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경향신문 컬럼 "영리병원의 사회비용"에 대한 반론



첫째, 이 컬럼을 쓴 사람은 <영리 병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글의 맥락으로 보건데, 삼성병원 등 대형 병원을 모두 <영리 병원>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 한데, 이런 잘못된 가정으로 시작한 글이 제대로 쓰여질 리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종합병원 (은 물론, 중소병원 역시) 은 비영리 법인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이다.


삼성병원 역시 비영리법인이 개설한 병원이며, 비록 그 병원이 의료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진 잉여금 (수익)은 사적 이익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게다가 삼성병원은 해마다 적자를 보고 있어, 최소 300 억원의 재단출연금으로 적자분을 메꾸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면, 의료제도나 보험제도는 사회주의적 제도인데, 병원이 살아남아야 하는 건 자본주의적 시장이기 때문이다.

병원이 적자를 내면, 당장 직원 급여를 줄 수 없고, 물품 대금을 지불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병원 적자를 메꿔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과잉진료, 환자 유치에 열을 올려도 좋다는 거냐?' 라고 묻는다면 의료 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의료 가격은 모두 정부가 정하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는 하나하나 심사평가원에서 매우 친절하게(?) 평가하고, 삭감하고 있다는 것을.

심지어 의학적 기준은 무시된 체, 심평원의 심사 기준에 따라, 의료 행위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병원은 <투자자>라는 개념이 없다. 수 천억원을 들여 병원을 짓고, 경상유지비가 수백억원이 들어도, 그래서 설령 병원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투자자 개념이 없으므로 누구도 그 돈을 가져갈 수가 없다.

이 컬럼을 쓴 이는,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 듯 하다.

둘째, 메르스 사태에서 초기에 정부가 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메르스 감염 병원의 <영업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왜 정부가 메르스 감염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불확실하지만, 이를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일 목적이 가장 크고, 아마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쉽게 메르스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메르스 병원을 공개한 후 국민들은 더 불안해했고, 병원 인근 상권은 초토화되었으며, 그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도 배척당하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가 메르스 감염 병원의 이윤을 얻게 하도록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건, 음모론에 불과하며 유치한 상상일 뿐이다.

셋째, 이른바 <슈퍼 전염 병원>에 대한 조치를 언급했는 바, 과연 이 컬럼을 쓴 자는 과연 어떤 조치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아마도 슈퍼 전염 병원의 폐쇄, 영업 정지 등을 말하고 싶은 듯 한데, 이건 그야말로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할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보건 당국과 협의를 하면서 스스로 병원을 폐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병원은 지난 2월에 개설된 병원이며, 병원 경영의 속성상 신설병원이 자리를 잡는데에는 최소 1,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정상적 상황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1~2 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 동안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막대한 손실 혹은 폐업을 감수하고, 개설 초기에 메르스 역풍을 맞아 스스로 병원 문을 닫겠다고 했다는 것이며, 실제 스스로 폐쇄 조치를 취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몇 일 전 부분폐쇄 조치를 했다.

이 같이 메르스 발생 병원들의 폐쇄가 이어질 경우를 가정해 보자.

해당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최소 수백명, 최대 천명 이상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 한다. 폐쇄 병원이 늘어나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재배치될지 가늠도 할 수 없다.

병원은 호텔이 아니다. 환자만 이송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보내는 병원은 환자의 상태를 보낼 병원으로 알려야 하고, 받는 병원은 그 환자 상태를 다시 평가하고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이때, 이 컬럼을 쓴 이가 부르짖는 불필요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 뿐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감염 병원에서 전국으로 이송되어지는 환자, 그들을 따라갈 보호자 중에는 잠복기의 메르스 감염자가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실제, 평택성모병원의 폐쇄로 환자가 확산되었다. 평택굿모닝 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등 다수 병원들이 역시 이 과정에 감염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병원을 이용해야 할 환자들의 불편함은 오히려 부수적이다.

메르스 감염 병원의 폐쇄는 그래서 악수 중의 악수라는 것이다.

사실, 메르스가 발생된 병원은 상당 수의 의료진이 격리조치되어야 하므로 진료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병원 스스로 폐쇄하길 원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를 막아야 할 형편이다.

그걸 가지고, 무엇을 은폐하고 계속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병원을 폐쇄하지 않고, 정부는 폐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하수 중의 하수의 발언이다.

추측컨대, 이 컬럼을 쓴 분은 최근 칼 윌리엄 캅의 책을 읽다가 그것에 취해, 그 책을 필터로 하여 메르스 사태를 들여다 본 듯 하다.

하지만, 갖다 붙일 걸 가지고 갖다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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