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마지막 우려




<마지막 남은 우려>
정부 발표대로 오늘, 내일을 기점으로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방역 당국은 여전히 다음의 세 가지를 힘주어 이야기하는데, 첫째 공기 감염의 가능성은 낮으며, 둘째 메르스 자체의 전염력도 낮으며, 셋째 지역감염은 없다는 것이다.
이게 모두 맞다면, 지금까지의 감염 경로로 보건대, 90명 가까운 감염자는 모두 최초 감염자와 14번, 16번 감염자 등 3명에 의해 전파된 2차, 3차 감염자들이다.
단 3명이 90명 가까운 감염자를 만들어냈고,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매우 높은 감염율을 보였는데, 당국은 이를 이들이 수퍼감염자 (super spreader)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퍼감염자는 단지 체질적으로 남에게 전염시키기 좋거나 유별나게 독한 바이러스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런 점을 포함해 수퍼감염자를 만들 수 있는 여러 요건이 맞아 떨어질 때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그 요건은 이들의 면역억제력도 관여하지만, 오진과 방역 오판, 공기 역학적 요인, 바이러스의 독성 등등 다양한 변수들이 모두 맞아 떨어질 때이다. 
수퍼감염자는 이미 역학적으로 여러 차례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3년 사스의 경우인데, 당시 중국에서 사스를 치료하던 의사가 가족 결혼식이 있어 사스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을 방문해 한 호텔에 묵었고, 이 곳에서 그는 최소 16명의 투숙객을 감염시켰으며, 이들 투숙객은 이후 캐나다, 베트남, 대만, 싱가폴 등을 여행하면서, 전세계적인 사스 팬데믹을 유발하게 하였다.
이후 중국은 한 감염자가 8명 이상의 사스 감염을 할 경우, 이를 수퍼감염자로 분류했다.
또, 1989년 핀랜드에서는 한 학교에서 홍역에 걸린 학생이 51명의 다른 학생에게 홍역을 전염시킨 바 있다. 그때 핀랜드 당국이 우리 당국처럼 "지역 감염은 없다. 단지 학교 감염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또 다른 예로, 미국 뉴욕에서는 Mary Mallon 이라는 여성과 Mr. N이라는 남성이 1900년대 초 비슷한 시기에 장티프스를 각각 8년,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51명, 200명 이상에게 전염시킨 바 있는데, 이들은 모두 증상없는 보균자이었으며, 요리사이거나 요식업에 종사하였다.
다시 말해, 장티프스의 수퍼감염자처럼 매우 드문 경우도 있지만, 대개 수퍼감염자는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오늘, 내일을 기점으로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건, 이런 조건에 갖는 또 다른 수퍼감염자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가정인데, 과연 그렇게 기대해도 좋을까 하는 것이 남은 우려라고 하겠다.
6/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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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사진은 홍콩 수퍼감염자가 투숙한 호텔 평면도와 감염된 투숙객의 객실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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