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3월 10일 : "세계 다른 나라의 우한코로나 전염병 대비 능력은 충분할까?"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절반이 넘는 100 여개국에서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다.

그 중 발원지 중국은 물론,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았거나 뒤늦게 막은 한국과 일본을 필두로, 중국인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북부 이태리, 일대일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이란 등 중국과 밀접한 국가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 등 북미와 유럽,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남아 국가들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100 여 감염 국가 중에는 대만처럼 능동적 대응으로 확산이 더딘 곳도 있지만, 추세로 볼 때 앞서거나 뒤늦은 것일 뿐 확산은 불가피해 보이며, 미 감염 국가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인도에서 귀국 직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의 ‘전염병(epidemic)에 대비하는 최고 국가’ 국가별 랭킹 명단을 흔들어 보이면서, 미국이 전 세계 국가 중 전염병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으며,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한국도 우수한 의료 능력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어느 국가의 의료서비스 공급 능력 (전염병 대비 능력이 아니라)은 단순히 의료 수준이나 병상 수로 평가할 수 없다.

국가의 의료서비스 공급 능력의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는
1) 의료 교육기관의 수와 질 등 의료인 양성 및 공급 수준
2) 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등 양적, 질적 수준
3) 의료비 지급 능력
등이다.

즉, 양질의 의료인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의료기관 수와 질적 수준이 적절해야 하며, 의료비를 지급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이 3 박자를 모두 갖춘 나라는 전세계 200 여개국 중 아무리 잘 쳐 줘봐도 50 여 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을 예를 보자.

미국은 우수한 의료인을 충분히 배출하고, 의료기관도 넉넉하지만, 의료비가 지나치게 높은 반면 공공 의료보험제도의 부재로 의료비 지출 능력이 없거나 낮은 국민이 최소 5천만명에 이른다.

미국에 인플루엔자 환자가 많고, 사망자도 많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는 국민의 수가 많고, 가격 장벽이 높아 flu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나라이다. 세계 최강국이 말이다. 물론, 우한폐렴처럼 의료 재난이 닥쳤을 때, 미국 정부가 의료비를 몽땅 부담하겠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의 의료기관 수나 시설 장비 수준은 엄청난 인구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은 공공의료에 의존하지만 공공의료로는 국민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민간의료를 허용한다. 특히 중국은 민간의료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민간병원은 소득 수준에 비해 진료비가 높아 저소득층의 이용이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도농간 소득 수준, 생활 수준 격차가 크고, 의료 공급 수준의 차이도 크다. 때문에 농촌이나 지방의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고, 도시 역시 많은 인구에 비해 의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 중국 의료인의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 의학을 기준으로 삼지만, 일부 사회주의 국가나 폐쇄된 사회의 국가들은 전통적 의학 교육(traditional education)을 하기도 한다. 전통적 의학 교육이란 중의학이나 한의학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식 의학 교육이 아닌 그 나라 특유의 교육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 의학 교육의 비중이 커지면 국제 규범(Global standard)에서 벗어나. 교육 수준의 절대비교가 어렵고 동일 질환에 대한 프로토콜이 달라져 배척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미국 의사고시에 응할 수 있는 국가와 졸업 대학을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현재 의학 수준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의 의학 수준, 연구 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었으며, 국제 수준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의료인도 많이 늘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국은 의료 수준이나 충분한 의료인 공급에는 의문, 의료 시설은 부족, 의료비 지불 능력 역시 부족하다 할 수 있어 중국 역시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으로 각국을 평가하면, 이 3 박자를 고루 갖춘 아시아 국가는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정도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흥미로운 건, 한국, 대만, 일본, 독일, 네델란드는 매우 유사한 사회보험제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편, 의외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위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서유럽에 비해 의료비가 낮아 서유럽인들이 동유럽으로 의료 관광을 가기도 한다.

중동 산유국 국가 대부분은 왕이나 국가가 지은 멀쩡한 병원과 시설이 있고, 군주들은 국민들의 의료비를 부담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인력의 문제가 있다. 자국 의료인의 수준은 낮은 편이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특히 사우디, UAE 등의 여성들은 간호사가 되어 환자를 간호할 생각이 없으며, 이는 종교적 이유에 기인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중동국가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의료관광을 간다. 이들이 선호하는 곳은 미국, 독일, 영국, 튀니지, 요르단, 이집트 등이다. 물론 싱가폴, 태국 등도 가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등을 선호하지만 가격이 비싸 일부 부호층만 갈 수 있다.

미국인들은 멕시코로 의료 관광을 간다. 미국-멕시코 국경에는 미국에서 교육받고 멕시코에 병원을 차려 미국인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많다. 칸쿤과 같은 휴양지도 미국인들을 유혹하는 의료관광업이 성행한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폴, 태국, 인도 등이 낮은 비용,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무기로 하는 의료관광지이다. 태국은 질환 치료보다 미용 성형에 치중한다.

싱가폴은 사실상 동남아 국가들의 수도(capital) 역할을 한다.

동남아 각국에서 사업을 하는 화교나 글로벌 회사의 직원들은 싱가폴에 가족을 두고 평일에는 동남아 각국에 흩어져 일을 하고, 주말에는 싱가폴로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싱가폴 국제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싱가폴의 쾌적한 몰에서 쇼핑을 하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서 생활한다.

싱가폴은 80년대 이미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의 민영의료기관을 도입했다. 이 병원들은 주주를 모아 투자를 유치해 높은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높은 의료비를 받으며 병원을 운영한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 회사가 싱가폴에 있다.

이 병원들은 부호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폴의 의료보험제도 즉, medical account, medical shield 라는 독특한 의료제도로 싱가폴 국민도 이런 병원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의료관광이 부흥하는 건 상대적으로 자국의 의료 여건이 나쁘다는 걸 의미한다.

앞서 얘기했듯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자국에서 양성한 인력과, 의료 시설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소비자를 가진 국가는 50 여개국에 불과하다.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증 호흡기 환자가 동시에 다량 발생할 경우, 격리 병상, 집중 치료시설, 충분하고 잘 훈련받은 의료진을 가지고 이를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만일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그 백신이 전 인류에게 보급되는 건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을 요할 것이다.

치료제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치료제 확보 능력이 국력의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의료 수준이 곧 전염병 예방 능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가 전염병 재난에 직접 뛰어들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면 미국에서 모자란 건, 높은 의료비를 지불한 소비자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강력한 통제를 무기로 삼았다.

대만은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이를 믿고 따르는 일사분란한 국민이 위기를 줄이고 있다.

일본은 국민성과 질서에 의존하는 듯 보인다.

한국은 높은 의료 수준과 의료인들의 헌신적 노력이 정부의 무능을 커버하고 있다. 높은 확진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사망률이 이를 반증한다.

아무리 의료 수준이 높다해도 전염병 방역의 제 1 원칙은 차단과 격리이다.

한국이나 이태리, 이란 등은 이에 실패했고, 그 덕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차단과 격리의 주체는 병원이나 의사가 아니라 국가이다. 국가의 판단과 결행이 상황을 좌우하는 것이다.

의료 수준이 높은 50 개국에 포함되지 않아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차단과 격리를 한다면 확산 속도를 늦추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렇지 못해 먼저 매를 맞은 한국, 이태리, 이란 등의 사태는 다른 나라들에게 교훈을 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 교훈을 얻는 것에 성공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전염병 확산이 쓰나미라면, 경제 폭망은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같다.

쓰나미는 휩쓸고 지나가지만, 원전 폭발은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다.

전염병 확산은 시작일 뿐, 진정한 재난은 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2020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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