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3월 19일 : "의료접근성 강화에 역행하는 우한 코로나 확진 검사 기준"
89년 전국민 의료 보험 도입 이후 우리 정부가 끊임없이 추구해 온 게 ‘의료접근성 강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접근성 강화”는 절대 반지처럼 절대 명제이고, 모든 보건의료 정책이 이를 전제로 짜여진다.
접근성 강화란 병원에 오는 문턱을 없애는 걸 말한다.
그 문턱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비용 2) 거리 3) 심리
즉, 돈 때문에 병원에 못 가는 걸 막는다고, 전국민의료보험을 도입하고, 보장성 강화를 하고, 암 등 각종 질환의 본인부담금을 대폭 줄였다. 그 재정을 마련한다고 정부는 마른 수건 짜듯 병의원을 짜내 탈탈 털어 내고 있다. 국민의 의료비를 줄여주기 위해 보험 재정을 더 투입하는 대신 공급자 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 역시 금전적 의료접근성 강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가 멀어 병원에 가는 부담을 줄여준다고 80년대부터 이른바 차관 병원을 전국에 만들었다. 정부가 대일 차관을 얻어 전국 방방 곳곳에 병원을 짓도록 돈을 빌려 준 것이다. 그 덕에 시골 어느 구석에도 병원 없는 곳이 드물다.
국가가 수가(가격)를 정하면, 국가가 정한 수가대로 환자를 봐도 정상 운영이 되어야 상식이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공급이 많으면 공급자들은 경쟁을 해야 한다. 가격은 정해진대로 받아야 하지만, 경쟁에서 탈락하는 건 병원의 책임일 뿐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각종 규제로 목을 조른다. 결국 숨통이 막힌 병원들은 문을 닫는다. 공급이 넘쳐나니 병원 몇 개 문닫는 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요양보험이 도입될 때도 그랬다. 노령화로 노인들이 갈 곳이 없자 돈을 풀어 요양병원, 요양원을 지으라고 독려했다. 어느 정도 공급이 되자 또 다시 목을 조르고 있다. 의사들은 바보같이 알면서도 늘 당한다.
지금은 거리 접근성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바로 원격의료이다.
‘원격’이란 시공간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서울 의사가 제주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원격의료로 썰을 풀면 필요성, 당위성, 부작용 등등 하루종일도 할 수 있지만,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 결론만 말하자.
언젠가는 원격의료는 원든, 원치 않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원격의료를 하려면 반드시 의료공급체계가 확고히 정립되어야 한다. 그것부터 해결한 후 원격의료를 꺼내라.
심리적 접근성 강화란 병원에 가는 게 불편하거나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은 누구에게나 부담되는 곳이고 정말 가기 싫은 곳이다. 나도 환자로 병원에 가면 신경이 바짝 서고 모든 점이 거슬리고 불편하다. 그러니 일반인은 오죽할까마는 그래도 줄기차게 찾아오시는 ‘고객’님도 계시다. 이런 분은 심리적 접근성이 매우 강화된 케이스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그런 고객과 같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온갖 짓을 다한다. 병원 서비스 평가에서부터 이 정부 들어와서는 환자경험 평가라는 것도 한다. 평가 항목은 의사나 간호사가 존칭을 잘 붙여주었는지, 환자에게 예의를 잘 지켰는지, 불만을 말하는게 어려움은 없었는지, 의사랑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충분했는지 등이다.
그러나 병원은 호텔이 아니다. 병원은 친절이나 상냥함을 파는 곳도 아니다.
심리적 접근성의 진짜 핵심은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것도 썰을 풀면 한나절이 가므로 결론만 말하자면, 의사는 알고 환자는 모르는 정보의 갭을 줄여, 질병 치료의 공감대와 동맹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심리적 의료접근성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 대하는 태도에 점수나 매겨서 뭘 하잖 것인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의료 접근성 강화는 모든 나라의 공통적인 의료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기를 쓰고 접근성 강화를 하는 동안, 적지 않은 나라에서 오히려 의료 접근성 약화를 추구하며, 의료 이용에 불편을 주는 정책을 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영국, 캐나다 같은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제공하는 나라이다.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로 알 수 있듯이 이태리도 의사들을 외국으로 떠나게 만들고, 의료 시설을 폐쇄하거나 축소했다가 이 난리를 만났다.
스페인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스페인 정부는 국내에 있는 민간 병원을 징발해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영국과 이태리,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의료서비스와 민간이 운영하는 민영 의료서비스가 공존한다. 즉, Public health service sector 와 Private health service sector 가 같이 있는 것이다.
각각의 두 Sector 내에는 서로 다른 지불자(payer)와 의료서비스 공급자(Service provider)가 있는데, 지불자는 정부 혹은 정부가 설립한 보험회사거나, 민간보험회사이다. 소비자 즉 국민은 세금을 내는 대신 정부가 지불하는 공공병원을 이용하거나, 보험료를 내고 민간보험회사가 지불하는 민영병원을 이용한다.
NHS 로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도 Private service sector(payer와 service provider)가 있다.
공짜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왜 따로 보험료를 내고 민영 병원을 이용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 뿐 아니다. 전세계 200 여 나라 중에 Public health service sector 와 Private health service sector 가 공존하지 않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스페인은 공공의료로는 우한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적 재산인 민간 병원을 징발하고, 이 곳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 역시 차출키로 결정했다. 이른바 ‘강제 징용’인 셈이다.
둘째, 그토록이나 의료접근성 강화를 부르짖는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검사에는 장벽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 3월 2일 확진 검사 대상자를 “의사 소견에 따라 우한코로나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의사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 폐렴 등 우한코로나가 의심되는 환자”로 바꾸었다.
때문에, 우한 코로나 감염 환자로 의심해도, 폐렴 소견이 없으면 그 의심 환자는 본인이 20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접근성 강화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정부가 이 난리 통에 이게 왠 말인가.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2020년 3월 19일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