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메르스 방역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지난 6월 6일 페북을 통해 우리 방역 당국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시 이 질문의 답은 “앞으로 3차 감염자 발생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점수는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난 지금, 이미 3차 감염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2차 감염자 수를 월등히 넘기고 있을 뿐 아니라, 절대 없다던 4차 감염자 수도 이미 늘고 있다.

때문에 초기 대응에는 어쩔 수 없이 낙제점을 줘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국가 전염병 방역체계 수준을 판단할 새로운 지표(!)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정부의 방역 계획이란,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면 이를 역학 조사해 새로운 감염자의 감염 일자를 추정한 후 그 시점에서부터 그와 접촉한 의심자를 14일간 자가 격리 혹은 시설 격리하고, 신규 감염자로 인해 새로운 환자가 생기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면 또 똑같은 프로세스를 이어간다.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지금으로 보아서는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전염병은 전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역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뭔가 내내 쫓아다니고만 있다는 인상을 버릴 수가 없다.

전염병을 쫓아다니지 않고 이 상황을 주도하는 방법은 백신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아직 요원해 보인다.

발 빠른 전염병을 쫓아다니느라 헉헉대지 않으려면 더 공세적인 격리와 전투적인 차단이 필요한데, 여전히 “~~은 없을 거야.”라는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 “~~은 없을 거야.”라는 가정 위에 방역을 하다 보니, 그 가정이 깨지는 순간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국민이나 당국이나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여전히 “~~은 없을 거야.”를 주문처럼 외우는 두 가지는 “지역 감염”과 “공기 감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정황에서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공기 감염은 없을 거야라고 주장하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뻔하다. 그건 공기 감염이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 것이.

지역 감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감염이 뭐냐? 고 물으면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이라고 답을 한다.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3차 이상의 감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역학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은 3차 이상의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데, 여전히 지역 감염은 없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이런 저런 배경 속에 새로 제시하는 방역 성공의 지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격리자 중에서 새로운 감염자(확진자) 발생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느냐>이다.

이를 격리 감염자 비율(isolated infectee ratio)이라고 부르자.

전체 감염자 중 격리 대상자 중에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했다면, 이는 ‘격리가 잘 되었다’ 즉, ‘방역 활동을 잘 했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격리 대상자 외에서 감염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면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격리 감염자 비율>이 증가할수록 성공적 방역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격리할 경우 어떻게 할까?

사실 지금 상황으로는 국민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포괄적으로 격리 대상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나아 보인다. 그래야 메르스 확산을 조금이라도 더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국민을 격리할 수는 없는 일(전국민을 격리하면 <격리 감염자> 비율은 100%가 된다.)임은 당연하고, 너무나 지나치게 대상자를 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격리는 격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며, 대상 국민은 생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때문에 효율적 격리가 필수적인데, 전체 격리자 중 감염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도 따질 필요도 있다. 이를 <격리자 중 감염자 확진 비율(confirmed isolated infectee ratio)>이라고 부르자.

만일 10명을 격리했는데, 10명 모두 감염자로 확진되었다면, 매우 효율적인 격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1만 명을 격리했는데 이 중 10명만 감염자로 확진되었다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격리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국민 불편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의 지표로 초기 대응을 잘 했는가는 2차 감염자와 3차 이상의 감염자 비율로 가늠할 수 있으며, <격리 감염자 비율>은 얼마나 선제적으로 격리하여 확산을 방지했는가의 지표가 될 수 있으며, <격리자 중 감염자 확진 비율>은 얼마나 효율적 역학 조사와 격리를 이루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런 지료가 과연 역학적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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