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2월 22일 : "의료기관 폐쇄와 선별 진료, 더 이상 의미가 있나?"









메르스와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의 차이는 메르스는 원내 감염이 많고,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는 지역사회 감염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메르스 경우 원내에서 확진될 경우, 응급실, 병동은 물론 병원 자체를 폐쇄하는 것이 맞다.


폐쇄는 곧 격리이며, 전염원의 차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는 얘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이 바이러스의 감염원을 완전 차단, 격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염원을 확인 분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최대한 원내 확산을 막기 위해 응급실 등을 일시 폐쇄하지만, 앞으로 이런 대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금 병원들이 자진해 시설이나 병원을 폐쇄하는 건, 차단과 격리라는 효과를 얻기 위함보다 메르스의 아픈 교훈 때문이다.

즉, 원내 감염을 막지 못했을 때의 비난과 지탄을 받는 건 물론, 심지어 소송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스와 달리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 독일 등 다른 곳의 사례를 보면,

1)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 감염
2) 무증상 감염
3) 완치 후 재발과 전염
4) 잠복기 2 주 넘어 3~4주까지 (즉 2주 격리는 의미없음)
5) 증상 발현 전 단계에서 다량의 바이러스 배출

등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즉, 국내 감염자들이 늘고 있고, 가벼운 증상만으로 양상 반응이 나오는 마당에 선별 진료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인플루엔자처럼 간이 검사로 즉각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문진과 증상 만으로는 선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짐작컨대 이미 각 지역 사회에는 확진자의 적어도 2, 3배 많게는 10 배 이상의 감염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점과 바이러스의 기이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마냥 부인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고식적 인식만 고집하면 사태를 더 키울 수 밖에 없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 20일 방역의 목표를 확산의 늦춤(slow down) 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확산의 늦춤이란, 지역 사회 감염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그 동안 병상 등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은 지역사회 감염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견디는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이미 1월 23일 우한 시를 폐쇄하고 수천 병상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 우한시의 확진자 수는 200 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우한 시 등 후베이성 10여개 도시를 폐쇄한 건, 확산의 늦춤 전략이고, 병상을 준비하는 건 의료 자원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았고, 수 만명의 감염자와 사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도 민간의료기관을 징발해 코호트 격리를 할 계획으로 보인다.

결국 예견한대로, 사고는 정부가 치고, 책임은 민간의료기관에 지우겠다는 얘기이다.

지금 이 마당에 정부를 비난 만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와 당국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국 확산은 아니다'는 말만 거듭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충남, 충북, 대전, 세종시, 전북, 광주, 제주, 강원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고, 불과 4일만에 확진자 수는 10배가 늘었다.

이래도 전국 확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이러니 사태를 축소하는 것에만 전전긍긍한다는 의혹과 음모론이 돌지 않을 수 없다.

감염원이 계속 외부에서 유입되면 확산의 늦춤 전략은 의미가 없다.

지금이라도 입국을 통제하고, 국민들에게 위기 의식을 심어주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이 사태 해결에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의료계 협조를 받으려면 정부는 책임을 물으려하거나 강압적 태도를 버리고,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고, 사후 보장책을 제시하며 진심어린 요청을 해야 한다.


2020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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