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2월 11일 : "연구팀이 밝힌 우한폐렴 2019-nCoV 감염 특징"
** 원내 감염이 40% 이상이며, 사스처럼 호흡기 증상없이 복통으로 내원하기도 하며,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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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0.02.09 11: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 속도가 빠르고, 병원 내 감염 경우가 많으며, 초기 증상이 약한 사람도 갑자기 중증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남성과 여성 간 발병률에는 차이가 없으며,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쉽게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대학 중난(中南)의원 연구팀이 7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중난의원은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환자를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진료한 뒤 이번 신종 코로나가 여느 독감이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병임을 가장 먼저 중국 위생 당국에 알린 병원이다.
중난의원 연구팀의 보고서 제목은 ‘138개 사례의 신종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임상 특징’이다. 이는 이제까지 가장 많은 수인 1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연구팀은 모두 5개의 특징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특징은 임상 증상에 관한 것이다. 138명은 중난의원이 1월에 받은 환자들로 22세에서 92세의 나이로 평균 연령은 56세였으며 남성이 75명, 여성이 63명이었다. 환자들이 보인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발열과 무력감, 마른기침, 근육통, 호흡 곤란이었다.
일부 환자에게서 두통과 어지러움, 복통, 설사,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있었다. 138명 중 124명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고, 89명은 항균 치료를 받았다. 사용한 약물은 아지트로마이신과 세프트리악손 외 당류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도 이용했다.
특히 혈액을 몸 밖으로 빼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조치도 이뤄졌다. 2월 3일 현재 138명 환자의 사망률은 4.3%로 중국 당국이 발표한 전국 확진 환자의 치사율 2.1%보다 높았다.
두 번째는 전형적이지 않은 불규칙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환자가 복부 이상 증상으로 외과 치료를 받았는데 이때 10명의 의료진을 감염시켰다. 또 이 환자가 입원한 병실의 다른 4명의 환자도 감염됐으며 모두 복부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우서 사람 간 전염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또 복부 이상처럼 신종 코로나의 전형적 증상과는 완전히 다른 증상을 보여 의료진이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에 십상이며 결과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무려 14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가 마치 다른 질병인 것 같이 위장해 사람들의 경계심을 해체한 뒤 대량으로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병원 내 감염이 많다는 점이다. 중난의원 연구팀은 138명의 환자 발생 사례 중 41%가 병원 안에서 사람 간 전염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의료진 40명이 감염됐고 다른 질병으로 입원했던 17명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 같은 병원 내 감염을 전하는 중국 뉴스도 적지 않다. 신경보(新京報)는 지난 7일 베이징 푸싱(復興)의원에서 한 명의 신종 코로나 환자가 의료진 5명, 다른 질병 환자 5명, 간병인 4명 등 모두 14명을 감염시켰다고 보도했다.
네 번째는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로 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후 호흡 곤란으로 발전하는 데 평균 5일이 걸렸다. 7일 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8일 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전염병 전문가 안소니퍼치는 JAM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 컨디션이 좋았다는 게 감염 후기에도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언제 악화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중난의원 연구팀의 이 같은 보고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는 이는 초기 증상 환자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초기 경증 환자도 일주일 뒤 갑자기 병세가 악화할 수 있어 초기 상황만 보고 위험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쉽게 감염되는 사람들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았고 고혈압과 당뇨병, 심혈관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 환자 사이의 성별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이는 얼마 전 미 의학 전문지 더랜싯(The Lancet)이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잘 감염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중난의원 연구팀은 초기 연구에서 남성이 더 쉽게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건 이전 조사의 대상이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일하던 남성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같은 날 JAMA엔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 환자 13명에 대한 연구 결과도 실렸다. 지난 1월 16일부터 29일 사이 베이징의 3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환자의 평균 연령은 34세였으며 가장 나이가 어린 환자는 불과 2세였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에 쉽게 걸리는 연령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2020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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