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을 본인 부담 100%로 하는 건 어떨까?



이렇게 가정해 보자.

현행, 건보법상 요양기관에서 약국을 제외하는 것이다.

- 이 가정은 약사회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그냥 상상해보자는 것이니까 너무 과민 반응하진 말자. 또 약국에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요양기관에서 약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처방약 (원내 조제 혹은 원내 투약되는 약을 제외한, 처방받아 약국에서 조제되는 약)에 대한 건보 적용이 제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의약분업은 현행과 같고, 약 값만 본인이 전액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약국의 입장에서는 건보 공단에 청구하여 약 값을 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니, 자금 회전이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자는 것이야? 뜸금없이…

왜냐면, 약 값이 건보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략 총진료비의 1/3, 건보 재정 지출의 30% 가량이 약 값이다.





급여비 기준으로 대략 10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원내, 원외 모두 포함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하는 금액)



이렇게 막대한 금액이 지출되는 반면, 약이 낭비되거나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환자들은 약값의 일부만 부담하게 되므로 약값의 부담이 적어서인지 약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만일 약값 지출을 대폭 줄이게 된다면, 그 준 만큼의 재정을 행위료나 다른 방식으로 지출하여 보장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니, 약값을 건보로 커버하지 않는다고 보장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원내 사용 의약품 (주사제, 원내 조제 등등)은 모두 무상으로 하거나, 본인부담을 대폭 줄여 줄 수도 있고, 중증 난치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쓸 수도 있다.

또, 필히 올려야 할 진찰료 인상에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값을 건보 재정에서 일부 보전하지 않을 경우, 개인이 져야 할 약값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받아야만 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약값에 대한 부담이 크게 된다.

따라서,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약값을 아예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약값의 일부를 더 보전해 주도록 한다. (이들 환자들이 약을 먹지 않고 쌓아 놓을 이유가 없으며, 만성질환자는 최대한 질병 관리를 잘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큰 의료비 지출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 약값을 커버해주는 실손형 보험의 가입을 유도하거나, 혹은 직장인의 경우 직장에서 복리후생 차원으로 전 직원들을 상대로 실손형 보험사와 일괄 계약을 하고 약값의 일부를 보전해 주도록 하는 등, 자연스레 시장이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쓰도록 한다.

(반면, 현재와 같이 입원 치료받을 경우 실손형 보험이 커버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왜냐면, 이 실손형 보험의 혜택을 받으려고 불필요하게 입원을 하고,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런 행위는 건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의료급여 대상자는 현행과 같이 국고에서 보조하도록 하고, 차상위 계층은 소득 기준으로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신청을 받고, 심사한 후 현행과 같이 건보에서 일부 부담하도록 한다.

사실 이런 정도면 약값을 본인부담하도록 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사실 약값을 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나라는 많다. 특히 NHS 즉 국가가 세금으로 의료비를 대신 지불하는 나라의 대부분이 약값 만큼은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나라 역시 다양한 장치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꼭 필요한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약값 본인 부담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이들 나라들의 약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다.

의약품 약값 본인 부담 100%는 약의 과소비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사실 이 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왜냐면 아무도 욕 먹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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