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3월 14일 : "우한 코로나가 가져온 경기 불황의 치료법"







1800 년도는 미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태동기였다.

석유가 발견되어 이를 에너지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철강 산업, 제조업이 늘어났고 석유와 산업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철도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산업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런 산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투자자와 주식회사의 개념이 본격 도입되고, 기업 공개와 함께 주식 거래가 체계화된 시기이기도 한다.

이 시기에 태어난 코네티컷 출신의 찰스 다우(Charles Henry Dow)는 제대로 된 교육 받은 젊은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일찌감치 매사츄세츠의 작은 신문사에서 허드렛 일을 시작하며 언론의 중요성을 배웠다.

몇 군데 언론사를 거친 후 풍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통계학을 전공한 에드워드 존스(Edward Davis Jones)와 함께 뉴욕 증권거래소 부근에 다우 존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한다.

그 때가 1882년, 찰스 다우가 29세였던 때였다.







처음 그가 시작한 건,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주가를 수집해 인쇄물로 만들어 파는 것이었다. 처음 수준은 경마장 찌라시 처럼 보잘 것 없었다. 그가 만든 인쇄물의 주 고객은 은행가와 증권 브로커들이었다.

월 스트리트에 있는 브로커들이 좀 더 고급진 정보를 원한다는 걸 알게된 찰스 다우는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1889년 7월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한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이미 백년 전인 1792년 그곳에 세워졌지만 몇몇 특권층이나 기업인들의 장소였을 뿐, 대중에게 널리 인식된 곳은 아니다.

그곳에서 뉴스를 수집하던 찰스는 증시 추세가 경제 활동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연동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닳았다.

즉, 증시가 오르면 경기가 좋아지고, 증시가 추락하면 경기가 나빠진다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증권 시장을 통해 경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지 않았다.

찰스 다우의 이런 개념은 후에 '다우 이론' 으로 정립된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개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당시 상장된 12개 주요 기업들의 주식 수익률의 합을 기업 수로 나누는 수익률 평균 산정 방식의 index 를 매일 매일 만들어 쌓아갔다.

그리고, 그 결과를 1896년부터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었다.

이게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DJIA)의 시초이다.

지금 다우 지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시스코, 코카콜라, 인텔, IBM, JP 모건, GE, 맥도널드, 엑슨 모빌 등 미국을 대표하는 30 개 기업을 주가를 기준으로 생성된다.

즉, 다우 지수가 오른다는 건, 이들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며, 반대로 떨어진다는 건 수익률의 하락을 의미한다.

다우 지수는 1999년 3월 16일 즉 21년 전 이틀 후, 최초로 1만 포인트를 넘겼다.

당시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다.

클린턴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한 손엔 우루과이 라운드를 들고 다른 나라를 강제 개방시키고, 다른 한 손엔 수퍼 301조를 들고 강력한 무역 장벽을 치며 미국내 기업을 보호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은 활황이었고 경기는 크게 회복되었다.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를 넘긴 건 다우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지 100 년이 지난 뒤지만 2만 포인트를 넘기는데 걸린 시간은 18년에 불과했다.

2017년 1월 25일 다우 지수는 2만68.51 포인트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5일만이었다.

주가가 급등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거부했던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 경기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게 대형 송유관 사업이다. 송유관과 같은 대형 건설 사업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불과 3년 후인 올 2월 12일 다우 지수는 29,551.42로 거래를 마쳐 곧 3만 포인트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미국은 환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으쓱했다. 재임 3년만에 다우 지수가 11,000 포인트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28일, 즉 16일 만에 25,409 포인트로 급락했고, 3월 12일 다시 21,200 포인트로 하락했다.

29일 만에 무려 8천351 포인트, 28%가 넘게 빠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핵심은 연방 자금 500억 달러(61조원)을 각 지방 정부에 쓰겠다는 것이다. 즉시 시장이 반응했다. 13일 다우 지수는 9.36% 상승한 23,185 포인트로 마감했다.

12일 9.9% 가 빠지고 13일 9.36%가 오르니까 언론은 '회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매일 10%가 빠지고, 다시 10%가 오르면 주가 지수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린다. (3만 포인트에서 10%가 빠지면 3000 포인트가 하락하고, 여기서 10%가 오르면 2700 포인트 올랐단 얘기다)

우한 코로라의 발원지인 중국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진핑이 우한을 방문하는 쑈를 보인 건, 우한 코로나로 중국 경제가 멈춰 설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바이러스는 바이러스고, 공장은 무조건 다시 돌려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쑈를 한들, 중국은 왜곡된 경제 구조, 금융 부실과 거품, 제조업 폭망, 미국의 무역 제재 등과 맞물려 회복이 어려운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 이란 단어를 쓴 건 이미 세번이나 된다.

