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대책에 스토리가 없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발병된 것을 안지 3 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앙 정부에만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범(汎)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그리고 중앙대책본부 산하 '민관(民官) 종합대응TF' 등 공식 기구만 3개이고, 대응 책임자도 질병관리본부장에서 장관으로, 다시 총리대행으로 계속 바뀌었다.
이젠 민간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심지어 병원 폐쇄권까지 주겠다고 한다.
또, 여야 등 정치권은 물론, 각 시도 지자체까지 나서고 있어, 국민들은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정부 입장과 말도 계속 바뀌고, 실전을 맡은 의료계와 정부가 계속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병 병원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하다가 다시 공개하기로 방침이 바뀌고, 의원이나 소규모 민간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메르스 의심 환자 진료를 거부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발표도 나와 불만을 샀다.
의료 일선에서는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 같아 발을 동동 굴리지만, 보건소로 연락해야 할지, 병원으로 가야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는 환자부터 아무 병원에나 가면 메르스 검사를 할 수 있는 걸로 아는 국민들까지, 혼란과 혼동이 극에 달하고 있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 거점병원으로 이송할 필요가 있을 때, 119 구급대는 후송을 거부하고, 사설 이송업체는 어떻게 방역해 이송하고 어디로 후송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이다.
한 쪽에서는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지만, 병원에서는 방역복을 뒤집어 쓴 체 환자를 맞고 있다.
또, 기저 질환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고 하면서, 단지 메르스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수 천명이나 강제 격리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뿐이 아니다.
처음엔, 감염력이 떨어진다, 3차 감염은 없다, 지역 감염은 없다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지만, 단 세명의 환자가 100명 가까운 환자를 만들어내고, 2차 감염자의 두배에 달하는 3차 감염자가 생기면서 이런 주장은 무색해졌다.
정부 발표를 믿고 따르는 게 안심이 되지 않는다.
또, 공기 감염은 없다면서, 여전히 어떻게 단 두 명의 환자가 80명 가까운 환자를 만들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왜 이런 혼란, 혼동, 우왕좌왕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치 다 알고 있는 척, 부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남의 나라에서 남이 경험한 걸 막연히 알고 있으면서, 마치 자기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있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염병 방역은 비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소규모 집단이 아닌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낮은 눈높이에서 간결하고 정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방역의 지침을 전하든, 국민의 협조를 구하든,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전을 하든 전략과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전략과 스토리에는 필수적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진실성, 개연성 그리고 시의성(時宜性)이 그것이다.
진실성은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시간을 돌려 처음 메르스에 대한 정부 입장이 나왔을 떄로 돌아가 보자.
당시 당국은 메르스는 사망율이 40%에 달하는 치명적인 병이며, 대신 감염력은 낮아 한 사람의 환자가 0.6~0.8 명 가량을 전염시키므로, 전염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또, 공기 감염은 없으며, 3차 감염도 없고, 설령 3차 감염이 되더라도 적은 수의 바이러스만 감염되므로 2차 감염에 비해 월등히 증상이 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이런 주장은 모두 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이런 주장을 자신있게 했던, 혹은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에 대한 일반적 사실이었기 때문인데, 메르스에 대한 이런 병태생리는 모두 외국의 사례, 즉 사우디아라비아라는 특수한 환경을 갖는 국가에서 경험하여 만들어진 의학적 결론이라는 점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즉,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해 메르스의 행태가 그것이 전부인양 발표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면, ‘외국의 사례는 이러한데,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발표했어야 한다.
게다가 메르스에 대해 인류가 가진 경험은 겨우 2,3 년에 그치므로 사우디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해 그것이 전부인양 말해서는 안 되었다.
물론, 이런 애매한 태도는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불신을 확대하는 것 보다는 나은 방법이다.
또 방역 전략이나 메르스에 대한 전달은 일관적이어야 하며, 누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메르스는 주로 하기도의 폐포 등에 존재하며, 이곳의 염증을 유발하므로, 상기도염을 주로 일으키는 사스나 신종플루에 비해 바이러스 배출이 어려워 감염력이 낮다.
또, 이런 특징 때문에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낮으며, 따라서 병원과 같은 특수 환경이 아닌 지역감염의 가능성도 낮다.
또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일으키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바이러스 증식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는 증상이 없을 경우 감염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상 생활에서는 메르스 감염을 우려할 필요 없으며, 학교 휴업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하면 누구라도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개연성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며, 그렇다고 그렇게 순진하지도 않아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안심하라거나, 따르라고 한들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불신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개연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정부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말하고 이를 무작정 따르라고 한다면 누가 이를 따르겠는가?
전염병 방역은 국방처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아무리 사망률이 낮다고 해도 전염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국가 경제가 침체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대외신인도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역은 철저해야 하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공포감이나 불안이 또 다른 전염병처럼 떠 도는 것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국민을 계속해 안심시키고 싶겠지만, 이 역시 때가 있는 법이다.
왜냐면 전염병 초기 단계에서의 어느 정도 불안감은 전염병 유행에 대한 인식을 빠르게 각인시키고 국민 각자의 경계 태세를 강화시키고, 전염을 차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이 막연하게 지속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주고, 경기를 위축시키며,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므로 지양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언제 경계심을 더 주고, 언제 불안을 해소시킬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시기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스토리의 시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세 가지 주요 요소를 기준으로 초기 방역 스토리의 맥락을 짠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국내에 메르스 감염자가 입국하여 메르스가 감염이 확인되었다.
메르스는 주로 중동에서 발생된 바 있는데, 지난 2013년 처음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 질환으로 이 바이러스의 질환 행태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약 1천여 건의 치험 결과를 볼 때, 사스나 신종플루와 비교하여 비교적 사망율은 높았으며, 전염력은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은 우리나라와 기후나 인구 밀도 등 제반 여건에서 여러 모로 차이가 많으므로 그것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최초 감염자가 확진 전 이동 경로에 따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에게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망된다.
만일 최초 감염자로부터 전염되었을 경우, 또 다른 감염자를 낳을 수 있으므로 정부의 안내에 따라 각자 개인 위생에 주의하시기 바라며,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란다.
다음의 시기에 다음 각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방문객들은 안내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여 주길 바라며, 정부는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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