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시작하며, 불안 회피는 본능이다.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6월 3일 오후 3:27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비롯한다.
예측되지 않는 다음 시간과 불명확한 정체가 불안을 만든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쏟아내고, 장사포를 쏘아대고, 미사일 시험을 해도 그것으로 불안을 느끼는 국민은 별로 없다.


북괴가 그런 식으로 또 다시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설령 도발해도 60만 군대와 우방이 이를 섬멸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도발이 뻥이라는 것도 이미 학습되어 있기 때문에 불안에 떠는 국민이 없는 것이다.

메르스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나아가 공포가 조성되고 괴담이 떠 도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 학습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신종플루에 대한 나쁜 기억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종플루의 낮은 사망율을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신종플루에 걸려 고열로 고통을 겪거나 가족 중 사망자가 있는 경우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받아야 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도 안 된다.

게다가 메르스는 사망율이 높지만, 노인과 만성질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만 위험하다고 공표하는 건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이미 대한민국 노인이 500만명 이상, 4대 만성질환, 암질환을 가지고 있는 수까지 합하면 인구의 20%가 넘는다.

또 사망율이 어떻든, 정작 국민들이 걱정하는 건, 메르스에 걸려 죽으면 어떡하지라기 보다는 메르스에 걸려 격리되고 생업을 중지해야 하고 생계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나를 더 크게 걱정할 수도 있다.

이걸 헤아리지 못하고 숫자와 퍼센테이지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무책임에 가까운 일이다.

더욱이 메르스에 대한 모든 정보는 정부로 집중되어 있으나, 여전히 정부는 정보를 통제할 뿐, 국민에서 확실성을 심어주지 못하므로 불안해 하는 것이다.

불안을 회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리비아 국민들은 지난 1년 사이에 수백, 수천명이 지중해에 수장되었다.

거의 무정부나 다름아닌 상태에서 언제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 언제 자살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지중해를 건너는 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배가 뒤집혀 몰살당하는 것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던 1년 전만 해도,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거리에 총알이 날아들고, 폭탄이 터지고 공습이 있어도, 총격전이 끝나면 식당과 카페를 다시 열고 거기 모여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석양에 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둘로 쪼개지고, 그 사이에 IS가 침투하면서 인질, 납치, 살인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자 예측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공포로 목숨을 건 탈주가 이어졌던 것이다.

잘 대처했건 아니건, 지금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 불안을 회피하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 같은 불안감은 메르스 확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같은 불안으로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교가 휴업을 하는 건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럼, 이를 교육부, 나아가 교육청부터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황우여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경계'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휴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고,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청 차원에서 평택, 오산, 화성 등에 휴교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부 내에서도 다른 입장을 내면서 휴교하는 것을 "옳지 않다.", "반대한다." 고 입장을 내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

불확실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불신까지 더해지는 건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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