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2월 23일 : "대한민국 방역의 원초적 문제"






2012년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186명이 감염되어 36명이 사망했지만, 사우디 인근 UAE는 74명이 발병, 10명이 사망했을 뿐이며, 그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 요르단 역시 19명 발병에 6명이 사망했을 뿐이다.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현재 이란이 5명으로 중국 다음이지만, 이란의 감염자는 현재 28명에 불과하다. 우리는 확진된 환자가 500 명이 넘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가까워 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중국과 천 킬로미터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은 단 한명의 감염자도 없고, 베트남 등 인접 국가들의 발생도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 중국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홍콩이나 대만의 발생자도 우리보다 월등히 적다.

그럼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정책이나 방역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 걸까?

질본이 만들어진 이후 발생한 인플루엔자, 메르스와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모두, 오히려 방역은 퇴보한 모습을 보인다.

사스의 경우 중국 발생 초기부터 고건 총리가 지휘봉을 잡고 방역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에는 질본이란 조직이 없었지만, 국내 발생자는 4명에 불과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의 방역, 조사, 검역 등의 일차적 책임을 진다. 법은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국가 방역의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에서 방역을 위해 중국인의 입국 제한을 할 권한이 질본에 있었을까? 당연히 없다. 방역, 검역의 책임은 있나 권한은 없는 것이다.

질본의 상부 기관은 보건복지부이다.

감염병 위기 경보 ‘경계’ 단계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지고, 이곳이 컨트롤 타워가 된다. ‘심각’ 단계가 되면, 국무총리가 본부장이 되는 중앙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다.

지금은 경계 단계에 머물고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이며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행정 전문가가 있을 뿐, 감염병 전문가는 없다. 신종 전염병이 생기면 이들은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종 민관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번에 여기에 참여한 학자들은 메르스 때도 참여했다.

여기에 참여하는 감염학자들은 신종 전염병에 대해 원초적이고 고식적 지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신종 전염병은 교과서에 나온 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그렇게 대응해서도 안된다. 결과론적으로 이들의 책임도 회피할 수 없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교과서대로 말했기 때문이다.

메르스나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는 이처럼 안이하고 소득적 대응과 전염병 확산을 선도하지 못한 체 뒤따라가는 뒷북 대응을 내놓은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전염병 사태를 과학적, 의학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하려한 우를 범했다 할 수 있다.

곧 종식된다는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입국 제한 기피, 손님이 없어 바쁘지 않아 좋겠다는 총리, 경제를 살리겠다며 정상 생활로 돌아가라며 회식을 독려하는 부총리 등등이 그 예이다.

이들은 모두 방역의 책임을 질본에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심각 단계가 되면, 휴교,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여전히 정부는 심각 단계로 상향하는 걸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유난히 국내에서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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