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난친 공포 조장은 금물, 그러나 안이한 대처도 안돼!



6월 3일 오전 10:29
 

사실, 복지부 장관은 물론 복지부 공무원 대부분이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이들만 몰랐던 게 아니라, 이들에게 자문을 한 교수라는 분들 역시 메르스를 직접 접해본 경험이 없이, WHO나 CDC의 자료, 그 밖의 논문 정도를 통해서 피상적으로 알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 당국자가 '메르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고 물어 보면, 국제 사회에서 알려진 정도의 답을 주었을 것이다.


그 답이라는 것이, 사망율은 높으나 전염력은 낮다. 3차 감염은 없다,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한 메르스 확산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등등이었을 것이고,

그 결론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해도, 다른 나라처럼 곧 진정될 것이며,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비약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단했을 것이다.

실제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메르스 감염자는 2, 3명에 그친다.

아마, 정부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지난 2009년 신종플루의 악몽이 떠 올랐을지도 모른다. 당시 온 나라가 떠들석하게 요란을 떨었지만, 그냥 감기 수준, 사망율은 오히려 감기보다 낮은 수준에 그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종플루가 수없이 발생하지만, 계절 감기로 치부하고 말고 있다.

그러나, 간과한 사실들이 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메르스 정보는 주로 사우디에서 나온 것이고, WHO 보고라는 것도, 사우디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에 의존하는 건데, 사우디 통계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그 틀에 우리 상황을 끼워맞춰 보려고 한 것이 첫번째이고,

우리나라 의료 실태의 특수성, 이를테면 환자가 집중되고,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 등을 간과한 것이 두번째이다.

또, 실제적 손실 즉 감염자 수나, 사망자 수가 낮은 것에 비해, 선동당하기 쉽고, 다들 한 마디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으로 야기되는 혼란, 불안감이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했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여전히 메르스의 질병 행태에 대해 속속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3차 감염은 없다, 공기감염은 없다, 지역 감염은 없다고 단언하는 패착을 하는 것이다. 모르는 건 당연한 건데, 모르면 모른다고 하거나, 더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외국 사례는 이렇다고 이야기했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나왔을때 부터,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문 교수들의 안이한 생각에 말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고건 전 총리는 사스에 대한 회고를 하면서, 전투적, 전쟁적 대응을 했다는 말을 여러 번 썼다. 언젠가 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미리 대비했다고 했다.

미국 당국자도 언젠가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을 가정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고 언론에서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두 명의 서로 다른 메르스 감염자가 입국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고, 다른 감염자는 없었다.

그런데, 곧 진정될 것이고, 외국처럼 소수 감염자에 그치는 정도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여론은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며 화살을 대통령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6월 2일 신화통신은 양쯔강에서 여객선이 침몰해 458명의 탑승객 중 8명만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450명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6월 1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도에서 45도가 넘는 폭염으로 지난 31일까지 최소 2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결핵의 예만 해도, 시간 당 5명 꼴 즉, 년간 약 4만명의 새로운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하루에 6명씩 결핵으로 사망하므로, 전세계적으로 고작 1천명 정도 걸리고, 400명 정도 사망한 메르스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수 분 동안의 지진으로 수 백명이 죽고, 회오리 바람 한번에 450명이 수몰당하고, 날이 덥다고 2천명이 죽어나가는 이 마당에, 전형적 후진국 병이라는 결핵으로 한해 2~3천명이 죽는 나라에서 고작 몇 십명이 시덥지 않은 감기 바이러스에 걸리고, 겨우 2 명이 죽었다고 이 난리를 피우는 건, 코메디일 수도 있다.

또 실제, 메르스는 이 정도에서 진정되고 수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안의 심리적 마지노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또 다른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결코 들고 싶지 않은 예이지만, '괜찮다. 선실에 그대로 남아 있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메르스 대책반에 있는 공무원, 관련된 의료인 등은 극도의 피로감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들에게 지금 돌을 던지고, 비난을 퍼붓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성원을 해 줘야하는 것이 맞다.

또, 메르스 사태를 정부에 대한 공격,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수단 쯤으로 인식하고 막무가내로 공격하는 파렴치한 짓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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