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jet 의 감동 이벤트로 생각하는 오! 캐나다, 캐나디언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 Westjet 이 2013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깜찍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으로, 250명이 넘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었고, 이 영상을 통해 그 수 백, 수 천 배 넘는 사람들에게 Westjet 이라는 항공사를 깊게 각인시켜 주었으니, 비용대비 대단한 광고를 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캐나디언들이 이렇게 광고 홍보를 염두에 두고 이런 이벤트를 벌일 머리를 쓸만큼 영약하지 못합니다.
저는 캐나다 사람들의 품성, 문화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놀고, 기업의 오너이던 직원이던 아니면 임원이던, 일단 놀고 쉬고, 가족과 시간보낼 수 있는 건 철저히 챙겨야하고, 더구나 그게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줄거란 생각 절대 안하고...
westjet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람도 임원에게 '이렇게 하면 엄청난 광고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재미있잖아요? 사람들이 좋아하겠지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로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아마, 이걸 기획한 직원, 승인한 임원, 투자자 모두 안중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캐나다는 어떻게하면 더 많이 놀 수 있나 궁리하는 나라 같을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모든 국경일은 월요일입니다.
그러니까 몇월 몇일이 아니라, 어느 달 몇 번째 월요일이 국경일인 셈입니다.
- 이렇게 3일 연장 노는 날을 Long weekend라고 합니다. 월요일도 weekend에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토요일, 일요일에 걸쳐 월요일까지 같이 놀면 좋으니까 그런 거지요.
근로일수가 줄어들면 회사가 어려워진다... 이런 얘기 안합니다. 왜, 사장도 놀아야 하니까요.
학생이나 교사이건 노는 날, 쉴 수 있는 날은 무조건 챙겨야 좋은 학생, 좋은 선생이 되는 나라.
모든 학교는 professional activity days(PA day)라는 게 거의 두 달에 한번은 있습니다(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그러는 날이라는데, 당연히 학생들은 놉니다. 교사들이 엄청난 activity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PA day는 금요일에만 있습니다. 월요일로 정하다가는 휴일과 겹쳐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대학생들은 여름, 겨울 방학외에도 reading weeks라는게 있어 이유없이(?) 한 주일을 또 놉니다. 이유라봐야 학생들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거랍니다.
이미 학생때부터 노는 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저는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와 비교해 익숙하지 않을 따름이지요.
캐나다에 이런 문화가 있는 건, 여러가지 배경을 추론해 볼 수 있는데,
첫째, 캐나다는 이민자들로 만들어지는 나라이고, 신생국가입니다.
즉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며,
미국처럼 그 다양한 사람들을 한 솥에 넣고 부글부글 끓여 전혀 새로운 "미국인"이라는 "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melting pot),
다양한 개성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한 솥에 넣고 이리저리 휘휘 저어서 "캐나디언"이라는 "샐러드"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Salad bowl).
다시 말해,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지만, 캐나다라는 샐러드의 맛을 잃지 않도록 유지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토와 자원은 한없이 많고, 인구는 적으며, 해마다 고정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들고 들어오는 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에, 늘 내수 시장은 잘 유지되고,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그래서 캐나다 정부의 스탠스는
"당신들은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잘 사세요. 대신 질서 잘 지키고, 사회 문제만 일으키지 말고. 나라 경제, 나라 경영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캐나다 경제는 1%가 99%를 책임지는 구조라고도 합니다.
1%가 열심히 일하는 중에, 99%는 그저 해피하게 살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너무 악착같이 돈 벌려고 하지말고 (많이 주지도 않지만, 많이 벌면 세금으로 거두어 가버리고) 사회를 위해서 적당히 자원 봉사도 하고, 레크레이션, 운동, 교육도 받으며 좋은 이웃이 되어서 살아라... 하는 것입니다.
실제, 캐나다 하이웨이는 오후 3시면 퇴근하는 차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는데, 이게 가능한 것은 아침 7시에 출근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고, 특히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 건설관련 업종 등등이 그런 경향이 많음)
아침 7시면 일을 시작해, 별도 점심 시간을 갖지 않고, 커피와 도넛 정도로 점심을 때우고, 8시간 일 한후 칼 같이 집으로 갑니다.
여름에는 섬머 타임으로 9시를 넘겨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second life가 시작됩니다.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커뮤니티에 있는 대학을 다니기도 합니다.
오후 3시에 일이 끝나니, '끝나고 어디가서 한 잔 하자'는 약속도 할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의 목표도 우리와는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바닥에는 '경쟁'이라는 것이 있어, 학생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경쟁에서 이긴 아이들끼리 다시 붙여 또 경쟁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 그런 교육이라면,
캐나다 교육의 목표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질서와 창의성을 기르고 good citizen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캐나다는 유치원 (Kindergarten)부터 12학년(우리나라 고 3)까지 등하교 시간이 모두 같습니다. 즉 아침 9시까지 학교에 가서 오후 3시반에 수업이 끝납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립학교는 당연히 모두 무료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역시 캐나다 정신(!)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붙어 있어야, 부모가 일을 하기 좋습니다.
캐나다는 보통의 직업을 갖는 경우, 한 사람이 벌 경우 빡빡하게 살아야 합니다.
엄마가 파트 타임이건, 풀 타임이건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좀 여유롭게 여행도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고, 오후 3시면 퇴근할 수 있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3시반까지 봐주면 부모로써는 큰 일을 더는 셈이 됩니다.
그러니, 학교가 애들을 좀 봐주도록 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맘 놓고 학교에 맡기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유모(nanny)까지 두고 등하교를 유모가 시키고, 엄마는 뷰티 샵, 테니스 클럽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지요.
2013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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