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3월 14일 : "영국의 우한 코로나 대응 전략"
방역의 기본은 차단과 격리이고, 이는 전염병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역학 조사는 차단과 격리를 위한 것이다.
이게 방역의 기초 상식이다.
그런데 영국은 이 상식과 어긋난(?) 발표를 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수상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한 코로나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방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바이러스를 억제 (contain virus)하는 것에서 감염을 지연 (delay spread)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겠지만, 최대한 감염을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한 코로나 감염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기침과 고열이 있더라도 (병원에 오지 말고) 집에서 최소 7일간 격리하고 있으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것을 막아 질병의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이다.
또,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확진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입원 치료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휴교와 같은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며, 프리미어 리그 등 스포츠 중단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것이며, 많은 가정은 사람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More families are going to lose loved ones before their time.")
왜 이런 전략을 쓸까?
영국 정부는 이미 최소 1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영국에 있다고 추정한다.
이들을 추적 조사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고, 가능한들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리 차단과 격리를 시도해도 이미 바이러스는 퍼질대로 퍼졌고, 애써 검사한들 확진 수만 양산할 뿐 영국 의료 체계로 이들을 수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우한 코로나는 가볍게 앓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루나 감기처럼 대응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NHS 시스템을 갖는 영국에서 독감이나 감기를 가지고 병원에 가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얘기이다.
결국 한국처럼 확진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므로 보건 예산이 정해있어 예산 내에서만 집행 가능하다. 만일 우한 코로나 환자에게 그 예산을 모두 사용하면 다른 질환자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영국 정부는 우한 코로나를 위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다수가 감염될 것이라고 본다면, 감염자와 비 감염자를 구분하는 것도 불필요해지고, 감염자라 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있고, 생산 활동이 계속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우한 코로나의 높은 사망률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희생자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 수는 66백만명이라는 영국 인구를 고려할 때 적어도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가정에서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아예 단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수상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한 찬반이 있을 것이다.
일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가 솔직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인상적이라고 말하고 수긍하기도 하지만, 다른 일부는 정부가 방역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과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어느 나라가 가장 잘 대처하는 것인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
보리스 존슨 수상은 정답을 말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한계를 들어낸 것이란 생각이 더 크다.
수 년이 지나봐야 영국 정부의 결정이 옳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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