2월 17일 경제관련 4개 부처 업무 보고 현장에서 “그야말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소비 활동과 여가 활동까지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1일에는 행복한백화점 13층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내수·소비업계 간담회에서 ‘비상경제 시국’을 선포하면서, '과도한 불안을 극복'하라고 주문하며 '전주 한옥 마을 등의 건물주들의 자발적 상가임대료 인하'를 치하하고,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13일에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 이주열 한은 총재를 불러 '메르스, 사스와 비교가 안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전례없는 대책을 만들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에게는 '지금까지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은 여당이 추경 확대를 주저하는 홍남기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나온 발언이어서 일견 홍남기 거취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추경을 반대하지 말라는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잘 해 보겠다'고 했으니, 당정이 원하는 추경이 집행될 것이고 나라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한은 총재도 이와 화답해 조만간 금리 인하를 위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약속했다.

추경과 금리 인하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경으로 국민들에게 돈을 뿌려 총선에 대비하려 한다는 비난을 한다. 이미 서울 시 등 여러 지자체는 재난 기본 소득과 같은 선심공세를 하며, 실제 전주시는 1인당 52만7천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재난기본소득 지출의 법적 근거는 미약하다. 기껏해야 재난안전법 제 4조의 기본 원칙 정도이다. 이 조문에 따라 정부는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응하도록 재난기본소득을 지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야 한다.

전주가 있는 전북의 코로나 환자 발생 건수는 7건에 불과해 이곳을 재난지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구는 6천건에 이른다.

이러니 정부나 지자체가 재난에 제대로 대비하려는 것이 맞느냐는 말이 나온다.

경제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 계속 생산과 소비가 반복되지 않으면 멈춘 자전거처럼 쓰러진다.

우한 코로나 사태는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막대기를 꽂아 넣은 것과 같다. 즉각 경제 자전거는 멈춰서고 안장 위에 올라있던 인류는 곤두박질 친다.

우한 코로나는 어느 특정 업종의 불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멈춰 세운다. 당연히 자금은 경색되고 실업이 늘어나게 된다.

자금력이 있는 국가는 돈을 쏟아 붓겠지만,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더구나 국가가 세금으로 기업을 구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국가가 할 수 있는 건 금융권을 압박해 구제 금융을 강제하는 것 밖에 없다.

압박에 못 이겨 금융권이 대출을 확대하면, 금융 부실로, 나아가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

없다. 우한 코로나의 치료제가 없는 것처럼, 지금으로선 그 어떤 방법도 해결책일 수 없다.

그럼 대안도 없을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바퀴에 낀 막대기를 제거하고, 까진 무릎에 약을 발라 소독하고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이미 넘어진 것이나 상처나고 다친 건 어쩔 수 없다. 이유야 여하튼 불황을 감내해야 한다. 기업의 도산도 막을 수 없다. 기초 체력이 약하고, 인내력이 부족한 기업부터 망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肉斬骨斷)
복숭아 나무 대신 자두 나무를 벌레에 내줘야 한다. (李代桃僵)
고육지책이지만 어쩔 수 없다. (苦肉之策)

따라서 정부는 Triage (환자 분류)를 제대로 해야 한다.

어디가 더 응급한가 보다 무엇을 먼저 살릴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을 살리는 것이 국가 경제에 더 큰 이득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판단에 민심, 유권자, 총선 따위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도 잊으면 안 된다.

부디 넘어졌다고 성내고 자전거를 발로 차지는 말아라. 제발 부탁한다.

또, 중요한 건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즉, 불안감을 갖는 것이다.

사실, 경제는 심리이며, 불안은 경제에 있어 바이러스보다 더 독하다.

우리 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 모두 불안에 못이겨 주식 투매는 물론 안전 자산이라고 여겨졌던 채권이나 금까지 내다 팔며 현금을 확보하려고 한다. 지금의 주가 하락은 당장의 불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불안을 반영한 것이다.

반복되는 전쟁 공포로 불안에 탈감작된 우리 국민과 달리 외국은 이 낯선 불안과 공포에 이미 패닉 상태이다. 상점은 텅텅 비었고, 공포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폭도로 변한다.

불안은 발열과 같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열이 나는 이유는 체온을 끌어올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 반응의 결과이다.

그러나 고열이 나면 고통스러워 해열제를 쓰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는 발열처럼 질병의 확산을 막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니 불안감을 갖지 말라는 건, 틀린 처방이다. 불안은 뇌가 내리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불안과 패닉은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잠재울 필요가 있다.

이때 '해열제'는 정부의 리더십과 태도이다.

정부가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행동을 취하면 국민은 안정감을 갖는다. 정부가 솔직하게 상황을 말하고 국민의 협조를 요청할 때 국민은 적절한 수준의 불안감을 가지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 선언 발표로 담박에 10% 가까운 다우 지수가 올라간 건, 제대로 된 해열제 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

반면 어느 대통령이 세 번이나 비상 사태를 떠들어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건, 가짜 약을 먹인 것과 같다.



2020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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