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메르스 발 의료계 구조조정이 있을까?
메르스 때문에 의료계, 정확하게는 의료공급형태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 (이를테면, 다인 병상 문제, 전염병 대처 방안, 간병 및 병문안 통제 등등)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큰 기대 없다.
또, 미국 병실 예를 들어가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병실의 후진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 병원과 미국 병원을 단순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병실료와 병실 운영비, 인건비 등에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고, 응급실이건 중환자실이건 아니면 일반 병실이건 1인실, 2인실을 대폭 늘릴 경우 병실만 늘려 될 문제가 아니라 간호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이거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참 세월 좋다.
수술 글로브, 폴리, L-tube 소독 후 재생해서 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감히(!) 미국 병원이랑 비교하다니...
사실 우리나라 병원은 건물과 시설만 놓고 보면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솔직히 재벌그룹들이 병원 세우기 전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만일 서울, 연대, 고대 등 대학병원들이 계속 주도권 가지고 갔다면 병원은 지금부터 적어도 5년, 어쩌면 10년은 낙후되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의 아산병원, 삼성의 삼성병원이 출현하면서 경쟁에 불 붙고, 초일류 부르짖으면서 병원 문화가 그나마 나아진거지...
병원 화장실에 휴지 가져다 놓기 시작한 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 최초라는 얘기를 전에 페북에 했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나라 다른 병원은 물론 식당, 카페,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놓이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화장실 휴지는 단지 휴지로 볼 게 아니다. 의료 서비스에 진정한 서비스라는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병원이 돈이 없어 휴지를 놓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걸 왜 병원이?' 라는 오만과 '환자 잘 보면 됐지, 거기에 무슨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냐'는 생각 때문인데, 그걸 깬 게 삼성서울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다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의사들은 병원을 백화점 이나 호텔 운영하듯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늘에 돈이 쏟아져 내리지 않는 이상, "나와 관계없는 전염병"을 위해 국민들이 지갑을 열고 흔쾌히 의료비 상승에 동의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잔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에는 우선 순위라는 게 있는데, 정부, 민간 등 관련자들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병실 문화 개선, 다인 병실 문제들을 우리와 같은 시각에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정말 누구 말대로 의료제도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는 이상, 메르스 아니라 메르스 할배가 설치고 다녀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이것 저것 규제만 더 많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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