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염병 발생을 요행에 기대려고 하나?

6월 1일 오후 5:34




메르스에 대한 보건 당국의 태도는 3차 감염 환자가 없기를 바라는 "요행"에 기대고 있는 듯해 보인다.

3차 감염 환자 발생은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지금과 같은 의심 환자 격리로 사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철저히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염병 발생은 요행에 기댈 일이 아니다.


첫 환자 발생 직후, 우리나라 최고의 의사 단체는 "일반 국민은 메르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직후 다수의 일반 국민이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최고 단체가 바보되는 건 순간이다.

일부 의사들 중에는 "메르스, 그거 별거 아니다. 독한 감기나 다를 거 없다. 건강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아주 쉽게 말한다.

현재, 30대 평소 건강했던 2차 감염자(라고 주장하는)가 중증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어떤 의사는 "메르스로 죽을 환자보다 결핵과 같은 다른 전염병으로 죽는 환자가 더 많은데 왜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맞는 말이다.

메르스는 전염력은 약하고, 대면접촉해야 걸리고, 요란(?)을 떨어봤자, 전세계에서 이 전염병으로 죽은 숫자가 고작(!) 500 명 남짓할 뿐이다.

그런데, 까놓고 말해, 우리나라 감염학자 중 그 누구도 이번 사태 이전에 메르스를 직접 진단, 치료해 본 적이 없다. 메르스는 중동, 그것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르스 정보는 모두 남의 나라에서 생긴 것을 근거로 할 뿐이다.

남의 지식과 바이러스 감염학의 일반적 지식으로 현 상황을 재단하다보니, 한 사람의 감염자가 이미 17명을 감염시키는 일이 생겼고, 이 중 서너명은 치명적 상황에 빠져 있다.

문제는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었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예외적 상황 발생 가능성을 무시한 체, 요행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죽은 사람이 500명인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죽겠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더 이상 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는 요행에 기대기 보다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는지, 그 환자가 어느 병원을 방문했고, 어느 병원에서 진단되지 못한 체 치료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야, 자연스레 국민들이 그곳에 가는 것 피하고, 그래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당국은 이 사실을 쉬쉬하며 숨기고 있다.

"불안해 할 필요없다"고 백말 떠들어야 소용없다. 불안은 말로 씻겨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국민들 스스로가 조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계몽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제풀에 조용히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건 늦어 보인다.


No comments

Theme images by fpm.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