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 2월 2일.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 감염"








영화 컨테이젼 (2011)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자, CDC 는 조사를 위해 8명이 사망하고, 47명이  감염된 outbreake 이 발생한 미네소타로 역학 조사관 Dr. Erin Mears를 파견한다. Dr. Erin Mears 역으로는 타이타닉의 그녀, 케이트 윈슬렛이 열연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미네소타 보건청 공무원들을 만나 호흡기 감염이나 접촉에 의한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이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사람들은 하루에 2,3 천번 얼굴을 만진다'고 말한다.








보건청 관리들은 그런 발표를 하면 주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을 걱정한다. '전염병 확산 따위로 주민들을 겁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마치 데자뷰처럼 들리는 대사이다.

그런데, 진짜 사람들은 하루에 2,3 천번이나 얼굴을 만질까?

캐이트 윈슬렛의 대사는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CDC 의 이름을 건 전염병 영화에서 아무 근거없이 그런 대사를 했을리도 없어 보인다.

실제, 이에 대해 조사한 논문들이 NCBI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 센터)에 다수 등재되어 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 발표된 2008년 논문은 시간당 평균 15.7 회 얼굴을 만지는 것으로 보고한다.




이 영화 제작 이후인 2015년 논문은 시간당 23회 보고하며, 얼굴의 점막 부위를 만지는 경우가 얼굴 접촉의 44%에 이르는데, 입 (36%)을 만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코(31%)와 눈(27%)이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문 손잡이, 휴대폰, 책상, 전화기 등을 만진 후 얼굴 점막을 만지면 감염의 가능성이 크다. 전염력이 큰 메르스, 사스는 물론 우한폐렴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이들 질환은 물론 인플루엔자는 모두 비말 전염이 가능하다.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은 감염자의 호흡기에서 나오는 침의 크기가 5 마이크로미터 보다 크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사실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정부는 메르스는 비말 감염만 가능할 뿐,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공기 감염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다.

90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삼성병원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 곳은 평택성모병원인데, 이곳에서는 36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들은 서로 다른 층에 있었고, 대부분은 최초의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비말 감염은 보균자와 근접해 있으면서 그가 기침 등으로 날려보내는 바이러스가 섞인 작은 물방울 즉, 비말을 호흡하면서 전염되는 것이다.

그럼 비말 감염으로 어떻게 서로 다른 층, 다른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그렇게 많이 감염되었을까?

이 평택 병원의 병실에는 환기구가 없었다. 즉, 최초 환자가 있는 병실에서 환자가 내뱉은 비말 속의 메르스 바이러스 농도가 짙어지면서, 이 비말과 바이러스을 빨아들인 에어콘이 바이러스가 섞인 찬 공기를 멀리까지 내뿜어 다른 병실과 다른 층의 환자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추정은 에어콘 필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더 명백해졌다.

메르스의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주장은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사멸해 전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까?

단지 비말 감염으로만 전염된다면, 왜 메르스 감염 환자를 음압 격리 병실에 격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싼 방호구를 착용했을까?

WHO 가 제시하는 비말 감염 전염병 예방 수칙은  의료인은 마스크를 쓰면 되고, 환자는 격리하고 돌아다니는 걸 제한하되, 마스크를 쓰고 병실을 나올 수 있다고 하고 있다.

WHO 기준대로라면, 환자를 음압 격리 병실에 고립시키고, 완벽한 방호구를 쓰고 환자를 보도록 하는 건 사실, 공기 감염 전염병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Prevention of hospital-acquired infections, WHO




사스 역시 공기 감염의 사례가 있다.

2003년 사스 환자를 치료하던 한 광동성 출신의 중국인 의사 Liu Jianlun은 호흡기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이후 의사가 머문 객실의 좌우와 앞 객실의 투숙객은 물론 꽤 멀리 떨어진 투숙객까지 최소 23명이 감염되었고, 이들은 캐나다, 베트남, 싱가폴, 대만 등으로 돌아가 전세계적인 사스 감염을 유발했다. 이 사건 이후 8 명 이상을 감염시킨 감염자를 수퍼감염자라고 부른다.



