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2월 19일 : "중국은 왜 사망자가 많을까? 그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






2월 19일 현재, 전세계 사망자는 2,009 명이며, 이중 1,921 명이 후베이 성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96%가 후베이 성에서 발생한 것이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중국의 통계는 신뢰하기 어렵다. 왜냐면, 중국 내 사망자 중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가려내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즉, 통계의 불확실성은 의도적 조작 이전의 물리적 한계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 의존해 추론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통계를 보면, 후베이 성 외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13,516 명이다. 반면 사망자는 88명에 그친다.
(2월 19일 현재, 전세계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75,198 명이다. 이중 중국 본토의 감염자는 74,185 명이며, 후베이 성의 감염자는 61,682 명이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비교하면 월등히 사망율이 더 떨어진다. 그럼, 안심해도 좋을까?

왜 후베이 성의 사망자는 유독 많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한 시를 비롯한 후베이 성의 감염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며, 후베이 성 내 의료 시설, 인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우한 시와 후베이 성의 감염자가 많은 걸까?

그 이유를 알려면, 이 질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을 살펴봐야 한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원인미상의 폐렴 치료에 관한 긴급공지"를 발표한 건 지난 해 12월 30일이다. 31일에는 WHO에 보고하였다.

중국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이 동료 의사 7명과 소셜미디어에서 이 괴질에 대해 토의하고 알리려고 한 시기도 12월 30일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첫 감염자를 확인한 건, 12월 1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한시 진인탄 병원 의료진 등이 포함된 연구팀은 Lancet에 보고한 논문을 통해 12월 1일 첫 감염자를 확인했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국 정부에 12월 12일 최초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했던 아니던 보고는 이미 12월 초에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우한 시민들의 증언을 보면, 이미 11월 혹은 그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즉, 적어도 한 달, 어쩌면 2 달 이상 괴질을 방치한 셈이다.

중국 정부 당국은 이 보고에도 불구하고, 12월 말이 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것처럼 보여진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소속의 전문가팀이 12월 31일 우한으로 달려가 조사에 착수한다.

이들은 발원지를 화난수산물 시장으로 간주하고 1월 1일 이곳을 폐쇄한다.

1월 5일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조사팀의 조사를 근거로, 원인 불명의 폐렴 사례 59건을 발표하면서 사람 간 전염의 명확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미 홍콩과 대만, 싱가폴 등지에 유사 증상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 질병관리센터의 가오푸 주임은 호흡기 감염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중앙 정부 등에 위험성을 고지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가오푸 질병관리센터 주임




가오푸 주임이 경고한 다음 날인 1월 7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원인 불명의 폐렴과 관련해 “예방과 통제에 주의를 기울이되 그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일으켜 다가오는 춘절(春節) 분위기를 해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내용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지시에 따라, 우한 시는 '사람간 전염은 되지 않으며, 퇴치할 수 있다'는 구호를 붙이며 동요하는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1월 11일 괴질에 의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미 사람 간 전염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우한시와 후베이성 인민대표대회가 각각 개최했을 뿐 아니라, 18일 우한 시는 4만 가정을 초대해 만가연(萬家宴) 잔치를 열기도 했다.

결국 괴질이 퍼지고 있는데, 몇 달째 방치하며 오히려 확산을 조장한 꼴이 되었다.

1월 20일 한국과 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내에서는 우한 시에서 198명이 확진 되었고, 북경, 광둥성, 상하이 등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비로소 '사람간 감염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1월 20일이다.

즉, 이때가 되어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당일, 시진핑 주석은 '전력을 다해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24일 시작되는 춘절 연휴 기간을 앞둔 23일, 우한 시가 봉쇄되었다. 그러나 우한 시장은 이미 500 만명 이상이 우한 시를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염기 서열은 11일 최초 공개되었다. 염기 서열이 밝혀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확진할 수 있다.

17일 우한 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62 명에 불고했다. 그러나, 20일 중국내 확진 환자는 218 명으로 늘었다. 22일에는 561 명으로 두배가 넘게 늘어났고, 사망자도 17명이 되었다.

24일에는 900 명 확진, 26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6일에는 2,130명 확진, 56 명 사망, 28일에는 4,687 명 확진, 106명 사망 등 이틀만에 두 배씩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월 31일에는 9,856 명이 확진되고, 213 명이 사망했다.

이미 중국은 이 질병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사람간 감염을 인정한지 10 일 만이며, 첫 사망자가 발생한지 20일, 위생건강위원회가 괴질을 조사한지 한 달, 환자 발생에 대한 처음 보고한지 두 달만이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중국 정부는 '괴질'을 안일하게 생각했고, 사람간 감염이 안된다는 말로 안심시키며 초기 확산을 방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춘절이 끼어 잦은 모임이 있었고, 중국 인구의 대 이동으로 질병의 확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확산되며 감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우한 시와 후베이 성의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력으로는 더 이상 막을 수가 없게 되었고, 결국 많은 감염자들이 방치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사망자도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지 30일이 되었다.

그동안 46명이 확진 되었다.

이중 중국이나 태국, 일본 등에서 감염되어 입국된 수는 10 여명 뿐이고, 나머지 30 여명은 국내에서 감염된 2차, 3차 감염자이다. 이들이 국내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전부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춘절 이후 적어도 수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입국해 있고, 7만명의 중국 유학생이 들어 왔거나 들어 올 예정이며, 이들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없다.

이미 외국 여행 이력이 없는 국내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지역사회 감염은 벌어지고 있고, 게다가 증상이 없거나 미약한 감염자도 전염을 시킬 수 있다.

또, 여러 사례로 보건대,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근접하지 않아도 전염될 수 있다.

무슨 의미일까?

조금만 긴장의 끈을 놓으면 확산을 넘어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바짝 긴장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은 2015년 메르스, 2009년 인플루엔자 사태를 겪으면서 획득한 경험을 토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후베이 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료기관과 음압 격리병실을 가지고 있고, 확진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도 많다.

중국내 사망자가 많은 건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지만, 우리는 입장이 다르다... 아직은 말이다.

그러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충분히 방역하고 있는가?



2020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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