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태를 미국은 어떻게 볼까?









한겨레 미국 특파원 기자가 지난 4일(현지) 백악관 대변인의 기자 간담회에서, 다른 기자들이 질문하고 답한 내용을 근거로,

백악관이 “다른 인물이 나라 이끌어도 한미동맹 굳건”하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퇴임 가능성도 염두에 둔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으며, “백악관이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기사를 쓴 바 있다. (11월 6일자 한겨레 신문)

그러나, 한국일보의 기사 내용은 뉘앙스가 다른다.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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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미국과 한국 간의 동맹은 긴밀하고 강력한 동맹이며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도 강력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또 “강력한 동맹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국민들과 다른 인물들이 그 나라들을 이끌 때조차도 계속되는 관계”라며 “그것은 두 나라 정부와 국민이 그 동맹에 헌신할 의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전임자와 효과적인 업무 협력관계를 가져 왔고, 박 대통령이 재임해온 지난 3~4년 효과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부분은 사적으로든 혹은 공개적으로든 내가 신경 쓰거나 끼어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11월 6일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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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뿐 아니라 국내 다른 매체의 보도 역시 이와 유사하며, 일부 진보 성향의 매체 외에 이 기사에 백악관이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기사를 쓴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에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인물”이 나라를 이끌때도 한미 동맹은 강력하다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 부연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 전임자 즉, 이명박 대통령 때도 오바마는 효과적 업무 관계를 가졌고, 지금 박 대통령과도 그러하며, 마찬가지로, 대선 후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어도 같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 인터뷰가 있기 전인 지난 3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는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한 중국 언론이 최순실 사태에 대해 질문하자 “최순실 사태로 인한 한국의 정국불안이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중요 우선순위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국 기자가 진짜 묻고 싶은 것은 한국내 사드 배치였을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사드의 한국 배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중국 언론의 질문에 러셀 차관보는 "사드는 한국의 남부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시스템일 뿐”이며 한국 배치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 백악관이 최순실 사태를 최초로 언급한 것은 지난 1일 마찬가지로 유세 현장으로 가는 에어포스 원에서의 기자 간담회였다.

백악관 대변인은 최순실 사태는 "한국인들이 논의할 문제”이며, "관련 보도를 봐서 알고는 있다"며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별도의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강하고,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인터뷰와 미국 정부의 입장을 토대로 보자면,

첫째, 최순실 사태는 한국 국내의 사정이므로 한국의 문제이고, 이것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둘째, 한미 동맹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며, 사드 배치 등 군사적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셋째, 한미 양측의 지도자가 바뀌어도 한미동맹 관계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미국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정보국(DNI) 국장 발언(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가 아니라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과, 또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를 통해 나왔다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핵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등 미국의 북핵 관련 기조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참고 블로그]

전략적 인내의 폐기 
- 미국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관해

쿠알라룸푸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미국과 북한의 은밀한 접촉

영국 공군, 한반도에서 연합 훈련에 참가

이란 핵 협상 식 북핵 타결은 안 된다.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 의회의 전통적 입장

오바마 행정부, 외교 정상화 전제로 북핵 동결 요구하는 유화책 제시 가능


그러나, 미국 의회, 군사전문가, 주류 언론 등은 이 같은 기조 변화에 거세게 반발하며, ‘오해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미영일 연합 훈련을 비롯해 강도 높은 군사 훈련과 주한 미국인 비전투 요원 소개작전(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NEO) 훈련을 진행하였고, 지난 2일에는 미국 국가안전국 (NSA. National Security Agency) 의 마이클 로저스 국장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다녀 갔다.

마이클 로저스 국장은 미 해군 제독으로 2014년부터 NSA 국장과 미국 사이버사령부(U.S. Cyber Command)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이번 방미 중 한국 정부 및 군과 북한의 사이버 전에 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가 걱정해야 하는 건, 미국이 대북 군사 작전을 할 경우 한국과 어느 정도 공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 작전은 북핵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태도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미국은 한미군사동맹을 강조하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 국민의 반대, 언론의 반대, 정치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한미동맹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명백히 말해, 사드는 한국 국민을 보호한다기 보다는 평택 기지 등 주한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이다. 사드가 서울을 커버하지 못하는 남쪽에 배치되는 점을 생각해 보라.

바꾸어 말해, 미국이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데, 한국 국민, 언론이 반대하고,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적거리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강력한 대북 기조를 가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무력화되고 연정이든, 거국내각이든 책임총리이든 좌경화된 정치 세력이 국방, 외교를 점령하고 국가를 이끌때도, 백악관 대변인의 주장처럼, 한미 군사 동맹이 온전할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는 12일의 광화문 광장 시위, 그 뒤에 이어지는 시위가 반미 시위로 변질되지 않을리라는 보장도 없다.

만일 대대적인 규모의 시위에서 반미 구호가 나오거나 성조기를 태우는 등의 모습이 언론에 비춰질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에서 한국은 더욱 더 멀어져갈 것이며, 소외되어 갈 것이고, 그럴수록 일본의 위치는 더욱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2016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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