Liu Jianlun 가 투숙한 호텔 층의 객실 배치
녹색이 
Liu Jianlun 가 숙박한 객실이며, 청색은 감염자가 발생한 객실




그 중국 의사 수퍼 감염자는 투숙한 다음 날 바로 병원에 입원해 피해자들은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이 의사의 비말로 감염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홍콩에서는 사스에 1,755 명이 감염되었고, 299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80%가 Liu Jianlun 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부터 감염되어 베트남 하노이로 간 투숙객은 하노이 프랑스 병원에 입원한 후 병원 의료진 등 38 명을 감염시켰고, 이를 조사하던 WHO 파견 검역관도 사망했다.

같은 시기에 호텔에 투숙한 후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간 중년 여성으로 인해 그의 아들을 포함해 토론토에서 257 명을 감염되었고, 그녀와 아들을 포함해 43명이 사망해,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홍콩에서는 공기 감염 사례가 또 있었다.

홍콩 중심가에는 30 층이 넘는 Amoy Gardens이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신장질환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사스 감염자가 이 아파트  7층에 거주한 형의 집에 머물다 형을 감염시키고, 200명 이상을 감염시키면서, 이 단지 내에서만 총 321 명이 사스에 걸렸다.


Amoy Gardens



훗날 이런 대규모 감염의 원인이 잘못된 배관시스템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아파트의 배관시스템에는 악취를 막기 위한 U 모양의 트랩이 설치되어 있는데, 감염자가 배설한 후 어떤 이유로 트랩에 차 있던 물이 마르면서 배관을 통해 바이러스가 역류하였고, 이 바이러스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의해 발코니를 거쳐 아파트 단지로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즉 전형적인 공기 감염의 형태를 취한 것이며, 공기 감염이 아니라면, 동시에 그 많은 감염자가 한 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7층의 감염자가 배변후 Aerosol 형태의 바이러스가 오수 배관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마침 말라버린 U trap 의 배관을 타고 올라갔고, 화장실에 퍼진 바이러스가 공기 흐름을 타고 창문을 통해
다른 층으로 전파.
  






상세한 내용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세요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94-007-4192-8_13



이 아파트 단지는 19개의 블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감염자가 머문 블럭에서 41%의 환자가, 다른 블럭에서는 각각 15%, 13%, 13%의 환자가 발생했고, 나머지 18% 환자는 11개 다른 블럭에서 발생했다.



Amoy Gardens 의 배치도



이 Amoy Gardens 사스 감염 사태는 결국, 사스 바이러스가 배설물을 통해 배출될 수 있으며,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사스나 메르스나 우한폐렴의 설득력 있는 감염 경로는 여전히 비말감염일 것이다.

그러나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공기 감염이 생길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해도 안 된다. 게다가 1일 미국 전염병학자는 감염자의 대변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었으며, 배설물에 의한 감염 위험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얼굴을 만지는 행위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바이러스가 묻었을지 모르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건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지만, 기침이나 재채기는 타인을 위협하는 것이다.

재채기를 하면, 초속 100미터의 속도로 4만개의 비말이 쏟아져 나오며, 기침은 3천개의 비말을 내뱉게 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의 원인균이 있을 수 있는 곳




만일 사스, 메르스, 우한폐렴 등에 감염되어 있다면, 목이나 기도, 폐에 있던 감염바이러스가 이를 통해 쏟아 나오게 되고, 상대를 감염시키게 된다.



따라서, 기침을 할 때는 비말이 쏟아져 나가지 못하도록 입을 막고 해야 한다.

그런데,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면, 손에 바이러스가 묻게 되고, 그 손으로 문의 손잡이 등을 만지면, 다른 사람이 그 손잡이를 잡고 손에 바이러스를 묻히게 된다.

그리고, 하루 수백번 넘게 그 손으로 얼굴의 점막 부위를 만지면 역시 감염된다.

따라서, 지금 언론과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계몽하고 가르쳐야 할 건, "기침 예절"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는 다수의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해왔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행히 국내에서 단 한 명도 이런 식으로 기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입을 가리며 기침하는 경우도 보기 쉽지 않다.

기침 방법의 전세계적인 표준은 팔꿈치를 굽혀, 거기에 얼굴을 대고 기침하는 것이다.

이 교육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시작하고, 계속적으로 반복해 가르쳐야 한다.








또, 길거리에 침이나 가래침을 뱉는 나쁜 습관도 버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결핵 왕국인 이유는 가래침을 마구 뱉는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2020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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