게 끌고 갔고, 부인인 할머니에게는 수갑을 채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놀란 손녀는 울면서 경찰을 때리며 계속 해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많은 한국인들이 있었지만, 한국말로 경찰을 비난하면서도 경찰에게 항의하거나 무력 사용을 제지하지 못했다.

이 당시 장면을 어느 한국인이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렸고 이후, 이 사건은 교포신문 (토론토 한국일보) 뿐 아니라, CTV (Canada TV), CBC News(Canadian Broadcasting Co,) 등 캐나다 주요 방송에 보도되었으며, Tri-City News, Huffpost British Columbia 등 지역 신문 등에서도 보도되었고, 31일부터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캐나다 매체들의 보도 내용은 RCMP가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것보다, “이 일로 RCMP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쪽에 모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청자나 독자들의 반응도 갈리는데, Huffpost British Columbia의 댓글에는 경찰에 대한 비난이 많은 한편, 유튜브의 다수 반응은 “체포에 저항할 때 경찰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며,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노인에게 무력을 사용한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특히 해외 거주 한국인에게 이런 일이 생겨 더 공분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런 일에 분노하는 이유는 나에게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 인들의 반응을 보면, 분명 그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고 저항한 것에 대한 동정심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이 국내에서 생겼다면, 아마도 언론은 연일 떠들어 대고,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시위가 일어나고, 해당 경찰은 경질되고, 결국 경찰청장이 머리를 조아려 사과했을 것이다.

결국 일선 경찰들은 더욱 더 몸을 사리게 되고, 공권력은 더욱 실추되고 덩달아 사회 질서는 더 혼란스러워지고 불법 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사태가 캐나다에서 어떻게 종결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예측컨대 RCMP 들을 조사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 분명하다. 이 일로 시위를 벌일 캐나다 국민은 아무도 없다.

만일, 캐나다 교민 사회가 이 일을 이유로 캐나다 정부에 항의한다면 들을 답은 뻔하다. “유감이지만, 공권력 행사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처럼 시위하거나 이슈화 한다면? 다른 캐나다 시민이나 이민자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왜 캐나다나 다른 나라에서는 뻔하고 당연한 일이,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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