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3월 4일 : "우한 폐렴을 극복하는 한국인의 유전자"








지난 2월 20일 확진자가 100 명을 넘긴지 2주가 안돼 5천명을 넘겼다.

2주 만에 확진자가 50배 늘어난 것이다.


사실,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기가 질렸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결코 쉽게 극복할 수 없으리라 봤다.

그런데 2 주가 지난 지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닳는다.

간과한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다.

우리 역사에 임금이나 재상이 나라를 구한 적은 없다. 국난과 재앙이 있을 때 나라를 구한 건 민초들이었다.

의병과 학생과 아낙네들이 늘, 나라를 구했다.

지금도 스스로 격리하며 활동을 자중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휴업하고, 전염병을 확산시키지 않으려 여전히 대구를 머물고, 폭동을 일으키기는 커녕 더 질서를 지키는 국민들이 이 난리를 잠재우고 있다.

이들이 나라를 구한다.

정부는 온갖 구설수를 만들고, 혼란을 야기하며, 국민들을 줄 세우는 가운데 말이다. 정권이 이 재난을 막기 위해 어떤 훌륭한 일을 했는지는 1도 기억나지 않는다.

둘째는 우리 민족의 DNA이다.

우리 민족을 다른 민족과 차별화하는 건, '빨리빨리'와 '피난민' 유전자이다.

우리처럼 숱한 침략을 받은 민족도 드물다. 반면 다른 나라를 침략한 건 광개토대왕 정도일 뿐이다. 늘 노획되고 침략 당하며 그때마다 집은 불타고 토지는 황폐해져 삶의 기반을 잃고,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수천년을 살아남았고 한반도를 지켜 냈다.

환란은 이 민족을 곤란하게 할지언정 쓰러지게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재난이 닥쳤을 때 본능처럼 대응하는 능력이 유전자에 박힌 듯 하다.

우리 문화에는 분명, 피난민 문화가 있다. 다른 민족은 결코 생각하지 못할 것들 말이다. 이를테면, 휴가철이나 명절에 도로가에 매트를 깔고 밥을 해 먹는 것처럼 말이다. 서양인은 거들떠보지 않는 통조림 햄으로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을 해 먹기도 한다.

남자들은 병영 생활을 하니 그렇다해도 남자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청담동이나 다닐 도시녀는 물론, 심지어 아이들도 굳이 고수부지에서 텐트를 치거나 음식을 해먹으며 좋아한다.

그래설까? 재난이 닥치면 좀 더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힘든 여건에 비교적 잘 순응하고 적응한다. 이건 특별한 생존의 기술이며 재능이다.

대구, 경북은 우한보다 더 빠르게 전염병이 확산되었지만, 그곳처럼 패닉이나 혼란이 없었던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재난을 수용하는 건 단지 더 높은 의식 수준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또 다른 유전인자인 '빨리빨리'는 다른 나라는 엄두도 내지 못할 속도로 엄청난 양의 PCR 검사를 해내게 했다.

진단이 유난히 어려운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일한 확진 검사법인 PCR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검사량과 검사 속도는 외국의 시각에서 보면 놀랍다못해 경이로운 수준이다.

물론, 이미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했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언제 어디서 확산이 다시 시작될지 모르고, 잠시 주춤하다 두번째 피크가 닥칠 수도 있다.

지금은 대구지만, 내일은 광주거나 대전, 혹은 서울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극복할 것이다.

현자들이 그랬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한국의 입국을 막는 나라들이 언제 우리 꼴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 가서 보자.



2020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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